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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 티맥스OS, 10년 전과 지금의 달라진 존재 의미

기사입력 : 2019년 08월 23일 21시 22분
ACROFAN=권용만 | yongman.kwon@acrofan.com SNS
여러 가지 의미에서, 립서비스든 아니든 흔히 한국을 ‘IT 강국’이라 칭하는 것을 흔히 듣는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는데, 한국은 ‘IT 소비 강국’일 뿐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인구 수나 경제 규모 등을 생각했을 때, 다른 분야 대비 IT 부분의 규모가 좀 더 두드러지는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한국의 IT 생태계는 외산 제품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위에서 상당한 수준의 ‘현지화’를 거친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이런 부분은 한국 IT의 잘 보이지 않는 역량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히고는 한다.

10년 전 여름, 티맥스는 ‘타도 MS’를 외치며 개인 PC용 OS로 ‘티맥스 윈도우’를 정말 자신만만하게 발표한 바 있지만, 그 결과는 씁쓸함을 넘어 참담하게 끝났던 바 있다. 꿈은 클수록 좋다고 하지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사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결과로 티맥스의 OS 사업부는 삼성전자에 인수되었고, ‘타이젠’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티맥스의 PC용 OS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있었던 모양이고, 이름도 바뀌고 꿈의 모습도 조금은 현실적으로 바뀌었지만, 2010년대 마지막 광복절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개인용 ‘티맥스OS’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티맥스OS’는 OS로의 평가 이전에 한국 IT의 ‘국산화’에 대한 불신의 근거로 아주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것도 같다. 지금의 티맥스OS는 또 다른 데비안 계열의 리눅스 배포판 중 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티맥스는 이 OS에 대해 ‘국산’이자 ‘윈도우 호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10년 사이에 개인용 PC에서 운영체제가, 윈도우가 가지는 의미도 꽤 많이 바뀐 것도 분명하다. 직접 써 본 티맥스OS는 여전히 못미덥고 불신을 씻어내기는 한참 모자란 모습이지만, 단지 지금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10년에 한 번 올’ 기회의 문턱에 올라간 모습으로도 보인다.

▲ 10년도 넘게 실체에 대해 말이 많았던 그것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10년 만에 실체가 공개된 이 티맥스OS는 이제 그 근본을 데비안 계열의 리눅스에 두고 있다. 발표된 버전의 커널은 4.19.0.3-amd64로, 이전의 시연 버전이 32비트에 PAE를 활성화시켰던 것에 비하면 좀 더 나아진 모습이다. 그리고 그래픽 엔진과 윈도우 호환은 자체 기술력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생각하면 이 말을 그냥 믿기도 좀 껄끄럽다. 애플리케이션 패키징 관리자는 익숙한 apt-get을 쓰는데, 빈약한(?) 리포지터리 문제로 그리 깔끔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기본 브라우저 말고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설치하려 했지만, 라이브러리 의존성 측면에서 번거로운 일이 생겼다.

요즘의 리눅스 배포판들은 굳이 예전처럼 소스 코드를 받아 배포하는 게 아니라, 각 배포판별 리포지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티맥스OS에서 이 역할을 담당할 소프트웨어센터에 등록된 앱은, 직접 해 봤을 때는 6개였는데 며칠만에 한 개가 줄어든 것 같다. 이 중 의미가 있는 리스트라면 보도자료에 이야기했던 카카오톡과 GIMP 딱 둘만 있다. 심지어는 카카오톡은 단지 윈도우용 설치 페이지 링크만 있는데, 일단 설치는 된다. 이 외의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려면, 딱 20년 전의 리눅스 배포판들처럼 애플리케이션과 사용된 라이브러리의 의존성 등을 한땀한땀 확인하면서 가야 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런 수고를 하면서 티맥스OS를 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기본으로 포함된(?) 애플리케이션은 웹브라우저 ToGate와 오피스 스위트 ToOffice가 있다. ToGate는 일단 브라우저 정보로는 크롬 72 기반인데, 이전의 시연에서 보여줬던 것이 크롬 99 였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좀 정상적이다. 오피스 스위트는 소개에 비하면 기능이나 성능 모두 기대에 미치지 않지만, 기본적인 기능 정도는 어떻게든 된다. 물론 이 정도로 MS 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기업도 MS 오피스를 다른 대안 오피스 스위트로 교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러 모로, 의욕은 넘쳤지만 현실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자체 기술’이라는 의욕이 넘친 것이 독이 되어 돌아온 듯한 느낌도 강하게 든다.

▲ 지난 10년 동안 세상이 바뀐 덕에, 역사의 전환기에 서게 된(?) 티맥스OS

사실 ‘티맥스OS’만 보면, 티맥스는 PC용 OS를 보는 시각이 1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경쟁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보고 있으며, 윈도우 앱 생태계와의 호환성에 대한 고집도 그렇다. 그래도 10년이 지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대한 집착은 더 이상 나타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티맥스가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잃어버린 10년’은 역설적으로 이들에게도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이는 2010년대의 마지막이라는 정말 절묘한 시기에서 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제 운영체제의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일단 10년동안 운영체제의 의미와, 기대하는 수준이 크게 달라졌다. 이는 이제 일반 사용자들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기반이 개별 단말이 아니라, 상시 연결된 네트워크와 인터넷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 PC의 애플리케이션 사용 시간 통계를 내면, ‘웹브라우저’가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의 변화를 이끈 것은, 지난 10년간 화려한 황금기를 구가했던 ‘모바일 시대’다. 이제는 오히려 PC보다 모바일 쪽을 우선하는 서비스도 흔하며, 모든 단말 플랫폼을 묶는 핵심 플랫폼은 ‘웹’이다. 즉, 이제 핵심 플랫폼은 ‘브라우저’인 셈이다.

하드웨어의 추상화와 애플리케이션의 플랫폼이라는 의미에서의 OS 모델을 가장 극적으로 탈피한 OS 모델이라 하면, 개인적으로는 ‘크롬 OS’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최소한의 리눅스 환경과 크롬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한 이 운영체제는, 예전이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몇몇 특별한 요구조건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반이 되는 OS는 윈도우든 맥OS든 리눅스든 별 상관 없이, 이 플랫폼에서 ‘크롬’을 실행하고 나면 그 다움부터는 아무 상관이 없어질 수도 있다. 여전히 윈도우 환경은 강력하고 편리하지만, 이 역량이 다 필요한지는 다른 고민의 영역이다.

▲ 윈도우 7의 지원 종료 시점과 맞물려, PC 뿐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교체 기회가 온다

티맥스OS의 등장 시점은 다분히 전략적일 수 있는데, 이미 공공기관 공급을 위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 2020년에는 윈도우 7의 연장 지원이 종료된다. 이제 윈도우 7과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아주 밀접하게 업무 시스템을 만들었던 기업이나 기관은, 윈도우 10으로 가면서 시스템을 일부 수정하고 갈지, 혹은 현대적인(?) 시스템으로 가면서 윈도우 종속성까지 탈피할지를 고민할 시점이다. 당장 지금까지도 업무용 PC에서 윈도우 7 호환이란 측면이 진지하게 검토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일말의 의문이 있지만, 이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분명한 기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10년에 한 번 올’ 기회는 몇 년 전의 ‘윈도우 XP 지원종료’와는 또 상황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 시절 한 번 고생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란 것이 ‘IT 시스템은 꾸준히 진화해 가야 한다’ 가 아니라, ‘다음에는 완벽한 우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운영체제의 보안 패치조차 ‘리스크’로 관리하는 경우라면 더할 나위 없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업무에 활용되는 환경 내에서 정말 ‘완벽한’ 제어권을 가지고 계속 사용할 수 있을 듯한 티맥스OS와 기반 시스템이면 솔깃할 결정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당장 매끄럽진 않겠지만 이건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업무 등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등 도구의 활용이 아주 제한적이고, 사용되는 하드웨어들 또한 몇 가지 안되게 규격화되어 있는 환경이라면, 현재 티맥스OS의 제한적인 호환성이나 성능 같은 부분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거의 임베디드에 가까운 폐쇄된 환경이라면, 범용적인 윈도우보다 잘 커스텀된 리눅스가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시스템과 업무 환경 전반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사용하는 문서 형식에 이르기까지 바꿔야 될 필요가 생긴다는 것이지만, 이 모두가 검토될 수 있을 만한 기회의 시기가 지금이기도 하다. 물론 이 기회는 윈도우 뿐 아니라, 지금까지 잘 다듬어져 온 다른 리눅스 배포판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말이다.

▲ 소스코드 공개 페이지가 있기는 한데,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는 없었다

물론 여전히 티맥스OS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고, 사실 곱게 볼 수가 없을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산’과 ‘자체 기술’을 강조하지만, 지금까지 이게 진짜 자체 기술이었던 경우보다 단지 눈속임이었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티맥스는 티맥스OS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잘 밝히려 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체 기술에 대한 집착 같은 모습은, 오히려 향후 OS 이후 생태계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공개 날짜를 8월 15일로 잡은 것은 운영체제 기술의 독립을 상징적으로 선포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편, 현재의 티맥스OS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오픈소스의 열매만 따 먹고 싶고 존중이나 기여 같은 부분은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도 받는다. 소스코드가 공개되기는 했으나 이걸 기여로 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 오픈소스 코드 공개 페이지는 외부에서 과연 이것을 찾아 들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한, 기자간담회에서 소스코드 공개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제품 공개 이후 적절한 시점에’ 라고 예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이 또한 순서가 잘못되었다. 오픈소스를 존중하고 있다면 이 둘의 순서는 최소한 동시에, 혹은 바뀌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티맥스의 입장은 그 때보다는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모바일과 클라우드의 대두는 상대적으로 로컬 PC에서 운영체제가 가지는 의미를 꽤 많이 줄였고, 이제는 정말 ‘탈 윈도우’를 제시해 볼 만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공공 기관에 공급 사례까지 만들어 내기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이 경쟁하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안에서 리눅스 서브시스템을 돌리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10년 전과 별반 차이 없이 PC용 운영체제에서 윈도우를 잡고 광활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씁쓸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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