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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펜서 F 어드벤트 다크 포스 (PS4)

기사입력 : 2016년 05월 29일 03시 36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지난 2013년 쌍십절, 컴파일 하트社에서는 다소 특이한 컨셉을 장르명으로 건 게임을 발매한 적이 있었다. 일본인들 스스로 잘 쓰는 비유인 '갈라파고스'란 단어를 게임에 이입시켜서, 진정 일본에서만 먹히도록 고안된 취향 존중형 게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바로 그 첫 번째 작품의 이름은 PS3용 '페어리 펜서 F'.

'페어리 펜서 F'의 가장 큰 특징은 JRPG 특유의 설정놀음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서양 롤플레잉처럼 독자적인 세계관과 깊다 못해 딥다크한 음영을 넣었다는 건 아니고, 다들 잘 아는 '모에'와 '중2병' 개념과 전형적인 JRPG 게임시스템을 뭉친 쪽이었다. 그러다보니, 일본쪽 게임에 익숙하다면 튜토리얼 안해봐도 그냥 진행이 되겠고. 어째 인적 구성만 봐도 엔딩이 예상되는 그런 게 좀 있다.

보고 즐기는데 최적화되어 있어서, 정말 취향 맞는 사람들에게는 흐믓한 타이틀이 되었던 것이 '페어리 펜서 F'의 평가였다. 물론 취향이 안 맞다면 꽤나 밉보이는 건 불가피. 그렇게 3년여가 흐르고 난 지금 현 시점에, PS4 버전으로 본작을 파워업한 완전체가 나왔다. '페어리 펜서 F 어드벤트 다크 포스'란 범상찮은 이름의 이 작품은, 스토리를 늘리고 설정을 더 늘렸다. 그렇다, 그런 것이다.

 
▲ 'JRPG 장르 특성 중에서 캐릭터 속성만을 극대화했을 때'가 어떤 의미인지를 보게 된다.

단점은 명확하다. PS4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않는다. 비주얼 퀄리티가 좀 옛날 스타일. 그렇다고 해서 고사양 PC에서 에뮬레이터 돌리는 것처럼 빠른 쪽도 아니다. 그 쪽은 또 평범함. 아무래도 이런 타입은 요즘 때 게임 시작했다면 낯설기는 낯설 것 같다. 아미가와 MSX 시절부터 게임하던 사람들이나 그 쪽 맛 아는 사람들은 괜찮게(?) 느껴지지만, Full HD 시대 이후 게이머는 좀 힘들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페어리 펜서 F 어드벤트 다크 포스'도 그렇고, 갈라파고스 RPG 장르 자체가 요구하는 입문 조건이 그 옛날부터의 일본게임 경험치가 아닌가 싶다. 이게 참 민망하게도, 동인 게임과 미소녀 게임에 대한 경험 유무에 따라서 생각나는 것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어느 정도 나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그런 게임 디자인이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근 10여년 전부터 서양에서 워낙 좋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바람에 게이머들의 눈높이는 그 쪽 기준에 맞춰진 형편이다. 때문에 콘솔에서도 소위 '일본 게임을 좋아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스스로 컬트한 부류가 되는 일종의 커밍아웃 같은 의미를 담는 요즘이다. 그런 판국에 '페어리 펜서 F 어드벤트 다크 포스'처럼 일본색 맥시멈인 게임은 게임성을 떠나서 취향의 문제. 제작사는 이걸 노린 듯 싶다.

 
▲ 게임 시스템 쪽은 상당히 디테일하다. '설정놀음'이라는 용어에 충실하달까.

그냥 똑같은 게임을 플랫폼만 달리하게 되면, 리마스터나 리메이크 같은 개념이 개입되게 된다. 비주얼 퀄리티와 게임 경험 향상이 주안점이 되는게 일반적. 그런데 '페어리 펜서 F 어드벤트 다크 포스'는 그런 쪽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일본 게임이 확장판을 낼 때에는 게임 볼륨 이 하나에 집중하는 패턴을 띄는데, 이 왕도를 걸어 버렸다. 스토리와 캐릭터 풀을 늘려 버린 것이다.

플레이 다회차에 따라서 사신편과 마신편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고, 본작에서 못 보던 캐릭터를 보게 된다. 또한 전투는 6명 편성으로 늘어나면서, 그럼에도 본작과 같은 속도감으로 게임을 동일하게 즐기도록 고안되어 있다. 그냥 필드를 관광하기에도 좋으라고, 이동속도가 늘어난 건 덤. 액션게임은 아니라지만, 속 시원하게 다니는 건 그 옛날 도트 게임 시절의 향수까지 어른거린다.

'요즘 기준'이라는 측면에서 '페어리 펜서 F 어드벤트 다크 포스'를 평가한다면 정말 노리고 나온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워낙 미국과 유럽에서 대작들이 속출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 모습을 보면, 과거에 비해 매우 위축된 일본 장르물 게임의 현주소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맛이 감돈다. "천조국 같이 못할 바에, 아예 옛날 방식으로 회귀했을 때" 어찌 보면 이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 '갈라파고스 RPG 프로젝트' 이름값을 PS4에서도 만나자.
 
15세이용가 / 평점 : 7점(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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