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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 내연기관이 최정점에 다다르니 아무래도...

기사입력 : 2019년 09월 29일 11시 11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 SNS
슈퍼카 위에 하이퍼카라는 것이 있다. 페라리 – 람보르기니 - 포르쉐가 슈퍼카 3총사. 하이퍼카는 선정기준에 따라 여러 벤더들이 물망에 오르는데, 현재는 부가티 – 파가니 – 코닉세그 – 애스턴마틴 – 멕라렌 등 다섯 곳 정도가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 받는다. 공통점은, 제일 싼게 몇 억, 한정판 어쩌구 하면 100억 넘긴다는 점 정도. 엔진 스펙이 어떻고, 제로백이 어떻고 하는 건 아무래도 돈에 가려 안 보이는 게 인지상정. 이처럼 비싼 차들이 한국에 회사 차리고 판매 중인 경우들도 점점 느는데, 부가티, 파가니, 코닉세그 이 셋 정도만 임포터로 들여오지 나머지는 다 총판이나 지사들이 한국에 있다.

그런데 이들도 최근의 전기차 트렌드를 외면하진 않고 이것저것 많이들 한다. 내연기관과 전기차 기술을 합친 하이브리드도 간간히 외신으로 나오고 있고, 포르쉐는 타이칸이라는 양산차 출시 계획을 글로벌하게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이렇게 동력원이, 석유에서 전기로 바뀌는 것이 대세. 아무래도 이렇게 된 배경에는, 내연기관으로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도 연비 0.1리터 아끼는 거나 제로백 0.1초 빨라지는 거 외엔 할 게 없다 싶을 정도로 기술력이 농익은 것도 한 요소일 수 있다.

엔진에서 할 거 다해본 듯한 느낌적 느낌이 벤더 사이에서 없는 건 아닌지라, 상품성이라는 개념 아래 다양한 시도들이 줄잇고 있다. 센터페시아에 화면 넣고, 그걸 키우고, 여기에 터치까지. 이런 3단계 논법이 차 내 구석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간에서는 ‘옵션질’이라고 치부하긴 하지만, 엔진 하나 나오면 그거 하나 갖고 밸브 수와 용량 나누는 거 외엔 달리 할 일도 없는 여건에서 사람들 사게 판촉하자니 별 수 다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 세일즈보단 쉽다 해도, 마케팅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걸 보여주는 현장이랄까? 아무튼.

▲ 맥라렌 GT의 혁신은, 앞태가 아니라 뒷태.

최근 국내에서 쇼케이스를 가진 맥라렌 GT는 벤더가 가진 고민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안전도 편의도 현존 최고의 기술로 도배를 해놓고 보니, 딱히 무어라 할 부분이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러기지 베이’. 슈퍼카 매니아라면 기겁하겠지만, 이 차는 엔진룸 위에 짐칸을 올려서 엔진이 아니라 짐이 보인다. 골프채 백 둘 나란히 놓으면 딱 맞는 그런 부피임에도 짐 없으면 서운한 내부 마감을 보게 되는지라 무언가 과시할만한 명품 백이나 캐리어라도 괜히 넣고 다녀야 할 비주얼이다.

엔진룸에서 고동치는 메탈몬스터를 보는 재미까지도 다른 차에서 보시라고 하는 패기가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할 거 다해서 무얼 더 해야 하나 고뇌가 느껴지는 부분. 물론, 이렇게 하면 머신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닌 생활수단이나 액세사리로서의 차를 염두에 두는 이들에겐 배리에이션이 상당히 폭 넓은 건 사실이다. 어차피 엔진 안 보이고 커버만 있는데, 그 위에 뭐든 올려둬야 고급 차 끌고 다니는 멋이 나니까. 패션에서 패션 소품까지 영역을 확장해서 개성을 담보할 정도로 무언가 많이 변해가는 건 아무래도 눈치 챌 수 밖에 없는 그런 부분이랄까.

자동차의 존재 의의에서, 이제 앞으로 예상되는 변곡점은 크게 두 가지다. 추진기관의 변경과 완전자율주행의 대중화 등 두 가지 포인트다. 후자야 따로 다루기에도 광범위한 주제라 차지하고, 전자인 추진기관의 변경은 석유에서 전기로 동력원이 바뀌는 단순하나 매우 빠르게 이행되는 추세여서 10년 정도면 다른 세상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100년 넘게 버틴 내연기관이 그 끝을 바라보게 되면, 다시금 자동차 벤더들은 원점에서 사람들을 유혹할 그 무언가를 그 옛날 트렌드에서 끌어올 공산이 크다. 유행은 돌고 도니까, 패션보단 길었지만, 자동차에서도 그 루틴이 오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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