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활용한 스크린 하나, 열 무대장치 안 부럽다.”
요즘 뮤지컬 공연계에서는 스크린을 활용하여 무대장치를 구성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한정된 무대 공간과 제한된 예산 안에서 스크린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 장치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물리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배경이거나 기본적으로 많은 무대장치를 요하는 작품의 경우 스크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제는 관객들의 수준과 기대치도 높아졌기 때문에 웬만한 스케일이나 완성도로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어설픈 장치들로 오히려 극의 몰입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스크린을 잘 활용만 한다면 웬만한 무대장치보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뮤지컬 작품 내에서 스크린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스크린이 없었던 무대공간에서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활용해야 한다. 무대에서 스크린은 보완재일뿐이지 대체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어설프게 구성할 경우에는 무대 구성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케일과 완성도를 확장시키면서도 물리적 무대 장치들과 괴리감이 적고,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야 한다. 특히 무대 공간이 한정된 뮤지컬일수록 스크린의 활용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젠틀맨스 가이드_사랑과 살인편>은 스크린을 잘 활용한 교과서 사례라고 불러도 가히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무대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브로드웨이에서 4대 뮤지컬 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그랜드 슬램 달성과 함께 이미 작품력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경우 이를 어떻게 국내 무대에서 잘 구현해 내는지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배우들은 관객들이 스크린에 나오는 배경을 화면으로 의식하지 않고 실제 무대의 배경으로 인식하여 극에 집중하도록 무대와 하나되는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주인공 몬티나바로가 성직자 다이스퀴스와 만난 장면에서는 스크린만으로 성당 철탑을 올라가는 장면과 꼭대기를 표현하였는데, 두 배우의 연기력과 스크린이 만나 극에 가장 충실한 성당 철탑 장면이 완성되었다.
탄탄한 스토리에 잘 구성한 스크린 무대 장치로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앞으로도 이러한 뮤지컬들이 많이 등장하여 뮤지컬계도 다채롭게 변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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