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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맨즈 스카이 (PS4)

기사입력 : 2016년 08월 18일 21시 42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지난 8월 9일 정식발매된 영국 헬로 게임즈(Hello Games)社의 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는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대작이나 걸작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모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게 메이저한 개발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일단 게임을 실행해 보면 정적인 분위기가 꽤 끈기를 갖고 임해야 되는 게임이라는 느낌을 금새 받게 만든다.

게임을 그냥 유희 정도로도 보는 것도 즐거움을 갖는 하나의 기준이긴 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실제 하기 어려운 시도를 대행하는 간접체험의 기회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단 현실이 아닌 영역으로 기능시키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와 이름으로 수많은 게임들이 선보여지고, 그 와중에서 당대에 인정을 받고 인기를 얻거나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본다면, 노 맨즈 스카이를 보면 전형적인 후자로 볼 수 있겠다. 짜릿한 스릴감을 맛보는 경우는 도라에몽 주머니 생각이 쭉 드는 그 인벤토리 정도? 무소유와 무한성 같은 모순된 감정으로 필드와 플레이어를 바라보게 하기 때문에, 사람을 몰아붙이게 만드는 그런 몰입요소와는 거리가 있다. 대신,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소요(逍遙)란 감성을 담기로는 당대 최고이지 않을까 하는 게임이다.

 
▲ 로빈슨 크루소가 연상되는 이야기 흐름이 있긴 해도, 일단 이 게임은 근본이 SF.

말이 좋아서 '소요'이지, 엄청난 볼륨 속에 플레이어가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무래도 첫 시작의 모습이다. 첫 시작에서부터 열심히 물자 끌어모르고, 핀 포인트로 요충지를 확보하면서 행동반경을 넓혀 나가는 것이 플레이의 주된 패턴이 된다. 랜덤하게 행성과 환경이 생성되기 때문에, 이러는 와중에도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요소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신기하게 보이는 부분은, 아무래도 제작사의 호언장담대로 랜덤하게 생성되어 확장되는 세계관이다. 끝없는 우주를 여행해 가며, 색다른 만남과 조우를 경험하는 것이 PS4 하드웨어 수준에서 드디어 달성된 셈이다. 온라인에서 비슷한 것을 추구하는 MMO 게임이 여럿 있긴 했지만, 정작 스탠드얼론으로 이러한 소요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노 맨즈 스카이'가 사실상 제대로된 처음으로 보인다.

단지, 이 게임이 내세운 면모에서 이미 드러나는 단점이긴 하지만. 굉장히 느리고 고른 숨으로 즐기는 것이 정법이라고 할 수 있는 볼륨감이다. 그간 일본식 롤플레잉이나 어드벤처 장르를 주로 즐겼다면 공허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허허로운 것이 사실이다. 퀘스트와 미션을 빼곡하게 이어붙이는 그런 게임 디자인이 아니다 보니, 이 고유의 스타일은 꽤나 다수의 취향을 탈 수밖에 없어 보인다.

 
▲ 시뮬레이터 정도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아케이드 스타일의 플레이 감은 있다.

굉장히 큰 볼륨을 담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개인으로 협소해지는 구조적인 특징도 맞물려 있어서 정작 원수나 제독 같은 관작의 무게를 짊어질 틈이 없다. 게임이 그냥 개인적인 모험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이것도 될 거 같고 저것도 될 거 같고 그런 느낌이 항상 살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원이 성취될 여건이 당장 현재는 없다는 점. 아무래도 DLC든 뭐든 더 나온다는 전제에서 그 다음을 그려볼 수 있다.

일단 패키지로 나온 게임은 그 자체로 완전형이라는 위치는 취하고 있어서, 향후에 어떻게 게임을 개조시키고 키워갈지는 순전히 제작사의 권한이 되어 버린다. 마인크래프트처럼 플레이어가 세계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랜덤하게 돌려 나온 그 세계 속에서 어떻게든 적응해 다른 행성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가 되어 버린 게임 미션을 감안하자면 향후의 업데이트가 게임의 생명력을 판가름하게 된다.

'노 맨즈 스카이' 그 자체로 본다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어도, 꽤나 시사하는 바가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많겠다. 게임 그 자체에 상당한 떡밥이 깔려 있어서 특히 그렇다. DLC와 확장팩으로 게임 볼륨을 (마치 심즈처럼) 특정시켜 키우는 건 당연히 되겠고, VR/AR 등 최근 트렌드와 맞물렸을 때 가장 초기부담 없이 뭐든 시도할 수 있는 틀도 된다. 때문에, 과거 롤플레잉의 'RPG 쯔끄루'처럼, 비슷한 효과를 업계에 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게임을 하면서 계속 들었다. 게임을 이 자체로 만족하자면 제작사가 할 일이 많겠지만, 앞으로의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될지에 대해서는 나름의 제언을 주는 게임이다.

 
▲ 'RPG 쯔끄루'를 어드벤처 장르에서 만난 느낌이랄까? 일종의 탬플릿을 보는 듯 하다.
 
12세이용가 / 평점 : 7점(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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