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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앤 슬래시 (PS4)

기사입력 : 2016년 07월 10일 23시 22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스페인의 인디게임 개발사인 어하트풀오브게임즈(a Heartful of Games)社의 게임이 한글화되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요즘은 인디게임들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핫한 아이템이니까 그러한 트렌드로 해외 수작들이 소개되는구나 정도로 심플하게 받아들였다. 사실이 그러하고, 그러한 루트를 통해서 한국 게임들도 나갈 꺼니까 더 그렇다.

이러한 흐름을 목도하면서 느껴지는 게 있다면, 콘솔에서 게임 하는 사람들은 어째 다 어디서 만난다는 그런 느낌이다. 갖고 있는 리소스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나름의 창작을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세대 모두가 누려온 그 게임들의 본류가 어디인지 일깨워주는 그런 측면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분명 말도 안 통하고 본 적도 없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구나 하는 그런 감상을 느낄 때가 많다.

게임 그 자체가 지닌 재미요소 외에 많은 추억들을 느끼게 해준다. 이게 무슨 모방이나 표절의 범주가 아닌, 같은 시대를 산 사람이니까 느끼는 그런 감성적인 측면이다. 블록 타입 미장센으로 감싼 레트로 게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것들이 지닌 변주는 그냥 지나가는 게임으로 보던 시선을 확 잡아채는 그런 힘이 있다.

 
▲ 게임은 파스텔 풍으로 꽤 밝은 편에 속하는데, 스토리 배경은 디스토피아의 전형이다.

어하트풀오브게임즈社에서 지난 2014년에 첫 선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하트 앤 슬래시'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와 세계관이 비슷하다. 기계와 로봇이 지배한 시대. 차이점이 있다면, 인류는 그냥 파멸. 배터리로도 못 쓰이고, 단지 인간들의 관념이 기계들의 인공지능 속에 살아 숨쉬는 그러한 배경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로봇이 알콩달콩 사랑을 추구하든 자유를 추구하든... 그건 로봇들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미션과 레벨 디자인들이 일종의 카우방 스타일이기 때문에, 난이도 체감이 다소 종 잡을 수 없긴 하다. 물론, 그래서 더 운빨에 의존하는 캐주얼 게임 스타일로 간단하게 때워 나가는 그런 패턴으로 가게 된다. 심각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맞서 싸워 나아가는 그런 느낌을 담고 있다. 첫 인상은 머리 꽤 써야 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하면 이건 이 게임을 너무 꼬아서 즐기는 그런 모습이 되는 것 같다.

올드 게이머라면, 잊고 지냈던 여러 게임들이 움찔거리며 튀어나올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그래피티만 못하지 '젯 셋 라디오'를 갑자기 한듯한 그런 느낌이다. 클래식 Xbox 콘솔이야 이제 전기도 안 먹어 다시 틀 수 없는 실정. 그럼에도 근 10여년 세월을 넘어서 그 때 그 느낌과 감상을 일깨우는 거 보면... 레트로 게임이 지닌 매력이란 걸 새삼 실감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 인디게임틱한 분위기가 있어서, 캐주얼 게임 정도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젯 셋 라디오 같은 레벨 디자인 속을 프리크리의 칸치 같은 캐릭터를 조종하며 디아블로 2 시절 카우방을 도는 느낌으로 간다고 하면 대략 개인적인 심상은 정리된 것 같다. 꽤나 자포네스크적 센스가 가득하다보니, 일본 콘솔 게임을 꾸준히 잡아온 올드 게이머들은 재미 외적으로 하다보면 데자뷰 떠오를 일들이 많을 것 같다.

게임 자체의 컨셉이나 패턴 자체가 특별히 희한한 시스템을 개발해 접목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미션 클리어한다는 개념으로 밀고 나아가는 형태로 게임을 클리어 해 나가다 보면 쿠에시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주인공을 보게 된다. 스토리 측면에서 (한글 자막 덕분에) 이런저런 철학적 시도는 있어 보이지만, 그게 특별히 시놉시스 분기를 만들어 가는 건 아니다. 그냥 보이는대로 가면 된다.

'하트 앤 슬래시'를 통해서 새삼 일깨우는 부분이라면, 우리의 추억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런저런 것들이 누구의 추억과도 겹친다는 그런 느낌이겠다. 콘솔이 고도화되면서, 이제 4K네 VR이네 하는 현 시점에서. 과거를 공유한다는 그런 감성이 저 먼 스페인 사람과도 공유된다는 걸 느끼는 건 참 묘한 일이다. '하트 앤 슬래시'는 완성도 외적으로, 과거가 있는 게이머에게 더 즐거운 게임이 아닐까 싶다.

 
▲ 올드 게이머 입장에서 보면, 기풍이 '젯 셋 라디오...?' 이런 느낌이 있다. 그런 게임.
 
전체이용가 / 평점 : 8점(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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