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개, 그 지명조차 갯벌에서 유래했을 만큼 갯벌에 기대어 사는 고장, 전남 보성 ‘벌교’에는 물때가 다가오면 밭에서 갓 딴 배추, 젓국, 토란 탕, 시금치 등 집 반찬을 싸 들고 갯벌로 향하는 어머니들이 있다.
찬 바람 부는 갯가에 어머니들이 펼쳐낸 집 반찬 뷔페. 일명 ‘들밥’이라 부른다는 이 수수한 밥을 먹고 어머니들은 그 밥심으로 평생 갯벌에서 꼬막잡이를 하며 자식을 키웠단다. 따듯한 위로이자 힘이 된다는 들밥 한 그릇. 과연 어떤 맛일까?
경남 함양군 평정마을에는 청국장을 팔아 5남매를 키운 이복임 어머니가 있다. 팍팍한 도시살이에 지쳐 10년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 신보원 씨는 연로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청국장 일을 돌보는 중이다. 마음이 고단할 때마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수와 무채 비빔밥이 그토록 그리웠다는 아들.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고수 무채는 허기진 마음마저 달래주는 위로의 음식이었단다. 겨울 채소 고수와 무채 비빔밥, 그리고 청국장으로 차려진 밥상에 마주 앉은 모자에게는 소박하지만 행복이 넘치는 모자의 촌밥 한 그릇이다.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