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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고프로 히어로 12 블랙’ 현세대 액션캠의 최정점

기사입력 : 2023년 09월 20일 13시 36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한 때 영상으로 이것저것 테스트했던 시절에 만졌던 고프로는 5세대였다. 소니 액션캠과 저울질 하다가 보유 중인 장비가 핸디캠이고 카메라고 다 소니 브랜드 일색이다 보니, A/S가 편해 액션캠을 선택했던 게 상당히 먼 옛날이다. 이후로는 지인들 덕분에 체험 자체는 매 세대 해봤으나, 꽤 정적인 촬영 스타일 탓에 액션캠에 크게 무게를 두지 못했다.

액션캠이 필요하게 된 건, 아무래도 요즘 유행이 그러해서다. 밥 먹을 때에도 커피 마실 때에도 눈 앞에 간혹 액션캠 들고 혼자 앵글 보며 말하기 바쁜 사람들 보는 요즘이기도 하고, 일선 취재 현장에서도 기사 외적으로 영상 제작을 하는 동업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액션캠 쪽을 다시금 테스트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되는 시점이다.

▲ 속칭 ‘똑딱이’면 혹 모를까, 핸디캠이나 카메라로 영상 녹화하기에 부담 가는 야외에서는 액션캠이 최고 존엄.

취미도 주업도 영상이 아니기에, 아직은 펜과 사진 양쪽을 오가는 선이다. 글 쓰는 쪽이야 어휘력이 중요하니 책 보고 단어가 애매하면 사전 찾아 보는 게 일. 반면 사진은 투자하는 만큼 산출물이 좋아진다. 이건 꽤 중요한 주제가 되는데, 사진 일을 20년 넘게 하고 있다 보니 필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위 ‘장비빨’이 투박한 표현인 ‘생산성’과 동기화된 탓이다.

사진으로 기사를 다룰 때에는, 연사로 많이 찍은 뒤에 그 중 쓸 거 뽑아서 간단히 편집/보정 정도 하고 CMS에 입력하는 게 일이 되겠다. 이 때 장비의 발전은 업무를 쉽고 빠르게 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이뤄졌다. 연사 수가 늘고, 후보정 할 필요없이 바디 차원에서 오토 밸런스 잘 잡아주고 그런 방향으로. 액션캠 역시 그간의 발전 방향이 카메라 쪽과 대동소이하다.

현재 기준 고프로 액션캠의 최신 모델인 ‘고프로 히어로 12 블랙’은 화질이야 산업표준 이상으로 상회하며 늘려와 5.3K까지 되었고, 비트레이트로 8bit는 당연하고 10bit도 하자면 하는 경지다. 전후면 스크린도 정착되었고, 11세대까지 은근히 아쉬웠던 마운트 상태에서 세로촬영 디폴트도 12세대부터는 기본 지원이다. 데이터 뺄 때에 5GHz WIFI 성능도 더 빠릿빠릿, 유선으로도 USB 외장 스토리지 자동인식에 복사속도도 발군이다. 지금까지 ‘좀 더 좀 더’ 거렸던 것들이 한 번 크게 수렴되어 완성형이 된 듯한 그런 구성이다.

▲ 방수방진 기본 하우징치고 배터리/메모리 슬롯 개폐가 쉽다. 게다가 본인처럼 볼헤드 핫슈 마운트 쓰기 좋으라고 ‘마운트 홀’이 최초로 생겼다.

4K까지만 딱 되던 시절에 나왔던 민원이 뭐냐면, 잘라쓰기 좋게 오버 사이즈로 녹화하게 해 달라는 거였다. 정적인 환경에서는 삼각대 위에서 녹화 눌러놓고 끝날 때까지 스크린 구경하는 식으로 해도 일이 되니까 상관없으나, 온갖 흔들림이 발생하는 아웃도어 레저, 스포츠 환경에서는 주변부를 깍아내지 않으면 그림이 안 나오는 게 좀 있다. 그래서 5.3K가 앞서 지원되고 그랬으나, 이번에는 10bit 등 상위규격 제공 외적으로 흔들림 보정과 컨트롤 등이 보다 손쉬워진 게 특징이다.

물리적인 운용 측면에서는 ‘마운트 홀’ 생긴 게 참 이색적이다. 사실 이거에 대한 불만은 10여년 전 1, 2세대 제품 때 가장 거셌다. 액세사리 팔자고 독자규격 밀어붙이는 게 어디 보는 듯 하다(...) 그랬던 게 그리 옛날이다. 다들 이젠 수긍하고 그냥 고프로 규격대로 쓰는 게 정착된 요즘일 때에, 뜬금없다 싶이 나온 게 바로 마운트 홀. 그런데 참 재미있는 사실이, 이번에 12세대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생각 들게 만든 게 이거다.

기존에 캠코더와 카메라 등으로 4K 이상 고해상도 찍던 사람들은, 애당초 핫슈 호환 안되니까 굳이 따로 투자하는 정성이 있지 않으면 고프로는 상상도 안했다. 10, 11세대부터 하드웨어 스펙이 상당히 올라와 좀 눈길이 간다는 수준이었으나, 아무래도 경쟁사 제품들이 속속 이런 입장인 사람들의 마음을 가로채는 게 점점 많아진 탓인지 고프로까지 이제 이 영역으로 들어왔다. 가장 탐나는 비주얼 퀄리티인 걸 기존 영상장비 인프라에서 바로 운용 가능해진 덕분에, 앞으로 미러리스 정도 쓰던 분들은 드디어 고프로 12세대를 테스트해 봄직한 환경이 되었다 싶다.

▲ 고프로 순정 앱인 ‘고프로 퀵’ 갖고도 현장스케치 수준의 영상기사 처리는 충분히 가능한 요즘이다. 때문에 12세대가 세로촬영 기본지원인 건, 생산성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부분이다.

모노 스크린 생겼다고 좋다고 하던 시절 기억한다면 MTP 그냥 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WIFI로 스마트폰에 바로 영상 데이터 카피해 속성으로 편집 가능한 ‘고프로 퀵’이 키포인트 아닌가 싶다. PC로 빨리 카피하는 것도 이제는 산업표준 평균을 상회하는 체감이긴 하나, 사실 취재현장에서 곧장 LTE나 5G로 편집본 송출하고자 한다면 일단 PC로의 카피 자체가 에러다.

15년 전에 나온 카메라 바디로 RAW 찍어도 기사에 쓸 사진은 충분히 만든다. 포토샵으로. 사진기자용 카메라의 발전이 이 포토샵 갈 일 줄여주는 쪽으로 간 게 다 이번 12세대 고프로에도 투영되는 건, 현장에서 바로 바로 쓸 요소들은 드디어 다 갖췄다는 그런 의미가 있어서다. 쭉 영상 해온 분들에게는 약간의 편의성 향상 수준이겠지만, 장기간 손 뗐거나 여전히 사진만 다루던 이가 보기에는 ‘풀프레임 대중화’ 정도의 쇼크가 이번 12세대의 진면목이다.

퀵은 그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 편집을 속성으로 해내는데 유용한 편이다. 여기에 더해 12세대 고프로가 오니, 평소 그렇게 쓰던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고프로 리모트 컨트롤 하면서 이것저것 해보기 편해진 게 실감난다. 지금 당장은, 보다 나은 화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더 긴 배터리과 발열 해소 정도 외엔 딱히 아쉬울 거 없는 수준의 작품인 듯 싶다.

▲ 정적인 환경에서의 활용은 여전히 아니다. ‘액션캠’ 이름값 맞는 환경에서 쓰자.

고프로는 아웃도어 레저/스포츠 분야에서 대성하여 이제는 브이로그 필수품으로 자리매김된 지 오래다. 빼어난 하드웨어 스펙과 더불어, 세대를 거듭하며 아쉬웠던 부분들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아가는 중이기에 이번 12세대는 어지간히 까다로운 유저라고 해도 한동안 명품으로 기억할 법한 완성도를 갖췄다.

물론, 여전히 실내에서의 정적인 활용에는 이름대로 아직은 아니다. 공냉과 수냉이 거듭되는 외부에서는 고프로 발표대로 개선된 거 같지만, 실내에서 거치형 활용으로 쓰기에는 전작 대비 개선폭이 상대적으로 그보다는 덜하게 느껴진다. 아직 실내/실외 통합 챔피언은 아닌 상황이라, 이 부분에서의 욕심은 안 부리는 게 맞겠다 싶다.

그래도 외부활동에 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델이다. 5.3K 규격 지원이니 오버 사이즈는 컷해 활용해도 될 듯 싶고, 이러면 외부에서 꼭 포커싱하느랴 신경 쓸 여지도 줄어든다. 어떻게 보면, 11세대보다 숫자로는 큰 차이 못 느껴도 실제 쓰임새에서 편의성 하나는 과거 모델들을 역사의 저 편으로 보낼 고프로계의 명작이 이번 ‘고프로 히어로 12 블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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