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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투란도트’ 재해석과 현재화로 거듭난 슬로바키아 스타일

기사입력 : 2022년 06월 26일 18시 28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올해 16회째를 맞이한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엔데믹을 맞이해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대거 재가동함에 따라, 여름녘 달구벌은 문화예술의 기풍으로 더한 열기를 내뿜고 있다. 특히나 초청작으로 지난 2011년 대구광역시와 DIMF가 협력해 초연한 ‘뮤지컬 투란도트’의 해외 라이선스작이 막에 오른다고 해, 본 극에 팬심을 가진 국내 뮤지컬 애호가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산 창작 뮤지컬로 8연까지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연이 안 닿아 여지껏 한국 원판 뮤지컬로서 투란도트는 보지 못했다. 오페라와 그 오페라를 영상으로 접해본 게 다다. 이런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투란도트’는 평을 전해 듣거나 권하는 이야기를 꽤 들은 뮤지컬 중 하나다. 그 옛날 MBC ‘나는 가수다’ 음악감독이 참여해 빌드업했다는 후문 때문인지, 그 쪽 스타일 선호하는 팬이면 꼭 봐야한다는 후문도 간간히 들었다.

국산 원판을 다회차한 주변 뮤지컬 팬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넘버로 끝장을 보는 작품이라는 게 공통된 평이다. 애당초 원작 자체가 ‘마에스트로의 유작인 불멸의 아리아’로 표값 다 댄다는 인식이 있는 편이라, 시놉시스를 굳이 반복하려 하지 않고 후대 연출가의 아이디어와 현대 상식을 수용해 녹이며 재창조하는 게 주목적인 극으로 다뤄지는 편이랄까. 게다가 이 작품은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선스를 계약해 그 나라 실정에 맞게 최적화된 게 주요한 포인트다.

▲ ‘뮤지컬 투란도트’ 라이선스작 초청은, 연어의 회귀와도 같다. 팬데믹이 끝났고, 이제 공연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을 때, 대구에서 탄생한 뮤지컬이 대구를 찾아왔다.

오페라 원작이 ‘차이나 판타지’, ‘오리엔탈 판타지’ 평을 영원무구토록 갖고 갈만한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뮤지컬로서의 투란도트는 사람 이름과 주된 시놉시스(그리고 결말) 외엔 원작에서 딱 따왔다고 하기엔 많이 다른 작품이다. 슬로바키아 버전으로 오면서, ‘중국’이라기 보다는 지중해 또는 흑해 연안 세이렌 구전설화를 극의 장으로 치환시킨 게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슬로바키아 현지에서 초연된 게 2020년이라, 요즘 기준으로 상당히 상식적인 수순을 부여했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물론, 한국 본판 자체에서도 접목시켰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인 것이라는 게 정석적인 표현이겠다. 이게 글로만 단순히 정리하자면 기득권층이 생사람 잡는 이야기로 추상화되기 십상이라, 투란도트의 행위에 당위성을 어떻게 흘러들어가게 만드느냐가 꽤 중요하다. 오페라가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모션으로 의미를 심는다면, 뮤지컬은 ‘류’의 비중을 일정부분 투란도트에게 이전해 왜 저러는지에 대한 소명을 덧댔다고 볼 수 있다.

비평계에서 ‘류’의 존재가 푸치니 본인의 사연이 엮여 있다고 볼 정도로, 오페라에서는 진 주인공으로 여겨지던 ‘류’가 짝사랑하다 순정에 목숨을 바치는 비중으로 축소되었다. 반면, 투란도트에게 그만큼의 설명이 더 붙었다. 덤으로 자살한 어머니의 망령이 주술적으로 지배하는 듯한 시각적 장치도 더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국까지 와서 올린 공연에서 다소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 투란도트의 어머니다. 지박령이 해원하고 소천 앞둔 상태에서 축언을 할 것이라면 회색 드레스에 조명 비추는 걸로 가감을 하기 보다는 전반부 검은 드레스, 최종 넘버에서 흰색 드레스를 입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조명을 스테이지 테두리에서 풍부하게 쓰거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건, 해외에서 오다 보니 무대장치가 연극에 가까운 형편인 게 크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창작 뮤지컬은 대체로 무대설비 비중이 극적 서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라이선스 극은 비행기로 장비를 못 갖고 온 것인지 연극적 연출과 연기와 넘버로 110분 공연을 오롯이 끌고 간다. 슬로바키아 현지 공연을 직접 본 게 아니니, 먼 길 온 초청공연을 한 번 보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시국적인 한계 탓인지 무대 장치가 적극적으로 쓰이지 않은 거 아닌가 하는 지레짐작이 남는다.

▲ 사회공헌 측면에서 지역기업의 협찬이 있었던 덕분인지,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공연되었다. 사실, 서울에서도 못보는 공연이 국산과 라이선스 모두 대구에서 초연된 셈이다. 뮤지컬 산업에서 대구가 지닌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처음 탄생했던 고향으로 돌아온 작품이 슬로바키아어 공연으로 재탄생되었다는 게 색다른 즐거움 요소였다. 언어 특유의 엑센트, 그리고 여성, 열위, 수세적 캐릭터들의 넘버가 그 ‘요’로 망쳐지는 걸 안 들을 수 있으니 국산 창작극이 본판이라는 걸 알고 들어갔음에도 매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준다. 솔직히 이젠 넘버의 생명력을 위해서도 한글 가사에서 ‘요’ 남용은 지양할 때 아닌가가 요즘 생각이기에 더 국산이라는데 좋게 들린 거 같다.

전체적으로 슬로바키아 갔다 온 극이, 어느 정도 구성을 더 조율한다면 원작의 재해석과 현재화 측면에서 또 다른 변형이 가능성을 가진다 싶었다. 원작이 있어서 교과서에서 배운 그 내용 그대로로 갔다기 보다는, 극의 구성과 플롯/씬 활용은 되려 영화 ‘미드소마’가 불쑥 떠오르는 그러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제목과 사람 이름만 아니라면, 작은사회에 말려든 이방인의 이야기로 전환되어도 무리 없어 보이는 그런 흐름이다. 여기에 한국인들이 유독 뮤지컬에 한해 애호하는 파국적 결말까지 더해진다면 그냥 아주 다른 타이틀로 창작될 여지도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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