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서 멀리 떨어지세요. 버려진 탱크 가까지 가지 마세요. 절대로 버려진 장난감에 손대지 마세요. 응급 센터에 전화하세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22개월간 지속되며 지뢰나 불발탄 폭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아동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뢰와 불발탄 폭발로 피해가 우려되는 우크라이나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지뢰 인식을 높이고 위험에 대비하고자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파트너 기관이 개발한 ‘지뢰 위험(Mine Danger)’ 보드게임은 참여한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려 차례로 말을 움직이면서 위험을 피하는 방법과 지켜야 할 규칙을 배울 수 있는 교육 도구이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지뢰와 불발탄으로 사망하거나 다친 인구는 최소 1,068명으로 추정된다. 하루에 최소 2명이 지뢰로 인한 피해를 당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7만 4천 평방 킬로미터가 지뢰로 오염되면서 채 2년이 안 된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매설된 국가로 등극했다. 전투가 중단된 지역조차 지뢰와 불발탄 매설되어 있어 여전히 심각한 위험으로 남아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뢰를 전부 제거하는데 최소 757년이 소요되며 370억 달러가 필요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와 같은 폭발 무기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자 지뢰 피해 예방 교육을 진행한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남부 지역에 지뢰 위험 보드게임을 6천 개 이상 배포하고 지뢰 위험 인식 개선 수업을 제공한다. 올해 말까지 인식 개선 수업에 참여한 아동, 부모, 보호자, 지역사회 주민의 수는 1만 7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선에서 불과 70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 사는 아동 일리야(7세, 가명)는 지뢰에 대한 두려움으로 땅을 밟는 것을 거부하곤 했다. 하르키우 지역에 사는 일리야의 가족은 5주간 끊임없이 이어진 전투와 폭격으로 집이 손상되고 뒷마당에는 지뢰가 떨어졌다.
일리야의 아버지 세르히(가명) 씨는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지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두 개가 우리 집 뒷마당에 떨어졌고 이웃집에는 대여섯 개가 떨어졌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집이 불에 탔을 것이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리야의 어머니는 “아이가 한동안 밖을 나가려 하지 않았다. 밤새 우리가 보지 못한 동안 누군가 지뢰를 심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약간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지만 뛰어 다니지도 않고 풀을 밟으려 하지도 않는다. 포장된 도로로만 걸으려 한다. 어른인 나도 무서워서 남들이 걸어간 길만 걷는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소니아 쿠쉬는 “2년 가까운 전쟁 동안 우크라이나 국토의 지뢰 오염은 두려운 수준이 이르렀고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교전이 중단된 지역에서조차 아동과 가족들은 폭발물로 인한 위험에 처해 있다. 아동은 폭발로 인한 외상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7배 더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아동은 내딛는 발걸음 하나에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놀면서 성장해야 한다. 분쟁의 영향을 받은 우크라이나 아동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권리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인도적지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2월 24일 전쟁 후 대응 활동을 전면 확대했다. 2023년 상반기에만 약 4천 972만 달러(한화 약 652억 7천만 원)의 인도적지원 기금을 지원해 전 세계 인도주의 기관 중 7번째로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 2023년 10월까지 우크라이나 아동 80만 4천 명을 포함해 총 203만 명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지원과 교육 및 아동보호 분야의 인도적지원을 펼쳤다. 특히 아동 5,239명을 대상으로 아동친화공간 내에서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사례 관리를 통한 아동보호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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