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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20여년 세월을 넘어 기억이 리마스터드 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기사입력 : 2020년 11월 22일 22시 33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98학번 99군번인 탓에 더 기억나는 일이겠지만. 한국이 IMF 구제금융으로 난리 나 있던 1998년에, 프랑스에서는 역대급 뮤지컬이 하나 초연되었다. 그 시절에 ‘당연히’ 가서 본 건 아니겠고, 제대하고 난 뒤 그 무렵 DVD 재생 소프트웨어로 Xing 이라던가 Real 같은 걸로 돌려보는 소스로 DVD 포맷 다루면서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야 유튜브에서 라인업 별로 풀 스테이지 또는 대표곡 클립 보기 쉽다지만,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도 뮤지컬에 빠져들던 길이 있었다.

이후로 세월이 참 긴 것이, 초연 원년 멤버들이 한 명 합류해 월드투어 돌던 시절도 또 한국에서 한글로도 입에 맞아 떨어지게 잘 번안해서 극 올리던 시절도 여럿 꽤 오래 쌓이고 쌓여 버전 별로 비교해보는 그런 여유까지 프랑스에서 참 멀고 먼 한국 땅에서 부릴 수 있는 요즘이다. 이처럼 경험에 빗대 여러 버전을 비교해 보는 것은 그래서 참 귀한 심미안이겠는데, 무려 노트르담 드 파리를 그리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뮤지컬 팬덤이 예전과 참 다르다.

대표곡인 아름답다(Belle) 같은 경우엔 노래방에서 남성 3중창으로 부르기 좋은 곡으로도 알려져 있고, 분위기 참 컬트해 진다 싶어도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나 ‘대성당들의 시대’는 목이 못 따라가도 반주 듣고 있기에도 괜찮다 싶은 곡들이다. 무엇보다, 번안이 매우 잘된 편이어서 쏭 쓰루(Song-Through) 특유의 하드코어한 흐름을 잊고 끌리는 파트만 골라 즐기기에도 관객 입장만큼은 편안해진 요즘이다.

 
■ 어언 20년, 세월이 시간이 갈고 닦았다면 이렇게 되는 듯...?

사실 유럽에서 나온 뮤지컬들은 국적 별로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극 요소가 강조되는 게르만 쪽이나 캐릭터가 강조되는 프랑스 스타일이나, 다들 유행 따라 관객들 취향 따라 인기가 들쭉날쭉한 편. 스테이지에 오르고 명멸해 가는 극이 한 둘이 아닌 형편에서, 한국인들의 대중적인 인기를 끌자면 매우 특별한 측면이 여럿 우리나라 사람들과 겹쳐져야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노트르담 드 파리’가 이 먼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는 건, 뭔가 한국 아이돌 연습생이나 그룹들을 보는 듯한 그런 면모가 있다. 스테이지에 오르는 퍼포머들 역량을 극단적으로 끄집어내는 그 치열함은 명불허전. 아무래도 이거에 다들 끌리는 게 아닐까 싶다. 이야기와 캐릭터들까지 그러니 내내 달리고 달리는 극단성이 나름의 개성으로 또 매력으로 자리매김한 듯 싶다.

이야기와 스토리와 캐릭터와, 그리고 노래까지. 무려 노래는 대사 하나 없는 쏭 쓰루. 극에 나서는 배우들만 하겠느냐 싶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보는 사람도 지치는 그런 측면이 있다. 때문에 마치 KBS2 ‘1박 2일’ 요즘 시즌처럼 과거에 비해 독기 빼고 가는 걸 보고픈 때도 가끔은 있겠다. 그런데 또 원년 멤버 초월했다고 소문이 난다면야 프랑스 가서 보고 싶단 생각도 동시에 들고. 꽤 관객을 이율배반적으로 만드는 그런 측면이 유구하게 있다. 특히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는...

 
초연 자체가 공연이란 이벤트의 극단을 긁는 면모가 있어서 그런지, 보는 입장에서도 바라는 방향이란 게 극단적인 측면이 생긴다. 감동이라기보다는, 사람 갈리는 모골 송연한 느낌이 강했던 초연 버전의 감상이 여전한 가운데, 그걸 초월하거나 아니면 데자뷰를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여럿 그 무언가’를 찾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한국에서 원년 멤버 ‘다니엘 라부아’가 참여한 버전은 후자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멀티 캐스팅은 캐릭터 스타일을 분화시켜 볼 기회를 한국 관객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런 측면이 강하다. 콰지모도, 에스메랄다, 그랭구와르, 클로팽, 페뷔스 등은 더블, 프롤로와 플뢰르 드 리스는 트리플이다. 이게 한국어 공연이라면 배우 실력 따지는 게 빠르게 갈텐데, 알면 모르겠지만 관객 대다수는 영 모를 프랑스어 공연이라서 그런지, 배우 본연의 실력보다는 퍼포머의 분위기나 배우가 내재시킨 캐릭터의 소화 정도를 기존에 봤던 공연과 영상들과 비교해 볼 시간차가 생긴다. 그러면서 특정 배우를 따라가기 보다는 자기 취향 조합이 가능한 묘한 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번 한국 공연에서 극 자체의 완성도를 따져 본다면, 음악과 조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연 자체가 워낙 ‘레전드 오브 전설’ 레전설이긴 하지만, 지금 와 남은 영상물을 보다 보면 그 시절 유로비트처럼 템포가 빠른 곡들이 꽤 거칠게 들린다. 팝 성향이 강조되다 보니, 가다듬을 부분들이 뮤지컬로 좁혀 본다면 언젠가 지나쳐야 할 숙명이랄까. 그리고 초연 녹화물들이 VHS, DVD 시절이다 보니 라이센스 공연 때 어느 정도 보정이 진행되던 조명 퀄리티도 본토박이들이 어찌 손봤나 볼 수 있는 기회다. 무려 우리나라 안에서.

■ 제2의 ‘오페라의 유령’으로...? 한국에서 기운 받아갈 뮤지컬이 될까

영상업계에서 그러하듯, VHS에서 DVD로 갔듯이 이제 블루레이도 4K UHD냐 8K 업그레이드냐 하는 시대다. 초연 당시의 기억은 추억으로 또는 기준으로 남더라도 극 자체를 ‘리마스터드’ 해야 더 긴 생명력을 확보할 시점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뜨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지만. 동시에 그 진화의 과정이란 것을 거치지 못하면 몰락하기 십상이어서 팬이라면 꽤 신경 써줄 부분이다.

한국은 그런 측면에서 기회의 땅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 공연계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상업성과 안전을 확보하면서 멀티 캐스팅으로 극의 완성도를 진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작년 말부터 여름까지 전국순회를 한 ‘오페라의 유령’. 객지 타향 온 해외 공연인들의 생업 보장은 물론, 부산 드림씨어터의 경우처럼 국내 뮤지컬 인프라의 최적화까지 두루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겠다.

팬 입장에서는 갈 수만 있다면야 다회차 정주행으로 캐스팅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 선사될 것 같다. 당장은 그 정도 수준에서 시작할 수 있겠고, 향후에는 관객들이 선정한 최고의 조합이 역사에 길이 남을 ‘노트르담 드 파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상상도 하게 된다. 특히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신성(新星) 콰지모도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램도 든다. 초연 멤버인 가루(Garou)가 너무 강렬했던 관계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그 쪽 밸런스가 안 맞아서 안타까워 하는 일이 새로운 라인업이든 라이센스든 연이어졌는데, 이젠 과거의 기억을 덮어 씌울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는 UHD 블루레이 정품으로 최고의 공연을 두고두고 돌이켜 볼 기회도 두루 캐스팅을 거쳐보며 한국에서 우리나라에서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초연 영상을 보며 받은 감동과 마찬가지로, 후대에서도 더 퀄리티 좋은 기록물로 ‘노트르담 드 파리’ 팬덤의 생명력을 길이길이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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