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다슬기를 주재료로 시레기와 함께 푹 고은 걸 올갱이국이라 부르며 보양식이자 해장국으로 애호하는 이들이 꽤 많다. 선지 같은 육고기류가 부대끼거나 할 때에 가볍게 먹기에도 좋다보니, 전날 과음했다면 컨디션 따라 문득 생각나는 그런 음식. 사람들이 이러고 사는 게 예로부터 어디든 다 똑같았던 모양이라, 이런 국에 쓰이는 민물에 사는 고둥류는 지역마다 비스무리한 걸 다른 이름으로 제각각 부르고 있다. 올갱이는 물론 다슬기도 맞는 말이고, 고동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걸 안동에서는 골부리라고 칭한다.
안동시에서 골부리국으로 유명한 곳은 길안천 변 길안면 행정복지센터 근처에서 수월히 찾을 수 있다. 이곳은 지역주민들에게 동네에서 직접 가꾼 농산물과 인근 하천에서 주재료들을 모아 요리하는 걸로 정평이 난 집. 동네장사 푸근한 시골 백반집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때문에, 간이 사장님 취향이라 단짠이라기 보다 감칠맛과 향이 더한 편이다. 어렷을 적엔 좀 저어했다 해도, 이제는 자연스레 막걸리 한 잔 스르륵 땡기는 그런 맛인 건 또 당연지사. 메인코스 나오기 전에 반찬만 갖고도 한 말을 너끈히 마실 자리가 펼쳐진다.
딱히 외지인들 상대하는 데도 아니고, 사장님이 동네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 그런 식당이기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그런 곳은 아니다. 때문에 아무래도 프랜차이즈처럼 특정시간 운영, 브레이킹 타임, 웨이팅 서비스 등등이 없는 건 자연스러운 일. 낮시간 밥시간, 문 열려 있으면 ‘식사 되나요’ 그러며 들어갔을 때 골부리 다듬고 있는 사장님 보면 영업 중인 셈. 깔끔 떨고 따지는 거 많은 사람에게야 안 맞겠지만, 시골서 배불리 뜨뜻한 골부리국 한 상 받아먹고 만족할 객에게는 몸도 마음도 푸근한 그런 집이다.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안동시 길안면 천지길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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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식집’ 간판이지만 분식이 없다. 예전 가게 간판 안 떼고 그냥 있다보니 이제는 골부리 애호가들에게 특유의 콜사인으로 알려졌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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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옆 길안천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소일꺼리로 잡은 ‘골부리’를 여사장님이 직접 다듬어 요리 한상을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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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에서 난 작물들로 반찬과 요리를 내다보니, 손맛이 제대로다. 특히 방풍나물과 고추장아찌의 감칠맛은 흔치 않은 수준. 그리고, 무슨 토렴한 밥알처럼 깔린 골부리 왕창 담아주는 것도 보면 해장 하려 왔다가 굳이 해장할 일 만들고픈 마음을 솔솔 피어오르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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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부리국은 지역사회에서도 알아주는 해장국. 맛도 그렇고 반찬들 풍성함을 보면 소주나 막걸리 한 잔을 하염없이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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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부리국으로 한 끼 거하게 한 뒤에, 시골 다방에서 커피 한 잔 한다면... 시골 찾은 즐거움이 참으로 제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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