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 정도를 뇌파로 진단하고 동시에 맞춤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열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손동희 연구위원(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신미경 연구위원(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바이오닉스연구센터 김형민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대뇌에 균일하게 밀착하고 견고히 부착되는 새로운 뇌 인터페이스 신축성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초음파 신경 자극에도 잡음 없는 뇌파를 계측해, 병리적 뇌파를 진단하면서 적시에 치료 조건을 조정하는 ‘환자맞춤형 뇌질환 제어 전자약 기술’을 최초로 구현했다.
전 세계 수천만 명 이상의 환자가 약물치료가 통하지 않는 난치성 뇌질환을 앓고 있다. 이를 치료하고자 병변 조직을 자극해 신경병 증상을 완화하는 경두개 집속초음파 신경자극술이 등장했다. 하지만 환자의 뇌신경 구조가 각기 달라, 고정된 신경 자극 조건을 적용할 경우 치료 효과의 편차가 크고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초음파 자극에 따른 전기적 뇌파의 변화를 감지해 환자에게 맞는 자극 조건을 적시에 맞춤 제공하는 폐-루프 신경자극 방법이 제안됐다. 이처럼 초음파 기반의 폐-루프 신경치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뇌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대뇌피질전도)를 실시간 피드백 정보로 활용하는 뇌파 계측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뇌피질전도를 계측하는 기존 전극 소자는 강성이 높고 형태 적응성이 낮아 뇌 조직의 복잡한 곡면에 밀착할 수 없으며, 뇌 미세 움직임에 따라 표면에 견고히 고정될 수 없어 장기간 뇌파 계측이 어렵다. 또한, 초음파 자극 시 접촉면에서 음압 진동에 의한 극심한 잡음이 발생해, 신경자극술을 수행하는 동안 전기적 뇌파를 계측할 수 없어 피드백 정보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진은 대뇌피질 곡면을 따라 균일하게 밀착하면서 조직 표면에 견고히 부착돼 뇌파를 측정하는 ‘형상변형 대뇌피질접착 신축성 전자패치’를 개발했다. 이는 접착 하이드로젤과 형상변형 기판으로 구성된 이중층 패치와 신축성 있는 구불구불한 배선 구조의 다중채널 미세전극소자를 결합해 제작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패치를 대뇌 조직에 적용하니 접착 하이드로젤이 접촉면에서 체액을 흡수해 수 초 이내에 팽윤하며 표면에 부착됐다. 한편, 형상변형 소재는 형태가 쉽게 변하는 점소성과 주변 환경 온도가 높을수록 물성이 부드러워지는 열가소성을 띤다. 이러한 특성은 불규칙한 단차 구조를 가지며 체온을 띄는 대뇌피질 곡면을 따라 전자패치의 형태를 변형시켜, 미세한 이격 없이 밀착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뇌 표면에 견고히 접합된 전자패치는 음압 진동에도 안정적으로 고정돼, 잡음 발생을 억제하고 대뇌피질전도를 고품질로 측정 가능케 했다.
이로써 연구진은 연속적인 초음파 자극 환경에서 병적인 뇌파의 강도를 실시간 진단하면서, 적시에 신경 자극 조건을 조정해 환자를 개별로 치료하는 환자맞춤형 뇌질환 제어 전자약 기술을 최초로 구현해 냈다.
이 기술을 뇌전증이 유발된 쥐 모델에 적용한 결과, 전자패치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에 이식된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뇌파 모니터링 성능을 유지했다. 또한, 발작에 선행하는 병리적 고주파 신호를 정밀 포착해, 수 분 이내로 발생하는 본격적인 발작 증상을 정확히 예측하고 초음파 자극을 가동했다. 더 나아가, 초음파 자극이 가해지는 동안 발작성 뇌파를 왜곡 없이 감지해, 치료 효과가 충분치 않으면 자극 조건을 즉각 조정함으로써 발작 증상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손동희 연구위원은 “초음파 자극에 반응하는 개별 환자의 뇌 신경 활동을 최초로 실시간 계측할 수 있게 돼 맞춤형 뇌질환 치료기술에 한 발짝 다가섰다”며 “향후 난치성 신경질환의 정밀 진단 및 개인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하는 차세대 전자약 핵심기술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9월 11일 전자공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Nature Electronics, IF 33.7)’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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