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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시간상을 담은 공간 '삼수이포' 그리고 또 다른 새 색깔을 더한 '올드 타운 센트럴'

기사입력 : 2018년 12월 15일 23시 55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홍콩 구룡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삼수이포(深水埗, Sham Shui Po)는 중국에서 이주한 본토계 주민들이 자리 잡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홍콩 섬과 카오룽 남부 해안가를 주로 다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곳의 분위기는, 도리어 중국 본토 여행을 해봤던 사람들에게 무언가 추억을 건드리는 면모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홍콩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선전(深圳, Shenzhen)의 영향 때문인지, 삼수이포는 홍콩에서도 사람 삶의 밀도가 높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게다가 ‘고등 컴퓨터 중심’ 등 중국 본토에서 들여온 전자제품들을 취급하는 상가의 명성이 높아, 한국의 용산처럼 홍콩의 아키하바라라 불리는 곳이 바로 삼수이포다. 당연히, 생필품을 취급하는 시장들도 앞뒤로 성업 중이어서 알뜰하게 쇼핑하는 것과 이러한 삶의 현장을 살펴보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어느덧 필수 방문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 : 홍콩관광청)

 
▲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를 가든 비슷하다. 삼수이포는 ‘삶’을 담은 공간이다.

■ 삶의 향취, 그리고 홍콩의 현재가 응축된 ‘삼수이포’

도시에서 여행을 다니게 되면 신시가지, 구시가지 식으로 구역을 나눠 가보는 게 주된 기본 코스다. 특히 홍콩은 섬과 남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마천루들을 주로 돌아봤다면, 이 메트로폴리스를 뒷받침하는 사람들의 생활터전 역시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삶의 풍광이라 할 수 있겠다.

삼수이포는 지난 1950년대에 홍콩으로 망명한 중국 난민들을 수용했던 지역이다. 영국의 동아시아 최전선이었던 시절, 급속도로 발전하던 홍콩의 금융 등 첨단 산업을 뒤에서 묵묵히 받혀주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던 바로 그 장소들이다. 그래서 이곳은 도시공학에서 특별한 케이스로 여겨지는 홍콩의 공공임대주택 첫 삽을 뜬 곳이기도 하다. ‘공공주택’이란 단어에서 뉘앙스가 느껴지겠지만, 이 지역의 첫 주민들은 홍콩에서 중산층이 아닌 그 밑이었다. 소득수준에 따라 소비수준이 정해지면서, 재래시장인 페이 호 스트리트 마켓(Pei Ho Street Market)처럼 홍콩에서 싸다 싶은 곳이 성업하게 되었다.

 
▲ 지나는 길에 싸게 쉽게 사먹는 군것질꺼리가 주는 소소한 즐거움은 삼수이포가 제 맛이다.

 
▲ 사원에선 중국에서 넘어와 삶의 터전을 개척했던 이들의 수많은 염원이 지금에도 느껴질 정도.

보통사람들이 삶을 꾸미는 재래시장이 있다는 건, 그만큼 현지인들의 삶을 체험하고 느끼기에 최적이라는 뜻. 샛길과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노점들, 작은 가게에서 홍콩 스타일 맛기행을 하는 것은 이 지역을 제대로 여행하는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도심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참으로 다양한 메뉴들에 놀라고, 또 맛에 놀라기에 딱이다. 게다가 동네 식당에서 미슐랭 원스타를 얻어 뉴욕까지 진출한 딤섬 가게 팀호완(Tim Ho Wan)의 본점도 삼수이포에 있다. 뿐만인가, 두부푸딩 성지 컹 와 빈커드 팩토리(Kung Wa Beancurd Factory)도 현지 자랑이다. 어디 이곳들뿐일까,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나온 오이만상(Oi Man Sang)과 망고 디저트의 천국 룩 람 디저트(Luk Lam Dessert)도 여기에 있다.

공공주택이 올라간 이후로 40년은 족히 넘었을 건물들의 자취는, 그 자체로도 역사. 여기에 이제 색다른 개성을 덧씌우는 예술가들의 노력이 더해져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휘황찬란한 세련미와는 결이 다른 또 다른 역동성이 과거의 기억들과 더불어 시너지를 나타내고 있다.

 
▲ 한국이나 홍콩이나, 거창하게 자리 잡은 경찰서는 사연 많았던 동네라는 걸 직감하게 만든다.

 
▲ 옛날 홍콩영화의 기억이 있다면, 이제 다른 곳들 보다는 삼수이포에서 추억을 더듬는 자신을 발견할 터.

JCCAC는 우리나라 문래동과 성수동처럼 공장을 개보수해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유명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그리고 공장이었기에 가능한 넓은 면적은 홍콩 시내에서는 불가능한 시도들을 실현시키며 삼수이포만의 독자적인 특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근처 SCAD(Savanah Colleage of Art & Design) 디자인 학교는 동양과 서양,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휘몰아치는 최전선인 홍콩의 정서가 예술로 융합되는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특이한 입장과 위치가 준 영감 때문일까, 홍콩 디자인을 세계에 알린 브랜드 G.O.D.의 스튜디오도 삼수이포에 근거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홍콩 예술을 한 단계 더 진보시키고 있는 삼수이포를 찾는 한국의 여행객이라면, 특히나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홍콩 영화’에서 보았던 풍광을 가장 온전하게 보전한 곳이라는 인상이 받기 쉽다. 숱한 개발들로 구룡성채 위를 지나던 여객기들을 볼 기회는 사라졌으나, 이제 ‘예술영화’ 칭호를 받은 작품들 속 씬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러한 장소로 재발견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주는 영감은, 이방인과 여행객들에겐 더욱 특별한 것이다. 영화 속을 장식했던 그 분위기를 직접 목도한다는 순간의 기억은 어렴풋이 기억나는 영화 속 장면들과 맞물리며 또 다른 흥취와 바램을 만들어 낸다. 왕가위 감독이 영화 ‘일대종사’의 전통 의상 디자이너를 발견한 곳, 영화 ‘영웅본색’을 만든 오우삼 감독이 어렸을 적 기억을 간직한 곳. 홍콩영화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감칠맛 날 삼수이포에 대한 표현이 더 있을까?

■ 우리가 아는 홍콩의 모든 것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올드 타운 센트럴’

 
▲ 예나 지금이나, 홍콩여행의 시작점은 역시 중심에서부터. 기왕이면 옛 중심에서부터.

삼수이포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홍콩의 또 다른 과거를 담은 곳이라면, 그 ‘과거’의 영광된 기억을 담은 또 한 장소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삼수이포에서 터전을 삼고 살던 평범한 이들이 먹고 살았던 생업 터전들이 있던 곳. 우리도 익히 아는 바로 그 ‘올드 타운 센트럴’이 바로 그 곳이다.

지금은 자유여행객들이, 그리고 홍콩에 유학이든 출장이든 온 전 세계 사람들이 지나치는 그러한 장소. 홍콩을 상징하는 여러 첨단산업들과 동서양의 온갖 진귀한 재보들이 휘황찬란한 영광을 한껏 자랑하는 곳. 트렌드가 탄생하고, 그 다음 트렌드가 숨을 고르는 곳. ‘올드 타운 센트럴’은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이 혼재된 홍콩의 과거를 간직하며 도심 속에서 여전히 그 명성을 뽐내는 곳이다.

‘올드 타운 센트럴’은 글자 그대로 오래된 곳이다. 영국 통치가 첫 깃발을 세운 곳, 그리고 중국으로의 반환과 새로운 시대의 개막까지 역사적 사건들이 휘몰아친 현장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홍콩시민들이 사랑하는 쉼터이자 젊은이들의 모임터로 시대에 걸맞는 또 다른 역할을 도맡은 장소다.

과거 관청이나 글로벌 기업의 동아시아 전진기지였던 건물들 사이로, 과거 사람들의 삶이 건물에 길에 녹아들어간 곳이 허다하다. 이제는 트렌드를 쫓는 힙스터들이 개성을 뽐내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 간의 차이를 지켜보는 것도 여행객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특히 올드 타운 센트럴은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부를 끌어 모으던 기지 역할을 했던 곳. 자연히 돈과 사람이 모이다 보니, 과거부터 미식과 취미가 집대성되는 공간이었다. 이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홍콩을 여행하고자 할 때, 미식이면 미식, 예술이면 예술, 무엇을 보고 체험하고자 하든 올드 타운 센트럴은 그 시작점이거나 교차점이거나 종착점이다. 100년은 넘음직한 고풍창연한 저층 건물들 바로 옆에 글로벌 기업의 초고층 본부 건물이 같이 있는 기묘한 동거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비슷한 곳 없다 싶은 응축된 융합된 시공간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동서로 불과 걸어서 30분 남짓한 그 좁다면 좁은 지역에서 보고 즐길 게 한 둘이 아니다.

 
▲ 홍콩의 에스컬레이터는 서울보다 세 배는 빠르다. 한 시가 아까운 여행객에겐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 오전 출근시간이 지나면, 편도 길은 언덕으로 오르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자연스레, 여행객들은 이 때 산을 오른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이처럼 극단적인 개념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공존하는 올드 타운 센트럴을 상징하는 당대의 아이콘으로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첫 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처음에는 센트럴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편의로 만들어진 시설이, 이제는 센트럴 전역을 잇는 가교로서 생활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사람 모두의 접점이 된 지 오래다.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라는 타이틀이 당연하게도,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본부를 지나 어느덧 언덕 중턱까지 쭉 오르내리며 홍콩의 유명한 거리를 하나같이 관통해 지나간다.

비도 피하고, 또 언덕도 금새 올라가는 이 재빠른 에스컬레이터 덕분에, 홍콩 센트럴과 올드 타운 센트럴은 새로운 생명력으로 역동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느끼게 된다. 일개 여행객의 발걸음으로는 채 닿기 어려운 곳까지 이리 쑥 들어가는 문명의 이기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 동선을 짜고 포인트를 잡고 그러며 있을 때 예상보다 빨리 가고 또 보고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지도 또는 여행 앱을 찾아보기 좋은 형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지난다면 쓰윽 올라가는 발걸음에 맞춰 이곳저곳 가보기가 참으로 즐겁다. 특히나, 최근 문을 연 타이콴(Tai Kwun)의 컨템포러리 갤러리는 홍콩의 옛스러움과 예술의 향연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 그 옛날 감옥에서, 이제는 전세계 문을 연 예술의 전당으로서의 타이콴은 이제부터 홍콩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꼭 가봐야 할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홍콩을 사랑하는 이라면 스스로 잠시 갇히는 그 공간 ‘타이콴’

 
▲ 수년 간 쳐져 있던 노란 포장들이 벗겨지고, ‘큰 집’ 안으로 발길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몇 년 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지나다 보면 공사 포장으로 감싸여진 옛날 건물 하나를 언덕 올라기 전 초입부터 볼 수 있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범죄자들을 재판하고 가두던 경찰서와 구치소가 언덕배기에 연이어 있었던 탓에 공권력이 위세를 떨치던 공간으로 구전되어 온 곳. 그렇기에, 여행객 입장에서도 어째 꺼림직함이 괜스레 생기곤 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역시 타이콴이란 단어처럼 글자 그대로 ‘상전벽해’ 해버렸다.

타이콴을 영어로 소개하는 문구는 ‘Centre for Heritage and Arts’. 오래된 관공서 건물이, 역사 유적이면서 동시에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의 전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올드 타운 센트럴 초입에서 영국 식민지 시절을 대표하던 바로 그 곳이, 이제는 홍콩의 생동감과 역동성을 웅변하는 예술의 최전선이 된 것이다.

타이콴이 위치한 곳은, 우리나라 관광객이라면 다들 땅값이 얼마인가 싶은 그런 요지다. 글로벌 금융기업들 본사와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마천루들 한 가운데 끈금없이 한 블록이 통째로 저층부다. 당연히 홍콩이 지금처럼 되기 전인 1864년부터 지어진 건물들로, 제일 큰 길 가에 센트럴 경찰서(Central Police Station)가 자리매김되어 있고, 그 뒤로 16동의 건물들이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장. 근 100여년 홍콩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가기 싫어했던 그 곳들이, 어떻게 재개발되지 않고 역사 유적(Heritage)으로 또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 타이콴은 원래 경찰서와 감옥이었다. 그 때 시설들은 또 그 나름대로의 기억을 지금 투영시킨다.

 
▲ 지금은 평화로운, 여가를 즐기는 그런 곳. 무려 홍콩 도심지에 이런 공간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어쩌면 경이로운 일이다.

어떻게 개발의 유혹을 이겨내고, 지난 1995년에 문화재로 지정된 이래로 10여년 동안 리노베이션을 거친 타이콴은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손길을 거쳐 바로 2018년 가을부터 재개장 후 공개되었다. 역사적 유산을 고스란히 살리는 동시에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공연장을 새롭게 덧붙여 올드 타운 센트럴 지역의 관문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셈이다. 이제는 감옥 터에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상설 전시를 개최하며, 동시에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물들을 보이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홍콩의 과거를 박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콴의 너른 대지와 고풍창연한 건축문들이 새롭게 탄생한 건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말 주역이 되는 JC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에서는 신진 홍콩 작가들의 전시를 한 해 6~8회 개최할 예정이다. 오피스 시설들로 꽉꽉 들어찬 센트럴에, 예술 진흥을 할 중요한 랜드마크로 조성된 타이콴은 이제 홍콩 예술산업을 새로운 경지로 올릴 토대로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공간이다. 이러한 면모를 북돋기 위해, 상업시설보다 예술 서적 출판사 타셴(Taschen)의 아시아 첫 서점을 유치하고, 홍콩을 대표하는 티하우스의 카페테리아를 앞세워 문화를 누리고 즐기는 장으로서의 오래 갈 수 있는 생명력을 잉태시키는데 주력했다.

욕망의 중심에서, 욕심을 버리면 ‘타이콴’ 같은 게 생긴다고 할까? 지금까지 홍콩 센트럴을 가볼만큼 가봤다고 할 사람이라고 해도, 그간 발을 들일 수 없었던 그 공간의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여러모로 느껴지는 바 충만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긴 세월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공간을 다시금 출발선으로 삼아, 또 다른 여행동선을 그려봄직도 하다. 작년에 재작년에 가봤던 홍콩이라면, 지금의 홍콩은 타이콴에서부터 또 다른 도시를 그려낸다.

 
▲ 그간의 장막과 포장을 걷어내고, 타이콴은 2018년 가을부터 홍콩여행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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