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K-팝 방법론에 기반해 다양한 국가 출신 인재들을 육성하고, 이들과 함께 K-팝 스타일의 글로벌 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지난해 8월 캣츠아이 멤버가 될 후보자 20명을 소개하고 본격적인 오디션의 시작을 알린 자리에서 방시혁 의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Pop Star Academy: KATSEYE)’에는 이처럼 K-팝 고유의 트레이닝 방법론을 현지에 이식해 K-팝 세계화를 달성하겠다는 그의 비전과 함께, 아티스트 육성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발언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K-팝은 ‘토털 패키지’... 예술가의 감성과 체육인의 강인함 필요
방 의장은 다큐멘터리에서 “모든 멤버가 최고의 싱어, 최고의 댄서일 수는 없지만,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팀에 합류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보컬, 퍼포먼스, 스타성 등 특정 재능만으로는 K-팝 아티스트가 될 수 없고 다방면에서 고루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
2018년 국내의 한 TV 강연 프로그램에서도 “K-팝 아이돌은 각자가 가진 콘셉트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놀라운 무대 퍼포먼스,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음악, 매력적인 외모,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 등 K-팝은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진 ‘토털 패키지’라 생각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캣츠아이 트레이닝을 맡은 미국 현지 제작자와 스태프들도 방 의장의 트레이닝 철학에 공감하고 실제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적용했다. 쇼헤이 댄스 트레이너는 “댄서는 기본적으로 예술가이자 운동선수다. 예술가처럼 창의력을 발휘하고 운동선수처럼 훈련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취지다.
글로벌 음악시장에서도 K-팝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종합 예술’과 같은 아티스트들의 높은 경지와 완성도를 꼽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22년 'K-팝은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나' 라는 분석 기사에서 K-팝의 성공과 인기 요인은 뇌리에 각인되는 노래와 포인트 안무, 현란한 뮤직비디오 등 종합적인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스타성 중요하지만… “‘팀’이 없으면 개인도 없다”
방 의장은 지난해 캣츠아이 멤버를 선발하는 오디션 진행 당시, 두 번째 미션의 주제를 '팀(team)'으로 설계했다. 그는 “팀의 멤버는 굉장히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때문에 협업에 있어 일하는 매너와 서로 간의 적절한 거리를 알아야 한다”라며 참가자들이 미션에서 깨달았으면 하는 포인트를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방 의장은 “무대에 있다는 것만으로 눈이 가는 사람이 있다”며 스타성을 가진 특정 멤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지만 “다인조 밴드의 형태인 K-팝 그룹에서 멤버들은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해 ‘개성이 조화되는 원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해외 케이팝 전문가들과 팬덤도 K-팝 인기 요인인 ‘칼군무’나 멤버 간의 ‘케미스트리’는 바로 ‘팀워크’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K-팝식의 트레이닝을 미국 음악계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있지만, 캣츠아이의 성공적 데뷔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 시청자들로부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우리’를 강조하는 K-팝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잘 따르며 성장하는 모습이 놀라우면서도 감동적이다”라는 감상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 K-팝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팬덤’의 소중함을 알 것
‘K-팝은 팬이 완성한다’는 방 의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3개의 미션 중 하나를 한국에서 수행하고 오프라인 팬미팅을 진행한 이유도 팬과의 만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서다. 그는 “K-팝은 코어 팬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분들은 물리적으로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데뷔 전에 팬분들이 참가자들에 대해서 어태치먼트(attachment)를 느끼길 원했다”며 참가자들의 한국행 추진 이유를 밝혔다.
방 의장은 오디션 참가자들이 ‘K-팝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묻자 "팬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라서 때론 힘들 순 있지만 음악, 무대, 팬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이러한 것들이 멈추지 않고 전진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해 줄 것”이라고 조언하며, 트레이닝 과정에서 늘 팬들을 염두할 것을 주문했다.
방 의장은 실제 직접 프로듀싱 한 아티스트들에게도 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엔하이픈은 방 의장이 평소 “팬이 없는 아티스트는 없다. 팬이 가장 먼저여야 한다. 가장 소중해야 한다”라는 조언을 많이 하며, 이러한 조언이 팬들과의 소셜 커뮤니케이션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K-팝 아티스트와 콘텐츠의 수출이 아닌, ‘시스템의 이식’을 통해 K-팝을 세계화 시키겠다는 게 방 의장의 오랜 꿈이었다”며 “캣츠아이를 통해 구현된 K-팝 제작 시스템의 세계화 실험과 검증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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