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만머핀 서울은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중인 1층 갤러리와 소장작들을 중심으로 한 2층 프라이빗 갤러리에서 각각 전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자 서울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선형적 서사 대신 서정적인 이미지 표현에 몰두한 프레거의 신작 사진들을 중점 소개한다. 문화적 레퍼런스와 역사적 알레고리로 가득한 그의 신작은 다양한 감정 및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세계로의 여러 진입점을 제공한다. 다채로운 화면은 이러한 경계 공간을 탐색하며 인간의 조건과 동시대적 경험을 조명한다.
《웨스턴 메카닉스》는 작가의 첫 장편 영화인 <드림퀼 DreamQuil> 제작과 병행하여 기획된 전시다. 양자 모두 유사한 주제를 탐구하는데, 특히 <드림퀼>에서 작가는 기술의 발전과 자연 질서의 와해를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회 외에도, 현재 프레거의 작품은 현재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2020년 현대카드 커미션으로 광장 외벽 및 천장에 설치된 <플레이 더 윈드 Play the Wind>(2019)는 2025년까지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작가는 최근 로스앤젤레스 공항철도 전동차 시스템에 활용될 단편 영화를 의뢰 받았고, 2025년 상영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영화, 사진, 조각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작업을 수행해 온 알렉스 프레거는 조작된 기억이나 꿈처럼 느껴지는 고도로 감정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작가는 특유의 테크니컬러 화면에 전형적이거나 일상적인 사물을 병치하고, 거기에 유머와 알레고리를 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복잡하고 어두운 주제에 접근한다. 특히 그는 집단과 개인의 정체 성, 기술이 사회에 가하는 영향 등 실존적 문제에 주목한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s), 빌 비올라(Bill Viola) 등 인간 심리를 깊이 사유한 여러 예술가와 마찬 가지로 프레거 또한 작품을 통해 평범함 속에 깃든 비범함을 드러내며 인간 경험에 대한 성찰의 장으로 보는 이를 초대한다.
▲ 1장의 사진 안에 녹아든 서사는 각각이 개별적이고 독립되게 구분되어 있다. 다만, 이러한 작품들은 접하는 순서, 이어보는 순서 등에 의해 유기적인 서사성을 획득하게 된다. 콜렉터 입장에서, 작가가 공개하는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파츠(Parts)로써 조합된다는 특질을 가지게 된다. |
《웨스턴 메카닉스》 속 작품은 문화적 원형이 되는 도상을 연극적 구성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신화와 민속, 역사와 미래 간 경계를 가로 지르는 감정의 서사를 직조한다. 프레거의 작업은 현상의 임계점을 모색하며 시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전이와 불확실성을 탐구하는데, 이로 인해 작품 내부 혹은 사이에서 시간의 경과와 기억의 지속이 상충하며 일정한 긴장을 발생시킨다.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통찰한 각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재 삶과 연결된 우리의 감정이 과거와 얽히는 그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과거의 렌즈를 통해 현재를 살피는 그의 고유한 방법론은 미래를 향한 낙관과 동시대 담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예술적 충동의 결과물은 과거와 현재의 충돌로 시간의 유연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인간 경험의 비선형적 본질을 강조한다.
프레거의 거대 서사는 종종 추락하는 여성이나 멈춰진 순간 등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를 통해 나타난다. <할리우드(데이) Hollywood (Day)>(2024)에서 한 여성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이는 고요함 속에 포착된 단 하나의 극적인 움직임이다. 그 특정하고도 긴박한 순간은 단편적이지만 머릿속에 오래 머무는 기억의 본질을 반영하며, 작품에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위와 같이 작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삽입한 정서적, 심리적, 물리적 서스펜스는 작업 전반에 내재하는 예측 불가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 사진의 개별성이 연속이라는 형태로 스토리를 가지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헐리우드’ 시리즈다. 보는 순서에 따라 스릴러가 될 수도, 멜로가 될 수도 있는 기묘한 데자뷰가 작품이 지닌 매력이 된다. |
전시 제목과 동일한 작품 <웨스턴 메카닉스>(2024)에서는 역 치성이 역사적 기억과 결합된다. 한 폭의 고전 역사화를 연상시키는 <웨스턴 메카닉스>는 테오도르 제리코(Theodore Gericault)의 회화 <메두사호의 뗏목 The Raft of the Medusa>(1818-19)이나 외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Liberty Leading the People>(1830)과 흡사한 여러 인체가 얽힌 역동적 구도를 묘사한다. 이같은 장면은 부동의 자세로 예술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타블로 비방(tableau vivant)의 전통과도 연결된다. 기절하거나 고함을 지르고, 키스를 나누는 각종 인물들이 혼란하지만 치밀하게 구성된 프레임 속에 산형을 이룬다. 군상 뒤에는 미국적 풍물로 변용된 말과 산, 하늘이 놓여 있다. 프레거는 성조기, 지구본, 여성 속옷 등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사물을 구도 전반에 분산시킴으로써 친숙한 시각 언어에 극적인 장면을 주입한다. <웨스턴 메카닉스>는 삼각 구도가 부여하는 모순적인 안정감과 그에 대치되는 격동적인 감정의 혼재를 보여준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기하학적 구도 안에 뒤얽힌 인물들을 배치해 복잡한 화면 속에서 짜임새 있는 조직감을 도모했다. 이처럼 연출된 강렬하고 고요한, 동시에 낙관적인 무질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존재에 내재된 모순을 가리킨다. 역사화 및 풍속화 외에도 작가의 정교한 화면은 “진실에 따라 죽지 않기 위해 예술을 지닌다”고 말한 니체(Friedrich Nietzshe)의 관념과도 상통한다. 따라서 작품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기능 장애, 통제, 희망에 대한 고조된 감각을 일깨우며 우리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현실과 가공 사이를 탐색하는 프레거의 신작 사진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하고, 관객을 끝없는 전이 상태에 놓이게 한다. 주의 깊게 연출된 그의 작품은 우리의 전이적 현실을 진솔하게 반영하고, 이는 다시 우리에게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한다.
▲ 5월 10일, 안유정 코디네이터가 <웨스턴 메카닉스> 를 비롯한 전시작품들을 매체 관계자들에게 소개 및 설명하였다. |
한편, 알렉스 프레거(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출생)는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영화 제작자 및 각본가이다. 작가는 현실과 가공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친숙하지만 낯선 이미지 및 영상으로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여 년간 프레거는 필름 누아르, 테크니컬러 같은 황금기 시대의 영화 제작 기술과 고전 신화, 그리고 네덜란드 르네상스 화가인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와 피터르 브뤼헐 (Pieter Brugel)의 알레고리 회화 작품을 토대로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 결과 대규모를 띠는 작업이 작가를 대표하는 작업 형태가 되었다.
영화, 사진, 조각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작업을 수행해 온 프레거는 조작된 기억이나 꿈처럼 느껴지는 고도로 감정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작가는 특유의 테크니컬러 화면에 전형적이거나 일상적인 사물을 병치하고, 거기에 유머와 알레고리를 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복잡하고 어두운 주제에 접근한다. 특히 그는 집단과 개인의 정체성, 기술이 사회에 가하는 영향 등 실존적 문제에 주목한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s), 빌 비올라(Bill Viola) 등 인간 심리를 깊이 사유한 여러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프레거 또한 작품을 통해 평범함 속에 깃든 비범함을 드러내며 인간 경험에 대한 성찰의 장으로 보는 이를 초대한다.
작가의 광범위한 작업에는 10 편의 단편영화도 포함되는데, 고전의 영향을 받은 영화 음악을 다수 포함한다. 2010년 프레거는 뉴욕 현대미술관 《New Photography 2010》 전에 소개된 단편영화 <절망 Despair>으로 작가 경력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사진 부서 수석 큐레이터인 록사나 마르코치(Roxana Marcoci)는 <절망>을 “의도적으로 많은 함의를 지닌” 작품이라 설명하며 “의미심장한, 곧 일어날 듯한, 욕망과 불안이 혼재된 무언가가 도사리는 무성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고 밝혔다. 2013년 프레거는 미국 워싱턴 D.C. 코코란 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첫 미술관 개인전에서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 Face in the Crowd>를 선보였고, 이는 이듬해 뉴욕 현대미술관과 링컨 센터가 공동 주최한 NDNF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2019년 작가는 오늘날까지 가장 자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플레이 더 윈드> 영화와 사진 연작을 소개했다. 그의 최신 단편영화인 <런 Run>은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서 초연되었고, 2023년 SXSW 영화제 심사위원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이러한 활약상에 프레거는 2023년 필름메이커 매거진에서 선정한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작가는 첫 장편영화인 <드림퀼>을 제작 중이다. 영화에서 그는 우리를 인간으로 정의하는 것, 정체성, 자동화를 둘러싼 경고 섞인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알렉스 프레거의 작품은 전 세계 다수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워싱턴 D.C. 코코란 미술관,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 영국 런던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스웨덴 스톡홀름 사진 미술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서울 롯데뮤지엄 등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세계 유수의 공공 및 사립 기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등이 있다.
프레거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 커미션으로 제작된 단편영화 시리즈 <터치 오브 이블 Touch of Evil>로 2012년 에미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2012년 폼 폴 허프상, 2009년 비베이 국제사진상, 2006년 런던 포토그래픽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작가가 최근 참여한 공공 예술 커미션으로는 2020-2025년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광장에 설치된 세 점의 대형 사진 작품 <플레이 더 윈드>가 있다.
[전시개요]
전시명 : 알렉스 프레거 《웨스턴 메카닉스》
기간 : 2024년 5월 9일 - 6월 22일
장소 : 리만머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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