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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벨라 R-Dynamics SE D300 시승기

기사입력 : 2017년 08월 26일 19시 09분
ACROFAN=권용만 | yongman.kwon@acrofan.com SNS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최근 가장 관심이 높은 영역이라면 역시 SUV 부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로는 초소형 CUV와 크로스오버에서부터, 위로는 RV에 도전할 만한 고급 대형 SUV에 이르기까지, SUV 시장은 더 넓고, 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SUV 형식에서 오는 장점을 모두 취하면서도, 오프로드 주행보다는 온로드 주행에서의 성능과 편안함을 추구한, 온로드형 SUV들이 현재 SUV 시장에서 완전히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이런 시장의 움직임은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SUV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브랜드들도 온로드 중심의 SUV와 크로스오버로 이 시장에 접근하려 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SUV를 다루던 브랜드들은 매끈한 온로드 위주의 새로운 모델과 세분화된 세그먼트로 역량을 확장해 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시장의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 오기도 하는데, 재규어랜드로버의 입장에서, 이 변화는 두 브랜드 모두에 기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레인지로버 벨라(Range Rover Velar)는 기존 레인지로버 브랜드 라인업에서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에 위치하는 중형 SUV 모델로, 레인지로버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도 갖추고 있지만, 온로드 중심의 성격을 표방하고 있다. 이 모델은, 레인지로버의 헤리티지를 명확하게 이어받으면서도 최신 트렌드와 기술이 만나, 레인지로버의 과거와 미래를 한 번에 보여주는 모델이자, 레인지로버 패밀리 라인업을 완성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 2017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처음 모습을 보였던 ‘레인지로버 벨라’

라틴어로 ‘감추다’ 또는 ‘장막’ 이라는 의미의 ‘Velare’에 기원을 둔 ‘레인지로버 벨라’라는 이름은 1969년 단 26대만 만든 레인지로버 프로토타입의 개발명이기도 했으며, 약 50년 만에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레인지로버 벨라는 레인지로버의 헤리티지를 이어 받으면서도, 앞으로의 시대를 여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레인지로버를 표방하고 있고, 레인지로버 특유의 디자인 DNA를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적인 재해석이 적절히 가미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기존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스포츠와 비슷한, 익숙하다면 익숙한 레인지로버의 최신 디자인 요소들을 기반으로, 디테일을 더 다듬었다. 플로팅 루프와 클램쉘 모양의 보닛은 기존 레인지로버의 주요 요소를 계승했고, 힘있게 솟아오르는 웨이스트 라인은 오프로드 등에서의 기능성과 함께, 특유의 실루엣과 균형잡힌 익스테리어를 완성하는 요소다. 측면 디자인 또한 간결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캐릭터 라인에 있는 펜더 벤트를 통해 차량의 역동성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휠 베이스는 2,874mm로, 전장 4,803mm 안에서 전방 오버 행을 짧게, 리어 오버 행을 길게 잡음으로써 전체적인 균형을 잡고, 전장에서 오는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19인치에서 21인치에 이르는 휠 또한 이런 비율을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든다. 또한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는 LED를 활용해, 높아진 디자인의 자유도를 십분 활용하기도 했는데, LED 헤드라이트는 슬림한 디자인에서도 이전보다 높은 광량을 제공하며, LED 테일라이트 또한 정교한 형상으로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한편 레인지로버 벨라의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으로는 자동 전개식 플러시 도어 핸들이 있다. 레인지로버 벨라에서 최초 적용된 이 자동 전개식 플러시 도어 핸들은 평소에는 들어가 있다가, 스마트 키를 통해 도어의 잠금을 해제하거나, 핸들에 숨겨진 버튼을 누르면 올라와 문을 열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차량이 잠기거나 8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을 시작하면 도어 핸들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며, 매끈한 옆면의 디자인 뿐 아니라 공기 역학 효율성과 연비를 향상시키는 효과도 제공한다.

 
▲ 인테리어는 레인지로버 특유의 기조 속에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 센터페시아에 있어야 할 버튼들은 정전식 터치 인터페이스와 두 개의 다이얼로 모두 숨겼다

인테리어는 레인지로버 특유의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새로운 터치 프로 듀오(Touch Pro Du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새로움을 제공한다. 이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존에 센터페시아 쪽에 있던 다양한 기능 조작부를 두 대의 정전식 터치 스크린으로 통합해, 아주 매끄러운 디자인을 완성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고급 가죽 등의 소재로 실내를 마감해, ‘레인지로버’에 기대할 만한 고급스럽고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두 대의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상단 디스플레이에서 내비게이션이나 인포테인먼트 등의 기능을, 하단 디스플레이에서 공조 장치나 전지형 주행 반응 시스템 등 차량 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하단 디스플레이에는 두 개의 아날로그 다이얼로 터치 스크린의 조작성을 보완하며, 유연한 터치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운전자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었다. 한편 스티어링 휠에도 정전식 스위치를 탑재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스포츠 커맨드 드라이브 포지션 설계가 적용되어, 성능 중심의 디자인과 호화로운 편안함이 조화를 이룬다. S, SE, R-dynamic SE 모델은 10방향 조절 앞좌석 파워 시트와 히팅 및 운전석 메모리 기능을 제공하며, R-dynamic HSE 및 First Edition 모델은 20방향 조절 가능한 앞좌석 파워 시트와 히팅 및 쿨링, 마사지 및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뒷좌석에도 난방 조절과 전동식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이 제공되어, 약간의 각도 조절을 통해 좀 더 편안한 탑승이 가능하다.

비교적 긴 휠베이스에서 나오는 넓은 공간은 다양한 기능들로 더욱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본 적재 공간은 448리터로, 뒷좌석은 4:2:4 분할 폴딩이 가능하고, 최대 1,731리터의 적재 공간을제공한다. 한편 앞좌석 쪽의 분할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된 센터 암레스트와 함께 곳곳에 실용적인 수납 공간이 마련되었으며, 조수석에서는 두 개의 USB 포트와 3개의 12V 전원 소켓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간단한 킥 모션을 통해 테일게이트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제스처 테일게이트 시스템’ 도 적용되어 있다.

 
▲ 엔진 라인업은 세 가지, 작명 기준은 ‘출력’인 것이 특징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총 세 가지 엔진 라인업을 가지고 있으며, 세 엔진 모두 인텔리전트 스톱/스타트 기술과 함께 스마트 재생 충전 기능이 탑재되어 제동에 의한 운동 에너지를 회수, 도심 주행 시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엔진 라인업은 240마력과 51kg.m 토크를 내는 D240 인제니움 2리터 4기통 트윈 터보차저 디젤 엔진, 300마력과 71.4kg.m 토크를 내는 D300 디젤 3리터 V6 트윈 터보차저 엔진, 380마력과 최대 토크 45.9kg.m을 내는 P380 3리터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엔진 이름이 모두 출력에 맞추어져 단순하게 명명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중 D240 엔진은 일반적인 2L 디젤 엔진들 대비 성능이 꽤 높아져 있고, 3L 급 엔진에 가까운 성능을 내는 것이 눈에 띈다. 또한 레인지로버 벨라의 주력 엔진이 될 D300 엔진도 여타 3L 디젤 엔진보다는 높은 출력을 갖추어, 0-100km/h 6.5초의 동력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변속기는 모든 엔진 구성에서 8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되며, 변속 충격이 거의 없도록 설계되어 있고, 변속 전략은 드라이빙 스타일과 주행 모드에 따라 지능적으로 제어된다.

구동계는 후륜 기반의 지능형 AWD 시스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와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ll Terrain Progress Control)이 탑재되어, 온, 오프로드 양쪽에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지능형 토크-온 디멘드 AWD 시스템을 통해 휠로 배분되는 토크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브레이크를 활용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속 코너링 시에 언너스티어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원하는 주행 라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인테그럴 링크를 사용해, 핸들링 성능과 승차감을 모두 높은 수준에서 확보하고, D300 및 P380 모델에는 주행 모드나 상황에 따라 성격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 제어식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다. 이와 함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EPAS)로 매끄러운 주행 감성과 직관적인 스티어링 응답을 제공하며, 셀프 센터링 효과를 촉진하는 액티브 리턴 시스템이나,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라 응답력을 조절하는 가변 비율 시스템 등이 적용되어 있다.

 
▲ 경량 알루미늄 구조의 플랫폼은 같은 그룹에 있는 재규어의 모델들과도 이어진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 바디는 다양한 첨단 소재로 구성된 모듈러형 구조로, 약 82% 이상을 첨단 알루미늄 소재로 구성했다. 특히 차량 측면을 6000 시리즈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구성하면서, 강도를 유지하면서 패널 두께를 줄이기도 했다. 온로드 중심의 성격에 맞춰 루프에도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하면서 차량의 무게 중심을 낮췄고, 각 패널 접합부에는 셀프 피어싱 리벳을 사용하고, 익스테리어 곳곳에 마그네슘 크로스 빔, 탄소 복합 소재 등 다양한 첨단 소재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차쳬 경량화와 뛰어난 충돌 보호 능력을 구현했다.

안전 관련 기술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큐 어시스트, 어댑티브 속도 제한 등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들과 6개 에어백 등 다양한 안전 장치들이 결합되었다.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은 운전자가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 휠을 통한 햅틱 경고로 이를 알리며,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카운터 스티어링을 통해 차선 이탈을 방지한다. 또한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은 운전자의 차량 조작 상태를 모니터링해, 졸음 운전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운전자에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권고한다. 이 외에도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접근 차량 감지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주차 보조 기능에서, 360도 주차 보조 기능은 차량의 카메라들을 통해 스크린에 차량의 오버헤드 뷰를 표시하고, 장애물이 얼마나 근접했는지 얼려줘 좁은 공간에서 주차를 돕는다. 또한 ‘파크 어시스트’는 초음파 센서를 사용해 적절한 평행 및 수직 주차 공간을 파악해, 운전자가 주차 위치를 수락하면 차량이 자동으로 스티어링해주며, 운전자는 기어와 가속 페달,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된다. 이 외에도 견인 상태를 위한 반자동 첨단 견인 보조 기능은 트레일러 견인 상태에서 후진을 돕고, 히치 보조 기능은 차량을 트레일러에 보다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레인지로버 벨라는 ‘인컨트롤 리모트(InControl Remote)’ 앱을 통해 차량을 원격으로 잠금 및 해제하고, 잔여 연료량을 확인하거나, 차량의 주차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원격으로 시동을 걸어 온도 조절 시스템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에 설치된 랜드로버 앱을 사용하여 도난 당한 차량을 추적할 수 있는 ‘시큐어 트래커’ 기술과 자동 충돌 감지 및 최적화된 어시스턴스 서비스가 제공되는 SOS 긴급 출동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 시승 모델은 주력 모델로 기대되는 R-Dynamics SE D300

아크로팬은 레인지로버 벨라의 미디어 시승회 행사를 통해, 레인지로버 벨라 R-Dynamics SE D300 모델을 시승했다. 3L 엔진을 탑재한 이 모델은 레인지로버 벨라의 주력 모델로 꼽히며, 시승 코스는 주로 고속도로 등 온로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시승을 통해서는, 주로 일상 주행에서의 편안함과 고속 주행에서의 성능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특히 레인지로버 모델들이 제공하는 고급스러운 편안함 측면이, 레인지로버 벨라에서도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에 오르면 실내 전반의 구성은 편안하면서 아주 깔끔하다. 이는 화이트 위주의 인테리어 색상과 함께,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물리적인 조작 버튼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분위기이기도 하다. 계기판 또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올라갔으며, 총 3개의 스크린을 사용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다. 단지 이 새로운 조작 방식은 기능 전환과 조작 등에서 조금 번거로움이 느껴질 수도 있겠고,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진동과 소음은 잘 억제되어 있고, 처음 출발할 때부터 중고속 영역에 올라갈 때까지 아주 매끄럽게 속도를 올려 간다. 이 매끄러움을 확보하기 위해, 초반의 부드러운 출발에서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약간의 여유를 가지면 얻을 수 있는 쾌적함 측면이 더 크다. 초반 1,500rpm 정도부터 만만치 않은 토크를 쏟아낸다고 하지만, 이를 운전자가 거북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소음과 진동이 억제되고 거동이 안정적인지라, 실제 속도보다 체감되는 속도감이 좀 낮은 것도 이런 느낌을 주는 이유일 수 있다.

 
▲ 주행 모드는 다양한 상황과 함께, 차가 자동으로 상황을 설정하는 ‘자동’도 있다

 
▲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차량의 성격 뿐 아니라 조명 설정 등도 바뀐다

일상에서 컴포트 모드로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는,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소음이나 흔들림 등을 거의 걸러낸다.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며, 대부분의 상황에서 차분한 움직임을 보인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어느 정도 예측 범위 안에서는 충격을 꽤 많이 걸러내고, 방지턱을 빠져 나가자마자 바로 자세를 잡는다. 단지 이 예측 범위를 넘어가게 되면 앞에서는 대응이 되지만 뒤에서는 놓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온로드 주행성능에 집중한 SUV인 만큼, 고속 크루징의 느낌은 정말 감탄할 만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충격은 물론이고, 엔진 회전수가 높아져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풍절음 또한 꽤 고속 영역에 이르러야 들릴 정도로 잘 잡혀 있다. 이는 cd 0.32의 낮은 공기저항과 철저한 방음 대책에 기인한 부분으로 보인다. 그리고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에서도 차량의 움직임을 흔들림을 줄이며 차분하게, 매끄럽게 유지한다. 8단 변속기의 기어비 또한 크루징에서 편안함을 유지하는 데 한 몫 하며, 100km/h 전후에서는 1,400rpm 정도의 회전수에 머물 정도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의 성향이 좀 더 다이내믹하게 조절되며, 좀 더 높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면서 출력과 반응성 측면을 더 끌어낸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스포티한 사운드가 두드러지기보다는, 차분함과 정숙성을 유지하면서 매끄럽게 출력을 끌어내는 느낌이 꽤 훌륭하다. 토크가 두툼한 디젤 엔진이지만, 3,000rpm 이상의 회전 영역에서 출력을 끌어내는 느낌도 훌륭해서, 어떤 스타일로 달려도 레인지로버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리고 급격한 차선 변경 등의 상황에서도 큰 쏠림 등이 없이, 차분한 움직임을 보이는 부분은 감탄할 만 했다.

전동식 스티어링은 노면의 정보를 거의 걸러 내면서, 고속 코너링 시에는 꽤 독특한 답력 설정으로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주는 느낌을 받는다. 서스펜션까지 차분한 만큼 흡사 이 차가 스포츠 성향의 세단이나 크로스오버만큼 잘 달릴 거 같은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이 감각을 모두 믿으면 조금 위험할 수 있는데, 한계가 높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빨리 타이어가 무너지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토크 벡터링이 빠르게 라인을 안으로 말아 넣긴 하지만, 차량의 상황보다 피드백이 조금 과장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종종 있었다.

 
▲ 한국 상황에 맞춘 내비게이션에는 나름대로 센스 있는 코멘트가 나오기도 했다

 
▲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도 차량의 고급스러운 느낌과 잘 어울렸다

한편 차량 내부의 인터페이스 대부분이 터치를 기본으로 하는 부분에서는, 기본적인 인식률이나 화면 밝기 등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손에 땀이나 물기가 있다거나 하면 조금 곤란할 수도 있을 듯 하다. 또한 보조로 사용하는 다용도 로터리 스위치의 경우 작동 느낌이 불명확하고, 사용 시 늦은 반응이나 오인식 등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성능이 강화된 최신 시스템이지만, 인터페이스가 그 이상으로 화려해져서 사용에서의 쾌적함은 조금 아슬아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인터페이스의 한글화 측면은 꽤 훌륭하게 이루어져 있다.

시승 차량의 운전자 지원 기능으로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정도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은 차선을 꽤 정확하게 인식해 경고하지만, 진동을 통한 경고 시 도어 유리까지 떨리는 듯한 느낌이 고급감을 좀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운전자 지원 기능과 차량, 계기판 설정을 위한 스티어링에서의 조작부는 터치와 버튼 형식이 조합되어 있는데, 터치 부분의 조작감은 손가락의 상황에 따라 다소 아쉬움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한편 레인지로버 벨라의 ‘고급감’은 소재와 디자인 뿐 아니라, 수준급의 오디오 성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시승차에서는 메리디안(Meridian)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사용되었는데, 825W의 시스템 출력과 함께 방음 처리가 잘 된 차내에서 사용할 때 중고음의 선명함이 꽤나 돋보이는 설정이었다. 전반적으로 정숙성, 안정성이라는 측면이 두드러지는 레인지로버 벨라의 성격에 이런 고급 오디오 시스템은 꽤 훌륭한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보크와 스포츠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와 성격을 확고하게 찾아간 레인지로버 벨라

레인지로버 벨라는 여러 모로 등장에서부터 ‘절묘한 밸런스’가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 레인지로버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모델이자,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스포츠 사이에 들어가는 포지셔닝 측면에서 균형을 지키면서, 강력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레인지로버’ 다운 성격과 경쟁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하지만 레인지로버 벨라는 이런 어려운 과제를,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름대로 ‘레인지로버 답게’ 훌륭하게 해결해 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레인지로버 다운’ 모델이다. 최근 온로드 성능이 강조되는 상황에 순응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오프로드를 위한 배려를 남겼고, 날카롭게 조여진 성격보다는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방향을 지향한 모습이 보인다. 또한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사이에서,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양 모델 사이에 어색함 없이 들어가고자 했던 데 대한 많은 고민이 곳곳에서 보이기도 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날카롭게 감을 세워가며 타기 위한 차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세련된 디자인과 지금까지 전해져 온 레인지로버 브랜드 특유의 고급감을 느끼며, 차와 운전자 모두 여유를 남기고, 이 여유를 즐기며 타는 것이 이 차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온, 오프로드 모두 수준 급의 성능을 갖춘 만능의 모습이지만, 한 쪽으로 특화되었다고는 할 수는 없을 수준급의 만능 ‘제너럴리스트’ 같은 존재가 이 ‘레인지로버 벨라’ 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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