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화 발표 이후 간간히 이어진 소식들을 통해서, 드라마 요소들을 최대한 끌어 안고 만들었다는 평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프레스콜을 통해서 연출과 작곡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 방침 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본 작품이 관객들에게 수용되는 건 무리 없을 거라는 건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본 본극은, 이러한 인식에 확신을 더했다.
스토리라인은, 16부작 드라마를 3시간여 공연에 압축적으로 담는데 성공했다. 주된 줄거리부터 사이드 스토리까지 드라마를 봤다면 기시감이 무대 안에 한가득이다. 워낙 긴 시간 동안 서사를 풀었던 드라마였기에 얼마나 자르고 거를까 걱정이 있었다면, 그런 걱정 접어도 될 듯 싶을 정도랄까.
이를 위해 무대가 상하는 물론, 어떨 때에는 4분할 5분할 식으로 무대 전체를 드라마 씬을 재현하는데 동원될 때가 있다. 그리고 넘버와 연출이, 드라마에서 몇 화에 걸쳐 이어진 것 또는 몇 화에 분산되었던 걸 오롯히 담아내는 면모까지 보였다. 가히, 드라마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이다 싶을 정도로 이걸 해냈다.
넘버 측면에서는 전반부는 ‘한걸음 더’, 후반부는 ‘노을’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듀엣곡으로 꽤 생명력이 길 퀄리티로 나와서, 향후 갈라나 콘서트에서 남녀 함께 가창하는 장면이 꽤 기대되는 편이다. 이 곡이 어떨 때에는 애절하게 어떨 때는 처절하게 쓰이게 되는데, 막이 내린 후 생각을 곰곰히 해보면 노래 하나에 몇 화를 담은 것인지 새삼 놀라울 정도다. 어찌보면 이렇기 때문에 여러 번 쓰이면서 스토리를 교차해 풀어나간 것 아닌가 싶다.
넘버가 상당히 함축적으로 운영된 동시에, 넘버와 넘버 사이의 극은 취향 좀 탈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 아무래도, 16부작 압축의 특색이 가장 강렬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두 커플의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두 축으로 끌고 가는데다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상당한 분량이다. 앞서 언급대로 한 무대에 여러 장면이 교차하고 이어지는 게 이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드라마를 모르거나 다 본 게 아니라면 뮤지컬 그 자체로 보는 입장에서는 정보 과잉이 상당하다. 인터미션과 폐막 후 사람들에게서 ‘드라마 다시 봐야 겠다’, ‘정주행 또 해야 된다’는 대화가 속출하는 게 아무래도 이런 영향으로 보인다. (따로, OTT 업계에서 뮤지컬 스탭들에게 상 줘야 할 부분일 수도 있겠고)
전반부는 드라마의 재미요소를 드라마 이상으로 끌어내 압축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휙휙 유쾌하게 지나간다. 드라마에서도 이러면서 상당한 ‘떡밥’을 투척한 건 같은데, 후반부에서 이를 회수? 해결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역시, 아무래도 후반부를 더 압축적으로 진행시켜 드라마와 같은 엔딩을 내느랴 그런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난투극이 전반부 마지막과 후반부에 몇 차례 나오는 것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인터미션 직전에는 여성팬들의 환호를 얻을 정도로 호쾌하다. 그러나 후반부 난투극은 극의 엔딩을 만들어 가는 장치여서 그런지 상당히 어둡게 그려진다. 드라마 쭉 본 사람들이야 이런 전후 배경을 다 알겠지만, 뮤지컬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가라앉는 분위기는 불가피. 그나마 엔딩이 커튼콜 후 ‘쿠키’처럼 처리되면서 여운을 살리는 정도로 타협된 걸로 보인다.
뮤지컬 월드 프리미어이고, 또한 뮤지컬 한류를 이끌어갈 작품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은 ‘사랑의 불시착’은 이번 한국어 공연을 통해서 뮤지컬 주요국가에서 내놓은 자국 IP 기반 오리지널 극으로서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함을 무대에서 입증했다. 여기에, 요즘 연애에 필요할 법할 그런 소소한 재미를 깔아 커플이든 친구들이든 닭살 돋아하면서 웃으며 즐기기에도 안성맞춤. 때문에, 본 초연에서의 흥행은 물론, 향후 긴 생명력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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