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작품들은 EMK를 통해 한국으로 적극 수입되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비슷비슷한 익숙한 스토리라인과 군상극같은 캐릭터 부각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호응을 얻는 중이다. 한국에서 10주년, 공연 차수로는 7연에 이르는 대성공을 이끈 ‘뮤지컬 레베카’ 역시 이 명콤비의 활약으로 성사된 작품. 특히 한국에서는 이번 7연 공연이 이뤄지는 블루스퀘어를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인식하게끔 만든 대표작으로 명성이 높다.
작품의 배경은 대사에서도 언급되듯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 주로, 대서양에 바로 접한 휴양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작중에서는 명문가의 본가가 소재하였다고 표현되긴 하나 날씨가 무슨 스코틀랜드 최북단 북해 연안지역처럼 그려진다.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고딕 스릴러 풍의 분위기도, 작품소개에서 언급되었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의 영향이 큰 편이어서 원작소설과는 사뭇 다른 포스를 풍긴다.
어두운 분위기? 딱 그 정도 선에서 그간 내려오던 것들이 7연에서는 귀기까지 더하는 형태로 그 모습을 새롭게 했다. 레베카의 망령? 맨덜리의 귀신들? 그리 지켜보는 듯한 씬에서는 사람의 눈을 형상화한 하나하나 한 짝을 이룬 불빛이 배우들과 관객들을 노려보는 듯 그 존재감을 나타낸다.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씬에서는 동 떨어진 하나하나의 불빛 정도로 긴장도를 순화시킨다. 이는 점점 더 자아가 강해지는 나(I)라는 캐릭터의 자각과도 그 흐름을 같이 하기에, 끝나고 보면 레베카와 나(I)의 기싸움까지 연상되는 효과도 있겠다 싶은 측면이다.
공연장 무대를 감싸는 아치형 ‘ㄷ’ 자 프레임은 공연의 위치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이 강조되었다. 무대 안에서 각종 장치들이 현장의 생동감을 전해주는 건 여전하나, 이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그간 그리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7연에서는 그 곳이 어떠한 곳인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조명을 받는 형태로 다른 시간과 장소 임을 관객에게 리마인드시키는 고유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레베카’의 'R' 표식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이기는 순간을 형상화하기에 제4의 벽 넘어에서 서사의 결과를 다시금 확인시키는 측면까지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댄버스 부인’ 캐릭터가 쿠팡플레이로 인기를 끌고 있는 SNL코리아를 통해 밈화 된 지 오래이긴 해 그 캐릭터만 대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긴 하나, 극 자체를 관람한다면 나(I) 라는 캐릭터가 주인공 맞다. 다들 일관되게 정체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홀로 강해지는 캐릭터랄까? 다들 고집 부리는 와중에 홀로 성장하는 캐릭터 답게 극중 관객의 시선을 모아가는 흐름을 이끈다. 구박받던 안주인이 파워풀한 가장의 반열에 오르는 게 숙녀 분들에게 그래서 인기를 얻는 요인. 특히나 활동적인 걸로 보이나 내면은 정반대로 유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막심을, 속된 말로 멱살 잡고 캐리하는 2막에서의 활약을 본다면 댄버스 부인에 가려져서 그렇지, 본극의 장기적인 흥행과 인기는 나(I)에서 나온단 걸 새삼 실감케 해준다.
반면, 밈과 짤 등으로 가장 알려진 댄버스 부인이라는 캐릭터는 과거에 파묻히다 못해 침잔하는 캐릭터로 무대를 꽉 채운다. 팍팍 질러대는, 가창력 전투력 측정기다 싶은 넘버가 그야말로 이 캐릭터의 전부다. 특히 이번에 리사가 연기한 댄버스 부인은 ‘집착’이라는 측면이 다른 배우들보다 더 강조된 느낌이다. 표독함과 광기가 기본으로 깔린 가운데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특정한 감정을 더함으로서 차이라는 걸 갖게 되는데, 리사는 집착이라는 걸 고른 느낌이다. 이는 서사적으로 자기 파멸적인 결과에 당위를 부여함으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나마 이게 본작 분위기를 흐리지 않도록, 뜬금없는데에 경도되지 않도록, 여타 사람들의 이야기와 온기로 어두움을 극복하는 형태로 적당히 무마되는 듯 싶다. 소설과 영화가 스릴러라고 해서, 꼭 뮤지컬까지 그럴 건 없기도 하겠고. 이를 교통정리하려는 듯, 조연과 앙상블들까지 총동원되는 형태로 극의 활기를 극대화하는 게 정답이 맞다 공감하는 입장이다. 특히 주연 외의, 다른 뮤지컬 작품들에 비해 조연과 앙상블들의 높은 서사 참여 비중은 완성도 측면에서도 꽤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새삼 괜스레 뮤지컬 포스터에 ‘(그동안의) 완벽을 넘어섰다’고 표현한 게 아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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