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문화공감은 전국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이중 첫 테이프를 부산에서 끊었다. 부산에서 선택한 테마는 ‘야구’, 그것도 전연령 대상 공연 제작과 보급이 가능한 ‘리틀야구’로. 이리 된 배경은 주최 주체들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가게 된다. 부산광역시, (재)부산문화회관, 라이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산일보사, 최동원 기념사업회 등이 주최측인데, 마지막에 야구팬들이라면 낯익은 이름이 등장한다. KBO 원년부터 본 올드 야구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전설, 최동원 선수의 이름이다.
‘구도’를 자부하는 부산 답게, 또 부산의 전설을 기리는 차원에서 그의 마지막 발자취가 남은 리틀야구가 테마가 된 건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여기서 살짝 나이를 더해 중고교 학원야구로 가게 될 경우, 기존에 나온 작품들의 성향이 연애물이나 애증물이 많다보니 그 쪽 인식이 강해 야구가 뒤로 묻힐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정민 작가는 “성장서사를 다루는 스포츠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그러한 성장물들의 레퍼런스를 많이 가져와서 한 팀이 하나하나 쌓아가는 성장서사를 만들었다”며 성장서사를 다같이 즐겼으면 하는 방향으로 집필방향을 정했음을 밝힌 바 있다. 또 이대웅 연출가는 “성장이 어떻게 되는지의 프리즘이 어린이들에게 접목되고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더 전이되는 것이 있다”며, “야구를 좋아하는 어른이 아이와 함께 왔을 때 역으로 더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렇듯, 오롯이 야구 하나에 집중한, 야구 팬들에게 여러모로 생각 또는 추억을 자극할 작품이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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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야구왕, 마린스!(이하 마린스!)’의 극 구조는 ‘전연령’이라는 대전제가 존재한다. 관람연령에 관해 ‘생후 48개월 이상’이라는 가이드가 있긴 하나, 이건 공연 중에 시도 때도 없이 우는 거 자제되는 나이 되면 오시라는 정도의 의미. 때문에, 공격적으로 보이는 건 아무래도 악역 비슷한 저치가 되는 상대팀에 다소 있지만, 본질적으로 악인이 없다. 이 때문에, 꽤나 자극적인 걸 지향하는 뮤지컬 팬덤에서 보기에는 참 순한 맛이라, 이 때문에 뮤지컬 팬덤을 공략하는 건 꽤 난해해 보인다. 대신 이를 대신할 관객층이라면 공연 테마가 테마인지라 ‘야구 팬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야구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미성년자 전체.
뮤지컬 팬 입장에서는 아역 배우들 옹기종기 노니는 걸로 보일 극 도입부가 야구 팬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충격의 도가니다. 청주 사람이라 미는 팀이 ‘한화 이글스’다 보니, 그 전율스런 ‘행복야구’ 주요 패턴들이 휘몰아친다. 그 와중에, 약체일 때 배우들이 하는 행태가 또 시즌과 비시즌 거기 사건사고를 떠오르게 만드는 게 진하다. 물론, 어느 KBO 팀에나 있는 ‘암흑기’라는 것이 바닥 찍으러 갈 때와 찍을 때 전후, 찍고 나서 반등할 때의 서사가 사람만 다르지 무슨 대본소 무협지 마냥 스토리 비슷한 게 사실이긴 해서 타 팀 팬이라 하더라도 울컥하는 게 없지 않을 듯 싶다. 그래도 뭐랄까, 이글스 팬 입장에서 보면 노후예우와 장례까지 다 했는데 영구결번이랑 스토리라인까지 부산으로 다 빨려간 느낌이 든다. 만약 대전에서 극 올리면 같은 생각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듯 싶다.
야구팬이라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마린스!를 보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긴 할텐데, 어린이들은 그렇게 추억이 있지는 않을테니 어른이들보다 객관적으로 뮤지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참 경탄을 자아내는 부분은, 가사와 안무로 표출되는 야구 룰 ‘속성학습’ 이겠다. 안무와 음악 감독도 야구에 조예가 깊은 듯한, 그런 밀집도가 있다. 야구 룰 모르고 들어와도 연기와 노래 속에 깔려 있는 야구 규칙에 대한 환기가 극도 극이지만 리틀야구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경향이 있다. 또 아역배우들이 맡은 역이 우리나라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의 캐릭터를 차용하는 게 있다. 극 중 배역의 이름도 유명선수 이름을 살짝 손보거나 더한 형태여서 눈썰미 있다면 그 선수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구나 감이 올 것이다. 당연히 그들이 야구에 입문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기도 해, 자녀가 마린스! 보고서 야구한다고 덤빌까 그 걱정이 생길 여지도 있겠다 싶다.
야구 팬과 야구 팬이 될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뮤지컬인 만큼, 공연장 활용은 상당히 범용적이다. 이는 ‘문예회관’이라는 제작주체가 존재한다는 형편에 따른 것이어서, 뮤지컬 전용극장 구조체로 제작되지 않은 게 소극장 규모로 다운사이징할 여지도 열어둔다. 중요한 건 무대 중앙의 다이아몬드이고, 그 외에는 가변적으로 운용되는 게 그리 헤비하지 않은 수준이다. 때문에 맨파워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하는데, 이 덕분에 재능 넘치는 아역배우들이 중심이 된 극을 볼 수 있다. 또래 어린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페스티벌처럼 즐기기에 적합한 부분. 이 때문인지, 응원단이 중간중간 직접 관객 참여와 호응을 유도하는 장치들이 직접적으로 작용된다. 현재 초연에 학교 중심의 단체관람 유입이 많은 게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미성년 학생들이 한데 모여 함께 야구 응원 맛보기 하는 장으로 본다면 KBO 차원에서 밀어줘야 하는 게 도리에 맞지 않냐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시작이라지만, 뮤지컬과 더불어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써 이러한 작품이 실현된 데에 기쁜 마음이다.
▲ 자녀에게는 야구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또 부모에게는 야구에 얽힌 추억을 소환해주는 그러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야구가 자리잡은 전국과 해외로의 진출이 기대된다. |
한편,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는 가상의 부산 유소년 야구단 ‘마린스 리틀야구단’을 배경으로 전국 최강을 꿈꾸는 ‘마린스 리틀야구단’의 꿈과 열정, 갈등과 화해, 성장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7월 5일부터 16일까지 수/목/금/토/일(월요일과 화요일은 쉼) 일정으로 80여 분 간 인터미션 없이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 가격은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등이며, 관람 등 문의는 (재)부산문화회관 051-607-6000(ARS 1번)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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