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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大 2차원문화연구회 성우 초청행사

아크로팬 : 권봉석 | 기사입력 : 2008년 11월 16일 22시 58분

우리나라에서 성우들의 활동을 접할 수 있는 분야는 TV 방송의 나레이션이나 애니메이션 더빙, 라디오 방송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CD를 내거나 각종 이벤트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일본 성우들은 위에서 열거한 활동 외에 음악 활동이나 인터넷 라디오 사회도 진행하고, 각종 이벤트에 출연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 성우들은 팬클럽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수 차례 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연예인’ 내지는 ‘아이돌(Idol)’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일본의 성우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이미지송을 직접 부르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여성성우들의 인기가 높아져서, 일본의 각 대학교들이 축제 기간에 접어드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되면 인기 있는 성우들의 경우 오늘은 A대학, 내일은 B대학 하는 식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이벤트에 출연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벤트에는 해당 대학교들의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해당 성우의 팬들도 참석해서 이벤트의 인기를 반증하기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처럼 일본 각지의 대학교에서 열리는 다양한 성우 관련 이벤트 중, 지난 2008년 11월 3일 일본 유수의 대학교 중 한 곳인 와세다(早稲田)대학교의 서클인 와세다대 2차원 문화 연구회(早稲田大二次元文化研究会)의 주최로 열린 이벤트를 소개한다.


인터넷을 통한 사전 신청에 많은 사람이 몰려


이번 행사는 일본의 연휴기간인 11월 3일, 도쿄(東京)의 신주쿠구(新宿区)에 위치한 와세다대 와세다 캠퍼스(早稲田キャンパス) 15호관 301호실에서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동안 진행되었다. 행사 장소는 약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인터넷을 통한 참가자 신청 뿐만 아니라 행사 당일 참가권 판매도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날 행사의 정식 명칭은 ‘코시미즈 아미&산페이 유우코 토크 라이브~아밋케 • 유우유의 작은 상자 스케치 in 와세다~(小清水亜美&三瓶由布子トークライブ~小箱sketch in 早稲田~)’로, ‘아밋케’ 와 ‘유우유’ 는 이번 행사에 등장한 여성 성우인 코시미즈 아미(小清水亜美)씨와 산페이 유우코(三瓶由布子)씨의 애칭이라고 한다.



▲ 행사가 열린 와세다 캠퍼스 15호관


코시미즈 아미씨는 2003년 성우 데뷰 이후로 ‘스쿨 럼블(スクールランブル)’의 츠카모토 텐마(塚本天満) 역,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マリア様がみてる)’ 의 호소카와 카나코(細川可南子) 역 등을 맡았다. 또한 최근 방영이 끝난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コードギアス 反逆のルルーシュ)’ 에서 코우즈키 카렌(紅月カレン) 역을 맡아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성우이다.


산페이 유우코씨는 2000년에 NHK BS2를 통해 방영된 ‘다! 다! 다!(だぁ!だぁ!だぁ!)’ 에서 사이온지 카나타(西遠寺彷徨)역을 맡아 데뷰한 뒤로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交響詩篇エウレカセブン)’ 에서 렌톤 서스톤(Renton Thurston) 역, ‘스쿨 럼블(スクールランブル)’의 하리마 슈우지(播磨修治) 역 등을 맡았다. 이후로 2007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Yes! 프리큐어 5(Yes! プリキュア5)’ 에서 주인공인 유메하라 노조미(夢原のぞみ) 역을 맡아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여성 성우이다.


아울러 두 사람은 모두 극단 와카구사(劇団若草)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소속사가 ‘프로덕션 바오밥(ぷろだくしょんバオバブ)’ 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이번 행사에 출연한 산페이 유우코씨(左), 코시미즈 아미씨(右)


이날 행사는 토크쇼와 두 성우가 벌이는 게임, 마지막으로 경품 추첨 순으로 진행되었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등장한 코시미즈 아미씨와 산페이 유우코씨는 학교 축제라는 컨셉에 걸맞게 직접 준비한 복장을 입고 여러가지 소도구를 들고 나왔다. 이런 소품들은 행사 마지막에 마련된 경품 추첨 코너를 통해 행사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전해졌다.



▲ ‘학교 축제’ 분위기의 의상을 입고 나온 두 성우


먼저 두 성우의 약력이 소개되었는데, 2000년 당시 극단 와카구사 소속이었던 두 사람 중 산페이 유우코씨가 먼저 성우로 데뷰한 뒤, 코시미즈 아미씨가 “나도 반드시 성우가 되겠어!” 라고 선언했다고.


이렇게 성우가 된 동기에 대해 코시미즈 아미씨는 “무대에 서는 배우는 키나 여러 가지 조건에 걸려서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성우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이 여성이라도 남자 역을 맡을 수도 있고, 키가 작은 등장인물도 연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연기자라도 폭 넓은 연기가 가능하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라고 밝혔다.



▲ 두 성우의 약력이 소개되는 모습


이어서 두 성우의 과거 주요 출연 작품이 소개되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후로는 같이 출연한 작품이 적었던 것에 대해 두 성우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 두 사람이 ‘스쿨 럼블’ 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소개되었는데, 이 사실에 대해 코시미즈 아미씨가 “까맣게 있고 있었어! (산페이 유우코씨가 맡은 등장 인물이) 내가 맡은 등장 인물하고 별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잖아!” 라고 폭탄 선언(?)을 해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 과거 출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성우


다음으로 올해(2008년) 두 사람이 출연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누군가가 갑자기 두 사람 뒤에 나타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처음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가 청중들이 “뒤! 뒤!” 하고 연신 소리를 치자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에서 상당히 높은 비중을 가진 캐릭터인 롤로 랑페르지(Rolo Lamperouge) 역을 맡은 미즈시마 타카히로(水島大宙) 씨가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미즈시마 타카히로씨 역시 프로덕션 바오밥 소속이며, 코시미즈 아미씨와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에서 같이 연기한 적이 있다. 원래 미즈시마씨는 같은 날 8호관에서 열리는 다른 이벤트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같은 소속사의 후배들이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해서 와 봤다고 한다.



▲ 무대에 갑자기 등장한 미즈시마 타카히로씨


미즈시마 타카히로씨가 청중들의 박수와 함께 퇴장한 뒤, 사전에 받은 질문들에 대해 두 성우가 답변하는 코너가 진행되었다. “성우 이외에 갖고 싶은 직업이 있었습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산페이씨는 “성우 이외에 영화나 사진등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직업을 가졌을 것이다” 라고 답변했다. 한편 코시미즈씨는 “유치원 선생님이나 네일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라고 답변했다.



▲ 여러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는 두 성우


질문 코너 이후로는 코시미즈씨와 산페이씨가 개인적으로 찍은 여러 사진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가 마련되었다. 두 사람은 집에서 기르고 있는 애견이나, 지난 겨울에 함께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다음으로는 와세다대측에서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게임이 진행되었다. 총 3라운드로 구성된 게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이기며, 진 사람에게는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 벌칙이란 다름 아닌 두 사람이 각자 준비한 소도구로 분장하고 무대에 나타나는 것.


1라운드는 세 가지 퀴즈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첫 번째 퀴즈는 최근에 상용화된 초대형 항공기인 에어버스(Airbus)사의 A380 기종의 가격을 맞추는 것. 코시미즈씨는 1억 5천만엔, 산페이씨는 2억엔을 적어냈지만 A380 항공기의 실제 가격은 상상을 뛰어넘는 액수인 280억엔. 가장 가까운 가격을 적어 낸 산페이씨가 가장 먼저 2점을 획득했다.



▲ A380 항공기의 가격을 맞추는 문제. 과연 얼마일까?


다음 퀴즈는 중국어로 번역된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정확히 맞추는 문제. 문제마다 여러 힌트가 주어졌지만 외국어, 특히 중국어의 장벽은 높았는지 두 사람 모두 정답을 적어내지 못했다. 마지막 퀴즈는 일본어에서 ‘토우(とう)’ 라고 읽는 한자를 가장 많이 써 내는 사람이 이기는 문제였지만, 여기에서도 산페이씨가 더 많은 한자를 적어내서 2점을 얻었다.



▲ 고민하는 두 성우들. “이 한자를 이렇게 읽던가?”


결국 1라운드에서는 4점을 얻은 산페이씨가 이겨서, 코시미즈씨는 꼼짝없이 벌칙을 수행해야 했다. 코시미즈씨는 무대 옆으로 사라지더니 가발을 쓰고 다시 등장해서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 가발을 쓰고 등장한 코시미즈씨


2라운드의 첫 번째 퀴즈는 유명 인사들 중 와세다대 졸업생이 아닌 사람을 찾아내는 문제로, 그야말로 와세다대 다운(?) 문제였다. 여기에서 코시미즈씨는 실제로는 도쿄대(東京大) 졸업생인 사람을 한 명 찾아내서 1점을 확보했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각 현(県)의 캐릭터가 주어진 가운데, 어느 캐릭터가 어느 현의 캐릭터인지 정확히 써 내는 문제가 주어졌다. 이 문제에서는 산페이씨와 코시미즈씨가 두 문제씩을 맞춰서 2점씩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문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기상천외한 법률 중, 어느 것이 사실이 아닌지 가려내는 문제였다. 산페이씨는 사실이 아닌 법률을 한 가지 골라내 1점을 얻었다.



▲ “이게 정답이었어?”


이렇게 2라운드에서 산페이씨와 코시미즈씨는 3점씩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비겼기 때문에 둘 다 벌칙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장 먼저 무대 옆으로 사라졌던 산페이씨는 코주부 안경을, 코시미즈씨는 가짜 수염을 달고 다시 무대로 등장했다.



▲ 두 사람 다 벌칙을 적용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두 사람의 현재 모습을 서로 초상화로 그린 다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진행되었다. ‘반드시 현재 모습을 그려야 한다’ 는 조건에 두 사람은 난색을 표했지만, 곧이어 열심히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편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2차원 문화 연구회의 관계자가 무대에 등장해서 연구회를 홍보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아래 사진은 산페이씨가 그린 코시미즈씨의 모습인데, 산페이씨는 “머리 모양이 복잡해서 그리기 힘들었다” 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이 게임에서는 더 많은 박수를 받은 산페이씨가 먼저 2점을 획득했다.



▲ 산페이씨가 그린 코시미즈씨의 초상화


다음으로는 성우인 두 사람의 연기력을 겨루는 게임이 진행되었다. 연기해야 하는 상황은 “방과 후, 체육관 뒤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있는 여자아이”. 이 역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코믹한 연기로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내며 막상막하의 연기력을 보여 주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코시미즈씨가 승리해서 2점을 얻었다.



▲ 주어진 상황을 두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는 두 사람


마지막으로 진행된 게임은 ‘화장지 빨리 잡아당기기’.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잡아당겨서, 가장 빨리 심이 나오게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순발력과 민첩성을 겨루는 이번 게임에서는 산페이씨가 이겨서 2점을 획득했다.


모든 게임이 끝난 뒤 총점 11대 5로 산페이 유우코씨가 승리했다. 이번 행사에서 벌어진 게임에서 지고 만 코시미즈 아미씨는 결국 벌칙으로, 남아 있던 소도구를 전부 달고 등장해야 했다.



▲ 총점 '11대 5'로 산페이 유우코씨가 승리했다.


3라운드에 걸쳐서 진행된 게임이 끝난 뒤 추첨 행사가 있었다. 코시미즈 아미씨와 산페이 유우코씨가 입고 나온 의상과 소도구는 물론, 와세다대의 로고가 들어간 작은 종이 가방까지 다양한 상품이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이 상품들은 전부 두 사람의 사인이 들어간 ‘레어 아이템’ 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혹시 자기가 뽑히지 않을지 많은 기대를 보였다. 자신의 좌석 번호가 나올 때마다 간발의 차이로 상품을 놓친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경품이 주어지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주최측인 와세다대 2차원 문화 연구회에서 두 사람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증정했다. 산페이 유우코씨는 사각 티슈에 씌울 수 있는 오리 모양의 커버를 받았고, 코시미즈 아미씨는 화성의 땅 1에이커(acre)를 선물로 받았다. 두 성우의 감사 인사를 끝으로, 두 시간동안 진행된 행사는 막을 내렸다.



▲ 꽃다발과 선물을 증정받은 두 성우들.


인터뷰 : 2차원 문화 연구회 요시다 나오토, 엔도 요우스케씨


이벤트가 끝난 후, 2차원 문화 연구회의 관계자인 요시다 나오토(吉田向人)씨와 엔도 요우스케(遠藤洋輔)씨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 일답.



▲ 2차원 문화 연구회의 요시다 나오토


아크로팬 일본지부(이하 아크로팬) : 행사장에 놓여 있었던 팜플렛을 보니 ‘2차원 문화 연구회’ 라는 명칭 이외에도 ‘여동생 연구회(妹研究会)’ 라는 명칭이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두 명칭 모두 재미있어 보이는데, 한 서클에 두 가지 이름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요시다 나오토(이하 요시다) : 사실 정식 명칭은 ‘여동생 연구회’ 가 맞습니다. 하지만 서클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수님의 허가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여동생 연구회’ 라는 이름으로는 허가를 받기 힘들겠지요(웃음).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2차원 문화 연구회’ 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크로팬 : ‘여동생 연구회’ 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요시다 : 확실한 설은 아니지만, 저희 서클이 만들어지던 2004년 당시에 시스터 프린세스(Sister Princess)라는 게임이 유행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크로팬 : 2차원 문화 연구회에서는 올해 뿐만 아니라 매년 이렇게 성우들을 초청해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이벤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알려 주시겠습니까?


엔도 요우스케(이하 엔도) : 저희 서클의 성격상, 다른 서클과는 달리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무언가를 한번 만들어 보면서 보람을 찾아 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서 매년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크로팬 : 이번 이벤트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와세다대의) 학생들 이외에도 외부에서 참석한 분들이 많아 보였는데, 비율이 어느 정도입니까?


엔도 :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참가 신청을 받았기 때문에, 정확히 비율을 따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신청자들이 입력한 메일 주소를 통해 판단해 보자면 학생들이 10% 정도이고, 학교 외부에서 참가한 분들이 90%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크로팬 : 이렇게 매년 유명 성우들을 섭외해서 행사를 진행하려면 여러 어려움이 있을 듯 합니다. 어떤 점들이 가장 어려우십니까?


엔도 : 무엇보다도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행사 내용을 담은 기획서를 성우들의 소속사에 보내서 OK가 나올 때까지가 제일 어렵습니다. 보통 이런 서류는 우편으로 보내지만, (소속사에서) 전혀 읽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기획서를 보낸 다음에 전화해서 반드시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시간 배분도 문제입니다.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서클들은 행사 진행을 기업에 전부 맡겨 버리고 행사 진행 요원만 맡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저희는 기획부터 행사 진행까지 전부 스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힘듭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극성 팬들도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본 성우의 위상을 다시금 느끼다


기사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일본에서는 성우가 단순히 ‘목소리로 연기하는 직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직업이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어떤 성우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고 시청률이 달라진다. 인기 있는 성우들은 앨범을 내거나 콘서트를 열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며 몸값을 높인다.


그렇다고 이런 성우들이 연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성우 지망생들이 고작 몇 마디에 불과한 단역이라도 맡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기력은 도외시한채 부대 사업에만 매달리는 성우들은 시청자나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20년이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성우가 있는가 하면, 데뷰한지 몇 년 되지 않아 기억속에서 잊혀지는 성우 또한 허다하다.


이번 행사를 취재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은 일본 성우의 위상이 어떤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성우, 특히나 일본의 성우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독자들에게 이번 기사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하여 사진의 일부분을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 촬영에 응한 개인, 단체, 기관 등의 의사에 따라, 본 기사에 쓰인 사진은 무단 배포할 수 없습니다.
* 본 기사 내의 사진은 프로덕션 바오밥(Production Baobab)측의 허가 하에 실렸음을 밝힙니다.
* 본 기사 내의 이름이나 지명 등의 고유명사는 가장 현지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형태로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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