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크롭과 풀프레임을 넘나들며 숱한 명기들을 양산해 온 소니에서 단연 최고봉을 꼽으라면 α1 계열의 최신작 ‘α1 II’가 있겠다. 작년 12월에 국내에도 출시되어 카메라 애호가들의 선망을 받은 이 기체는, 지금 와 봐서도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플래그십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하드웨어고 소프트웨어고, 이를 뛰어넘는 미러리스 카테고리 양산기체는 현재 없다.
특별히 콘텐츠 퀄리티를 중시해야 되는 작가와 인플루언서와 다르게 사진을 취재수단으로 쓰는 기자 입장에서는 너무 드높은 사양 탓에 손이 가질 않는 게 현실이다. 우연찮게 중요행사 취재 목적으로 1주일 동안 현장에서 활용해 본 형편에서 이 빼어난 기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미리 밝히며, 일하면서 써본 ‘α1 II’이 어떠한지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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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천지가 된 일선 현장에서 카메라를 보란 듯이 들고 다니는 건, 일종의 ‘색적’을 식별시킨다는 기능적 목적성이 기본이 된 지 오래다. |
■ 취재 현장에서 만끽하는 당대궁극(當代窮極)
소니코리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α1 II’ 소개 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측면에서 기기의 장점을 알리는 문구들이 여럿 있다. 일선에서 영상이 아닌 사진만을 촬영하는 경우에서 보면, 이중에서 크게 세 가지가 매우 직접적인 사안들이다.
1. 약 50.1 유효 메가픽셀 풀프레임 Exmor RS 이미지 센서
저장되는 화상의 품질을 최대치로 놓고 촬영할 경우에 해상도가 8640x5760 규격이다. 이리 되면 1장 당 용량은 JPG 포맷은 22MB, ARW 포맷은 100MB 내외가 된다. 64GB 메모리카드를 쓴다면, RAW+JPG 모드로는 500장을 미처 못 촬영한다. 영상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화상도 이리 용량 소모하며 가게 만드는 기기다.
물론, DSLR 시절처럼 연사 더 땡기고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자고 화질 줄여가는 옵션도 분명 있긴 하나, ‘α1 II’ 들고서 그러는 건 몰상식한 일이다. 정히 용량을 줄여가고자 한다면 JPG 포맷만 찍는 것도 방법이나, 일선 현장에서 동일 또는 유사한 사진을 촬영하는 위험부담을 감안한다면 RAW+JPG 모드가 사실상 국룰이다.
작가나 인플루언서들은 RAW 파일이 편집을 위해 확보하는 소스(Source) 같은 용도라면, 기자는 저작권 확보의 한 방식이라 법적 기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풀링한 사진에다가 민사소송 거는 이 바닥에서 꼭 승리를 하자면 물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일선 현장에서 사진파일의 원본은 꽤 중요한 용도. 특히 각종 정보가 집대성된 RAW 파일은 법원 일 보기 수월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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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촬영만 한다면 읽기와 쓰기 300MB/s 넘나드는 비싼 메모리카드까진 필요없으나, 버퍼에서 메모리카드로 밀어넣는 숫자가 그 때 그 때 많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
2. 높은 수준의 피사체 인식을 위한 고급 AI 프로세싱 유닛
혼자서 마음 편하게 피사체 두루 돌아보며 찍는 환경에서야 이 모드 저 모드 해보겠지만, 피사체가 기다려주지 않는 일선 현장에서 빠르게 촬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P 모드 걸고 다이얼로 조리개 조정이나 하는 선이 현실적이다. 그게 ‘α1 II’가 아닌 다른 카메라들 쓸 때에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건 그게 아니다.
‘AUTO’가 사람보다 나은 카메라를 처음 만난 것 같다. 소니에서 카메라 홍보할 때에 두 번째 즈음에서 언급하는 게 AI 프로세싱 유닛인데, 이게 참 제대로다. 포커싱이 피사체를 쫓아가는 것은 물론, 그에 기반해서 밝기 등 주요 요소들을 컨트롤하는 게 돋보인다. 이 부분은 특히 세미나실같은 넓지 않은 실내에서 주황색 조명이 어둡게 존재하는 환경에서 실감하게 된다.
여담으로.. 이건 그냥 느낌 정도라면 좋겠지만, 이 좋은 AI가 렌즈를 타는 거 같다. F 값 적을 수록 바디에서 연산하는 게 낫지 않나 추정한다. 그냥 재미로 엔트리 레벨인 FE 28-60mm F4-5.6 렌즈를 붙였을 때랑 행사용으로 대여받은 FE 28-70mm F2.8 GM II 렌즈 붙였을 때랑 체감이 차이나는 게, 전자가 겉돌고 후자가 빠릿하게 맞춘다는 그러한 느낌. 만약 이 쪽이 투자 포인트가 된다면 겉잡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이래서 F2 급이 나왔나 싶기도 하고.
3. 최대 30fps의 고속 연속 촬영
당연한 산수 얘기겠지만, 최대 30fps 촬영은 한 스텝 기준이다. 30fps 곱하기 60초 해서 1800컷을 한 큐에 뽑아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럴꺼면 8K 촬영해서 스크린샷을 따로 따는 게 맞는 경우. 특히나 RAW+JPG 기준으로 하게 되면 1컷 당 120MB가 쌓이는데 이리 되면 30은 물론 10도 메모리카드에 파일 우겨 넣는 게 힘겨워 보일 지경. 숫자 줄어드는 속도가 체감 날 정도다.
그나마 DSLR 시절처럼 셔터박스로 트라우마 생기는 건 없겠다 싶다. 해외나 지방 출장 갔을 때 셔터박스 트러블로 멀펑션(Mulfunction) 나면 답이 없어서 어디 좀 나간다 하면 A/S센터 가서 점검하는 게 루틴이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α1 II’는 전자식 셔터다 보니, 반셔터 놓고 연사들 날리다 보면 스크린을 통해 파일들 밀어넣는 게 눈에 보인다. 만약 설정에서 무음모드 선택했다면 소리도 없고 깜빡이는 것도 없는데 프리뷰할 파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걸 보게 되는 건 또 별난 경험.
영상과 달리 촬영은 그리 연사를 마구 해대도 딱히 배터리가 소모된다는 인상은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RAW+JPG 모드로 최고급 품질 촬영을 해도 64GB 다 채우는데 30% 정도 소모하는 것 보니, 배터리 열화되는 거 감안한다 치더라도 그 정도 용량을 촬영으로만 채울 거면 별도 배터리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만약에, 배터리가 걱정된다면 USB-C 포트를 주목하자. 노트북도 그걸로 충전되는 시대, ‘α1 II’도 그걸로 충전 잘 된다. 촬영 중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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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하단에 붙여 충전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 보조배터리가 생각보다 매우 많이 꿀조합. 5000mAh 정도면 무슨 가로그립 같다. |
■ “지나치나, 매우 좋다”
한 줄로 평가하자면 “지나치나, 매우 좋다”. 그런데 여기에서 지나치다는 얘기는 사양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너무 좋은 사양으로 아주 많이 비싼 거야 당연한 것이니, 퀄리티가 중요하다면 이만한 게 세상에 또 없다. 그런데, 이 바디에 접목된 기술들을 조화시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것들 중 딱 두 가지가 일선 취재 업무에서 이슈가 될 수 있다.
실무 현장에서 촬영할 때 가장 걸리던 부분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바디의 절전기능과 뷰파인더-스크린 변환 딜레이가 그렇다. 설정에서는 딱히 유저가 컨트롤하게 노출시키진 않아서 끄고 쓰진 못했는데, 1분 이상 촬영을 하지 않으면 바디가 절전 상태로 들어간다. 물론, 반셔터 누르면 1초 정도에 원상복구 되기는 하는데, 이 1초가 문제다. 이는 뷰파인더-스크린 변환 딜레이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센서와 영상 촬영 관련 부품들의 과열방지를 위해 있는 걸로 아는데, 이는 사진만 촬영하려는 유저에게는 다소 불편함이 따를 것 같다. 손 놀리다 바로 들고 바로 찍는 건 안되기 때문에, 1분 이내에 계속 반셔터 잡아주거나 눈 대고 있는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찰라와 같은 타이밍에 관한 촬영은 포기해야 한다. DSLR 고집하는 분들이 미러리스 못 오는 대표적인 이유인데, ‘α1 II’에서도 물리적으로 여전하다.
그런데 이런 이유 따지는 거야 사진을 촬영하는 기자 입장에서나 그렇지, 그렇지 않은 입장이나 상황이라면 궁극의 퀄리티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당대궁극 그 자체인 카메라다. 스마트폰 사진으로 보면 감흥이 없던 걸, 해상도 8000 넘어가는 5천만 화소급 사진으로 보면 괜스레 웃음이 다 나온다. 게다가, 피사체가 카메라 들고 여기요 저기요 거리는 나를 봐준다, 폰에는 그런 거 당연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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