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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작가의 맛집멋집] 치킨 다이닝 한류, 이태원 미식가들과 만나다... 교촌필방 치마카세 2.0

기사입력 : 2023년 11월 11일 16시 00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지난 6월, 이태원에 ‘교촌치킨’으로 유명한 (주)교촌에프앤비에서 “교촌의 필(Feel)을 느낄 수 있는 방(Room)”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닭요리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었다. 워낙 한국의 치킨이야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음식이다 보니, 오픈 전에는 외국인 대상 팝업스토어 정도로 업계인들은 이해했던 형편.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치킨과 오마카세 컨셉을 녹인 숨겨진 프로그램 하나가 한 켠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

다들 ‘치맥’을 즐기는 펍(Pub) 벽을 밀고 들어가면 나타나는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스타일의 공간에서 즐기는 닭요리 코스는 전례없던 것. 특히나 주특기인 ‘치킨’이 아니라 닭요리로 파인 다이닝을 즐긴다는 컨셉이어서 불과 반년 사이 미식가와 유튜버들이 줄줄이 오가며 다양한 평가를 밝혔다. 이 때 쓴소리가 많았던 탓인지, 가을부터 피드백들을 수용한 리뉴얼을 예고한 바. 10월 말부터 바로 그 리뉴얼 버전 ‘치마카세’가 본격 시작되었다.

▲ 검은 벽 한 귀퉁이가 대문이다 보니, 주차장에서 앞을 막고 있어도 딱히 위화감이 없다. ‘히든바’로도 불리는 공간을 품은 곳도 마찬가지로 문 자체는 건물에서 다소 숨은 듯한 컨셉이다. 그런 가운데, 허연 거대 붓을 아래로 당기면 문이 열리는 특이함을 지닌 덕분에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사진이나 인증샷 명소로 인터넷 상에서 유명해졌다. 이런 쪽으로 마케팅을 참 잘한 케이스.

▲ 교촌필방은 교촌 치킨 메뉴들의 특징인 소스와 소스를 바르는 붓 이 두 가지를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밀고 있다. 내부에는 소스 원재료들이 들어간 투명한 용기로 벽면을 채우고, 중간 공간에는 입구에서처럼 대형 붓을 걸어둬 ‘교촌다움’을 내세운다. 이런 가운데, 소스병이 채워진 특정 벽을 밀면 ‘치마카세’ 전용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 치마카세는 17시 30분~19시, 20시~21시 30분 등 두 타임으로, 최대 6인 정원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화~일 주 6일 진행 일정이며, 1인 당 7만원. 예약은 ‘캐치테이블’로 가능하다. 그렇게 예약하고 방문하게 되면, 각 자리에 세팅된 식기구와 메뉴판, 어메니티 등을 이용해 코스를 즐기면 된다.

교촌필방이 운영하는 ‘치마카세’는 미식의 레벨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미션으로 운영되는 곳. 때문에 치킨 쌓아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 밖 공간과는 차별화된 경향성을 지닌다. 대표적으로 묵암(嘿暗) 인테리어 컨셉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본질(음식)에 집중하고, 세프에게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듣는게 우선시하자는 차원이다. 이때 장인정신을 접하며 진정성을 느끼며 특별한 경험으로서 ‘치마카세’를 접하자는 흐름이다.

그러다보니 과거 여느 일식집 코스 같던 공간이 화강암 동굴 안, 지하수 흐르는 공간에서 정찬을 즐기는 그런 형태로 변모했다. 객석부터 주방까지 인테리어 컨셉이 동일한 건 덤. 방음도 상당해서 문을 열지 않으면 바깥 소음이 잘 안들리게끔 된 점도 특징적이다. 이는 입구에서부터 종종 보던 ‘붓’의 상대인 ‘먹’이라는 관념과 이어지는 개념이다. 그러면서 과거를 묻고 새로운 프리미엄 럭셔리 레벨로의 이번 ‘리뉴얼’을 정당화시킨다.

메뉴의 구성은 신선한 토종닭과 육계 특수부위를 활용한 여덦 가지 코스로 제공된다. 총 열 가지의 요리가 제공되는데, 여기에서 주역은 단연 닭과 계란. 과거와 같이 태국식 퓨전요리 풍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조리법과 가미로 맛을 낸 것이 가장 달라 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이는 식객 스스로가 요리를 알아서 더한 ‘보고 먹는 즐거움’이란 특색을 선사한다.

▲ 고기로 만든 반찬 ‘육선’에서 이름을 따온 ‘계선’이란 반찬 같은 요리, 닭가슴살을 저온 조리한 ‘근위초무침’, 닭발과 닭연골을 끓이고 굳힌 ‘닭편육’ 등 세 가지 요리가 전채용도로 제일 먼저 제공된다.

▲ 새싹 삼 냉채와 닭가슴살은 앞서 전채에 이어 건강해질 듯한 음식이란 느낌을 준다. 찬음식이나 저염식인데다 재료들이 딱 눈에 들어오는 관계로 그런 인상이 짙다.

▲ 두 번의 전채를 지나고, 토종닭 콩피와 목살 숯불구이가 첫번째 메인코스로 나온다. 소스로는 교촌치킨 핫소스와 생와사비가 나온다. 솔잎을 화로에 섞어 구워 솔 향미에 불맛이 더해졌다.

▲ 두번째 메인코스로 토종닭 아랫 날개 속에 새우살을 채워서 튀겨낸 요리가 이어 나온다. 닭고기 피를 더한 해물만두같은 풍미가 있는데다, 교촌허니소스를 붓으로 직접 취향대로 발라 먹는 재미까지 더했다.

▲ 특수부위 닭불고기가 세번째 메인코스로 나온다. 이는 토종닭의 안창살, 등살, 넙적다리 부위를 다져 만든 패티에 매콤한 특제소스를 입혀 구워 나온다. 막걸리식초로 독특한 산미를 내는 미나리 겉절이와 같이 먹으면 두 가지 강성이 어우러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 네번째 코스요리로 가기 직전, 막걸리 지게미로 만든 디저트가 살짝 나온다. 이는 교촌에서 직접 운영하는 ‘은하수 막걸리’의 부산물로, 살짝 시린듯한 냉감에 막걸리 특유의 알콜 기운까지 더해져 앞서 요리들의 남은 맛들을 단 번에 씻겨준다.

▲ 네번째 메인코스로는 치킨버거가 나온다. 토종닭의 여러부위 살코기를 다져 만든 패티를 그릴로 구웠으며, 볶은 톳을 빵과 패티 사이에 넣은 점이 특징. 특히 톳은 씹히는 맛과 톡톡 튀는 질감을 버거에 더해, 튀긴 게 아니어서 다소 부족했을 법한 식감은 상당히 채워 올렸다.

▲ 숯불에 구워낸 토종닭 넙적다리, 뿌리채소(마, 죽순, 당근), 표고버섯 재료에 닭육수로 영양솥밥을 지어낸 요리가 식사로 나온다. 국물로는 매콤한 닭개장이, 반찬으로는 우엉절임이 더해졌다. 계란노른자가 더해진 간장양념장과 김은 솥밥에 간을 하거나 싸먹는 용도로 쓰인다. 밥은 정원보다 2인분 가량 더해진 양으로 만들어져, 양이 부족할 경우에 세프에게 리필을 요청하기 좋은 순서이기도 하다.

▲ 디저트로는 크림브륄레와 차가 나온다. 차는 캐모마일과 국화 둘 중 선택이 가능. 앞서 양껏 식사를 한 뒤에, 입가심으로 충분하다.

▲ 마실 것은 기본적으로 생수가 있으며, 중간중간 채워준다. 주류와 음료는 주문 가능하며, 와인 콜키지는 병당 과금으로 가능하다.

리뉴얼된 ‘치마카세’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건 페어링의 유무. 기본제공되는 생수는 전채요리까지는 괜찮겠지만, 메인코스 부터는 탄산수가 곁들여지는 게 적당한 기름기가 수반된다. 이 때문에 교촌필방에서는 ‘치마카세’ 이용자에게 ‘교촌필방 페어링 코스’라는 걸 제공한다. 쇼비뇽 IPA - 라거 - 페일에일 - 은하수 막거리(6도) 순으로 이어지는 편인데, 라거와 페일에일은 취향 따라 순서를 바꾸던지 같이 받아 골라 마시던지 하는 게 나을 듯하다.

그리고 애주가라면 알콜 도수가 부족하다 느끼기 쉬운데, 이 때에는 화요와 일품진로가 25도이니 참고하자. 4천원 추가 시 레몬+각얼음+토닉워터 2병 세트가 나오니 취향대로 제조도 가능하다. 와인 애호가인 경우에는 서버에게 와인 리스트를 요청할 수도 있고, 1병 1만원, 2병부터 병당 2만원씩 콜키지 차지를 내고 자신이 엄선한 와인을 마실 수 있다. 그럼에도 부족하다 싶으면 예약한 타임 끝나고 문 밖에 자리 있으면 교촌의 ‘치맥’으로 입가심하는 것도 하나의 솔루션이겠다.

교촌필방에서 리뉴얼한 ‘치마카세’는 앞서의 구성에 비해서 퓨전 색깔이 빠지고 한식 정찬의 길로 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메뉴가 프리스타일로 가는 오마카세에서 객석 바로 앞에서 조리하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컨셉만 가져오고, 닭요리가 주역인 파인 다이닝 형태로 편성된 자리다. 이전 버전이 59,000원이었던 것에 비해 다소 오른 7만원이라는 가격이, 납득을 넘어 저렴하게 느껴지는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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