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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 코로나19 사태가 없애버린 ‘우리가 알던 그 세계’

기사입력 : 2020년 03월 21일 12시 53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 SNS
실물경제 종사자 입장에서, 지난 음력 설 연휴 이전과 이후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역병의 조짐이야, 으레 중국에서 신종플루와 사스에 이어 또 무언가 나나 보지만 그 때처럼 ‘지나가리라’란 태도로 대했던 건 다들 마찬가지. 그런데 그렇지 아니했고, 역사는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을 지나 수백년 전 페스트 시절 기억을 꺼내드는 형편이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했던 혼란과 파국은 이제 현실이다. 그로 인해, 우리가 기억하던 그 세계는 이제 추억 저 넘어로 영원히 흘러가 버렸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뉴 노멀만이 우리 수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상식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을 목도할 따름이 되었다. 그나마 한국 혼자 방역을 정공법으로 해 사람 살기는 조금 낫다고 하지만, 한국만 나은 거지 한국 밖은 그 참상이 이루 말도 못할 지경이다.

▲ 인류의 인구 구조가 바뀌는 걸 역사책이 아니라 실시간 현황으로 보게 되어서 마음이 매우 좋지 않다... (출처 : 코로나보드 coronaboard.kr)

역사적인 참상이 현실화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언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양쪽 모두에서 기존의 자세와 생각을 항구적으로 버려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제는 과거처럼 살 수도 없고, 미래는 그저 미지수만 가득한 안개 속이다.

먼저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중국 옆에 있는 아시아 국가가 한국이라는 물리적인 명제가 존재한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동양인 대상 혐오범죄가 동아시아 인종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내가 한국인이다, 나는 중국인 아니다, 일본인도 아니다’ 같은 건 무의미하다. 중상이나 사망 아닌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 지뢰밭이 한국 국경 밖 모든 영역이 되었다.

당연히 별의별 보고가 외무부와 경찰 등등에 답지하는 형편. 그 바람에 BBC에 강경화 장관 인터뷰가 그리 나온 것일테고, 정부에서 계속 해외에 노하우 제공의 대가로 한국인 차별 방지를 요청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게 점점 더 확산된다는 점. 때문에 해외 언론과 유명 작가들에게서 혐오를 멈추고 인류가 연대하자는 메시지가 점점 더 강하게 자주 나오는 중인데, 이는 그 혐오가 점점 더 커짐과 비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은 나빠질 뿐,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KT 위성매각 논란이 있었던 것과 더불어 방송국과 통신사 차원에서 해외 지국을 경제적인 이유로 정리하거나 매각하는 일들이 잦았다. 그 결과, 해외에서 한국 재외국민과 동포들을 방호할 기관 차원의 안전선이 영구히 증발되었다. 사실 그것들은 냉전의 유산. 이제는 돈으로도 못사는 라이센스들이라서 복원될 길도 없다. 그래서 이를 대체했던 것이 현지 여행사 랜드사 가이드들과 선교사 한인교회 정도.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은 붕괴를 넘어 소멸되는 판이고, 한인교회는 특정 집단의 모략으로 해외 현지인들이 적대감을 집중시켜 눈이 벌개져서 축출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민간에서 하나 만든 방호선이 무너진 셈.

이 지점에서 언론인으로서의 삶도 흔들리게 된다. 한국 안에서야 천지 분간 못하고 정권 교체만이 살 길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실정인데, 그게 유력언론 기사와 바이럴이 쌍끌이 하던 포털 서비스 룰에서 지난 15년여 동안 가능했던 농간. 기자와 홍보만이 본다는 그 공간에서 하던 대로 알던 대로 하던 그 행위들이, 이제는 한국 언론은 게토인지 할렘인지에 스스로 갇히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성 운운해 봤자, 독자는 안 본다.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다.

게토야 연합군이 부셨고, 할렘이야 거부 할 수 없을 많은 돈들이 부순 곳. 포털에서는 언론을 그리 대하라 그러기 좋으시라고 딱 모아 놓아 놨다. 거기에 독자들은 융단폭격. 이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은 걸 대행사 쓰든 뭘하든 언론홍보를 통해 기사로 보이게 만든다. 이렇게 되니 전통적인 개념의 저널리즘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되찾을 길이 요원해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언론의 힘을 보여줄 계기는 오직 정권교체라는 식으로만 여전히 나라 망신에 매진 중이라, 해외에서 오는 정보들도 한국 언론 기사들을 그냥 일종의 특정 성향의 텍스트 풀로만 한정 짓는 게 굳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먹던 욕들과 같은 대접을, 이제는 국경 밖에서도 똑같이 받게 되었다. 마치 전 세계의 딱 한 나라인 중국의 기자들과 동일체로 같아졌다.

외신들이 한국 소식을 전할 때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을 지닌 인물들을 배제하는 형태로 인사권을 발동해 서서히 변화를 주고 있다. 인사권이 있으니, 노이즈와 자기 의도가 명확한 월급쟁이는 없애는 걸 본격화했다. 그리고 민주당 정권에 다국어화를 직접 하게 유도했다. 한국 언론사 기사 통할 필요를 차츰 없애버리고 있다. 이게 국경 밖에서 돌아가는 분위기다. 국내 포털 운영사들까지도, 외신들의 유탄이 속속 날라 들어가는 중이라 이 부분도 그들의 해외사업에 어찌 악영향을 줄지 중요한 포인트로 표면화되었고. 언론이 그냥 인터넷 서비스 장사가 아닐텐데,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그들도 똑같이 이르렀다.

▲ 대한민국이 ‘전 세계 위기 극복의 선봉’ 씩이나 하는 국뽕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제 우리 모두, 남은 생애 모두 후손들을 위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삶을 되찾기 위한 여정으로 내몰렸다. (출처 : 코로나보드 coronaboard.kr)

언론사를 경영하는 퍼블리셔 입장에서, 발등의 불은 매출 확보와 수금, 그리고 후원 모금이겠다. 설 연휴 이후가 극명하게 다른 건 사업하는 입장에서 자영업자 같아서. 극복해야 할 위난이고, 그래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으니 할 건 해야 되겠다. 이게 딱 현재의 입장.

문제는 해외에서 한국을 보는 눈이 매우 냉혹해졌다는 측면이다. 대한민국과 민주당 정권에 대한 호감이 매우 극적으로 좋아지는 형편.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외신 레벨에서 인류의 공적 취급으로 거르는 판국. 이미 해외에서는 현 정권을 주역으로 칭송하며 이를 자국 정권교체의 재료로 활용하려는 모양새가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국내 언론사들은 눈치 없이 현 정권 교체에 눈이 멀어 있으니 해외에서의 한국 언론사 대접이 나아질리 없다. 그 와중에 한국 내 개인과 단체는 유튜브와 자체 매체 보강으로 한국 언론사 배제하고 해외 외신과 단체들과 직거래가 한창이다. 그 규모는 날로 더 커질 것이고. 이러한 여건에서 해외에서 움직이기 위한, 그것도 이전보다 더 유연하고 강력해지기 위해선 어째야 하나 고민이 깊다.

분명한 건, 자사 독자노선의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경력직들을 어찌 보는지, 그 회사와 기사를 어찌 다루는지 뻔히 보는 형편에서 느낌이 매우 싸늘하다. 다른 회사와 연합하거나 경력직 모아 뭘 어떻게 하는 건, 적어도 해외 대상으로는 보여선 안될 그 무엇이다. 게다가 해외 현지 교민들의 두 축인 랜드사와 한인교회가 그 토대를 망실해가는 상황에서 그 둘에 기대 무얼 도모한다는 건 근 20여년 정도는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 되었다. 참 어려운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한국 부자들이 수틀리면 한국 밖으로 나가면 된다는 말을 거두고, 현 정권 치하에서 오랫동안 여기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열심이라는 요즘이다. 지구별에 역병이 창궐하니, 남 탓 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걸 다들 머리로는 받아들인 모양. 바이러스란 게 그런 존재다. 사람이 아닌 것이, 가끔씩 역사를 확 바꾼 주역으로 이름 남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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