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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액츄얼리_미디어 뒤풀이] 당신은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기사입력 : 2018년 09월 28일 08시 30분
ACROFAN=서희정 | press@acrofan.com | SNS
 
“당신은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마도 우매한 특정 집단 사람이나 속는 것이 가짜 뉴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어쩐다……. 사람은 의지와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가짜 뉴스를 좋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더 끌리고 가짜 뉴스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인터넷 뉴스 버즈피드에 따르면, 미국 대선 당시 진짜 뉴스의 반응률은 약 737만 건이었던 것에 비해 가짜 뉴스의 반응률은 871만 건에 달했다.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점과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다는 착각이 만나면서 그 심각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가짜 뉴스는 확산력이 진짜뉴스보다 빠르고, 사람들은 팩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즉, 가짜 뉴스의 유통이 단순히 ‘특정한 의도를 지닌 거짓 정보가 유통되는 것’에만 문제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환산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총 기사 건수를 약 1300만 건으로 가정하고 이 중 1%를 가짜 뉴스로 분류할 경우 가짜 뉴스의 경제적 비용은 총 30조 900억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도 <가짜 뉴스>와 전쟁을 선포하고 진압에 나섰다. 유럽연합(EU)에서는 내년 유럽의회를 앞두고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는 SNS 기업에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부터 네트워크 운용 개선법을 시행 중이고, 프랑스는 가짜 뉴스 대응 법률안을 마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가짜 뉴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유포자는 징역 10년에 처하게 된다.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에는 가짜 뉴스 유포자에게 벌금을 가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규제 기관들도 마련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들이 가짜 뉴스를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사회의 악으로 규정되고 있는 가짜 뉴스, 도대체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지 구조와 부합하는 정보만을 원하는 심리가 있고, 현재 미디어 환경은 이러한 심리를 충족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매스미디어 시대에서는 제공해주는 대로 받아들여야 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스스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좋아할 것 같은 정보를 끊임없이 추천까지 해준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이동하다 보니 정보 습득의 편의성과 맞춤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반면에 편향성도 높아졌고, 반대로 다양성과 질적 수준은 떨어졌다.

정보 편식의 문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의에 의해 가치관 왜곡이 일어날 수 있는 필터버블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보다 더 심각하다. 이제는 자신에게 맞춤화되지 않은 정보는 설령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일지라도 잘못된 정보(wrong information)로 받아들이는 지경이 되었다. 얼마전 한 고객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자신의 아들인 상원군의 나이를 물어봤는데 스피커가 ‘상원군에 18세에 사망입니다’라고 답변하면서 환불을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스피커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까? 전혀 그러지 않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18세기 인물인 조선 후기 왕족 상원군의 나이, 즉 역사적 사실을 얘기한 것뿐이었는데 이용자는 자신과 맞지 않는 정보라는 이유로 잘못된 정보로 간주한 것이다. 자신에게 맞춤화된 정보만을 취사 선택 소비하는 미디어 이용 형태는 앞으로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사실이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말이다.

이러한 사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다시 이용자에게 있다. 규제 기관과 법안을 만드는 것도 필요는 하겠지만 아직까지 실효성은 매우 떨어진다. 이용자 스스로 알고 싶은 정보도 좋지만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알아야 할 정보’도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사회에는 비록 알고 싶지는 않을지라도 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상식과 규칙, 규범, 그리고 문화 등이 있다.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할 정보도 습득하는 데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정보 습득에 있어서도 이견을 포함하여 다양한 정보를 골고루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개인 스스로 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그 노력과 책임을 온전히 이용자에게만 전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누군가는 공익적 차원에서 이러한 역할을 같이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그동안은 매스미디어에서 담당해 왔었다. 사실 매스미디어는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 안방을 내어준 지 꽤 오래되었다. 매스미디어의 이용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매스미디어가 필요하다는 인식조차 사라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보의 이용성 및 맞춤형 측면에서 매스미디어가 패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역할까지 패배한 것은 아니다.

매스미디어 뉴스의 정치 사회화 역할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뉴스미디어의 이용은 사람들이 정치 및 사회적 이슈를 접하고 다양한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시민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매스미디어의 본래 역할이 오늘날 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에서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정보도 제공하여 시민성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 앞으로 더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매스미디어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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