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FAN

[OSS 2017 보스턴] 글로벌 커뮤니티와 IT 강국 한국 위상의 괴리감

기사입력 : 2017년 05월 18일 20시 03분
ACROFAN=권용만 | yongman.kwon@acrofan.com SNS
이번 오픈스택 서밋 2017 보스턴은, 개인적으로는 행사의 시작과 끝을 지켜본 네 번째 서밋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2년간, 매번 오픈스택이 제시하는 키워드는 바뀌어 왔는데, 이번 서밋의 키워드는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꼽는다면 3C보다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2.0’과 ‘커뮤니티 주도’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지난 1년간은 확실히 프로젝트의 위상이 전반적으로 올라가, 관련 프로젝트와 커뮤니티들의 구심점 같은 존재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특히 최근의 서밋에서 강조된 부분으로는, 자주 오픈스택과 함께 사용되는 프로젝트들과 커뮤니티들과의 협업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서밋들에서부터 비중을 높여오던 타 커뮤니티들과의 협력 측면은 올해 ‘오픈소스 데이’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기도 했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 프로젝트도 이번 서밋에서 아주 활발하게 다루어져, 이번 서밋의 공동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한편 개최지가 아무래도 미국 본토인 만큼, 참가한 사람이나 기업들 또한 영어권 국가인 경우가 많았지만, 아시아권에서도 중국과 일본 정도는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정도였다. 특히 중국의 사례는 등장하는 사례 하나하나가 세계 최대 수준의 규모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오고 가면서 참가자들 정도를 봤을 뿐이고 국내 기업 등이 진행하는 세션 등도 찾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오픈소스를 보는 시각에 대해 보고 들은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 씁쓸한 느낌도 있다.

 
▲ 이들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찾기는 꽤 어렵다

최근 IT 업계 전반에 ‘표준 기술’과 ‘오픈 소스’가 대세처럼 번지게 된 데는 지난 수십년간 기술적 측면에 휘둘려 온 기업들의 반성과 기술적 종속에서의 독립의 열망이 큰 이유로 꼽힌다. 이는 기술 변화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차이이기도 한데, 지금까지는 비즈니스 전반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술 기업들에 휘둘려 왔다면, ‘표준 기반’은 이 변화의 흐름에서 몇몇 기업이 가진 기득권을 없애고, ‘오픈 소스’는 이 흐름 자체를 지금까지 고객의 입장에 있던 기업들이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현재의 오픈 소스 커뮤니티들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 개인 개발자가 아니다. 이미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 기술 개발과 기여 측면의 경쟁을 통해 프로젝트 전반의 흐름을 자신들의 방향에 유리하게 가져오려는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물론 전쟁터라고 해서 언제나 싸우기만 할 수는 없고, 나무에서 가지가 마음대로 무한하게 뻗어갈 수 없듯, 나름대로의 협의를 통해 모두가 타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에 오픈소스 솔루션으로의 접근에 있어, 단순히 ‘비용’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 나와있는 가장 기본적인 ‘오픈 소스’들이 현재 필요한 것들에 맞지 않으면 수정과 개발도 해야 하고, 이를 커뮤니티에 기여함으로써 방향성의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전처럼 단순히 쓰기만 하겠다고, 비용이 저렴해 보인다고 오픈소스로 접근하는 것은 나중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시기가 오며, 비용보다는 장기적인 지속성 등의 측면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 한국의 ‘흔적’을 찾기 힘든 이유는 기존의 ‘소비 모델’에 기인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이번 서밋을 보면서 나름 IT 강국이자, 상징적인 시장이라고 자부하던 국내 시장이 오픈 소스에 관련된 참여나 기여 사례가 참 드물다는 것도 새삼 느낀다. 굳이 오픈스택 쪽이 아니더라도, 한국 시장은 글로벌에서 꽤 독특한 특징을 가진, 그리고 아주 배타적인 갈라파고스 같은 성격을 가진 시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솔루션의 생산보다는 ‘소비’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는 성격도 가지고 있으며, 이 시장에 맞는 생산의 결과가 외부에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

조직에서 아직 IT 관련이 주도권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한국 시장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사례는 ‘구축’과 ‘소비’ 쪽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소비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기존의 ‘기술적 주도’를 담당하던 기업이었고, 이런 능동적인 것 같은 수동적 소비 모델은 어찌 보면 참으로 마음이 편한 모델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구축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밖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고, 검증된 외부 조직으로 동원된 SI 들은 오픈소스를 쓰는 시대에도 기여도 측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모습이 정부의 규제나 프로젝트 등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업무나 서비스 관련 프레임워크가 갖춰야 할 조건을 정의함에 있어, 조건의 정의가 아닌 제품명을 지정하는 것은 예전 시대에는 통했겠지만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수많은 갈림길과 배포판이 존재할 수 있는 대 커뮤니티 시대에는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경우는 오픈소스 기반이지만 오픈이 아닌 상황이 되어, 결국 그 마지막은 예전 세대의 것들과 별반 차이 없어지게 되지 않겠나 걱정이 든다.

 
▲ 앞으로 글로벌을 이끌어가려면,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일 것

세상 만사가 그렇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흘러가는 기본 법칙 중 하나는 ‘기브 앤 테이크’일 것이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하고,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오픈소스들에 적용되는 라이선스 조건 중 가장 위에 있는 게 보통이다. 이걸 가져다 쓰는 만큼, 이것으로 뭔가 다른 것을 만들어 냈다면 커뮤니티에 환원함으로써 모두의 발전을 이루어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에 근거하면, 한국 시장은 아직 오픈소스를 받아들일 준비도, 자세도, 성과도 그리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샆다. 물론 단지 오픈소스 기반의 제품을 사서 쓰고만 싶다면 괜찮지만, 변하는 건 없다.

또한 새삼 생각나는 것으로, 지겹게 들어온 ‘한국형’ 에 대한 논란도 있다. ‘ActiveX’로 대표되는 금융 등에서의 공인인증 체계 등, 독자적인 체계를 외치며 세계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은 혼자만의 흐름을 만들고, 이제는 완전히 블랙박스화되어 돌이킬 시점을 한참 넘어간 느낌이다. 이것이 애초에 오픈 커뮤니티 형태에서 논의 진행되던 방식이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한다.

한편 기여 측면에서는 최근 씁쓸한 뉴스를 마주하기도 했다. 국내 모 업체가 외국의 오픈소스 기반 라이브러리를 사용함에 있어 GPL 위반으로 고소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또한 오픈소스를 단순히 공짜로 공개된 소비형 모델로만 봤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오픈소스는 공짜가 아니고, 받은 만큼 주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그리고 정치 뿐 아니라 이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도,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이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만들다! 신개념 퍼포먼스마케팅 플랫폼 '텐핑'

[명칭] 아크로팬   [제호] 아크로팬(ACROFAN)    [발행인] 유재용    [편집인] 유재용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재용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