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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 블라인드 미투 게시판, 줄잇는 피해 고백

기사입력 : 2018년 02월 06일 20시 14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현직 검사의 검찰 성폭력 폭로 일주일, 대한민국 직장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신의 성폭력 피해경험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피해자들의 고백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이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2일 오픈한 익명 게시판 ‘#MeToo’가 도화선이 됐다.

블라인드의 ‘#MeToo’ 게시판은 블라인드의 다른 게시판과 달리, 작성자의 회사명을 노출하지 않고도 글을 쓸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신원 노출의 심리적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려는 블라인드의 장치다. 블라인드가 2일 해당 게시판을 오픈하자 피해 사례들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오픈한지 만 나흘이 지나지 않아 1,200개가 넘는 게시물이 등록됐다. 5분에 1개의 글이 올라오는 셈.

해당 게시판에는 지금 이 시각에도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거 여기 털어봅니다’, ‘차마 보내지 못한 사내 고발 메일을 공유한다’ 등의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미투 캠페인은 미국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성폭력을 행사한데서 촉발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이다. 해시태그 #MeToo와 함께 전세계로 퍼졌지만 한국은 신입사원, 인턴 등 일부 조직원들이 참여하는 것에 그치며 미투 캠페인의 성역으로 남았다.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조직 문화,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원인이었다.

- 성별과 소속을 넘어 피해자들의 연대로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미투 캠페인은 피해 여성들 간의 경험 공유에 그치지 않고 남성 직장인들의 참여로 한 단계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본인이 남성이라고 밝힌 한 블라인드 유저는 ‘6년 만났던 여자친구한테도 말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아홉 살 때 사촌형에게 겪었던 성폭행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 조직적 대처 방안 모색으로 진화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을 접한 사람들은 ‘이렇게 용기내서 글을 써줘서 고맙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글을 읽는 동안 마치 내 이야기 같아 마음이 아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피해자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캠페인이 전개되며 사회의 반응 역시 진화하고 있다. 블라인드 해당 게시판에는 성폭력 피해사례를 고백하는 글 뿐 아니라 ‘법적으로 생각해본 성희롱 대처 방법’ 등 피해를 당했을 때 대처 방법을 요약 정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조직내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뿌리뽑아야 할 범죄라는 인식 전환이 낳은 긍정적 변화다. 한국의 미투 캠페인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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