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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S 2018 Berlin] 컬럼 – 더욱 커지는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오픈스택에 엿보이는 변화들

기사입력 : 2018년 12월 17일 21시 00분
ACROFAN=권용만 | yongman.kwon@acrofan.com | SNS
올해 베를린에서 열린 행사로, ‘오픈스택 서밋’은 이제 마지막을 고했다. 하지만 이 행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내년부터는 ‘오픈인프라 서밋’이라는 이름으로, 더 스케일을 키워서 돌아올 예정이다. 이제 오픈스택 프로젝트는 역사상 가장 활성화된 3대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이는 최근 몇 년간 재단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가져온 극적인 성장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다음 단계’를 보여 주는 것이, 오픈스택과 주변을 모두 아우르는 ‘오픈인프라 서밋’이라는 다음 서밋의 명칭이다.

사실, 이 ‘오픈인프라 서밋’이라는 이름은 이미 올해의 국내 오픈스택 커뮤니티 행사에서 선보인 바 있으며, 애초의 의도는 서로 조금 달랐지만 결과는 아마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오픈인프라 서밋’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소개할 때면, 종종 한국에서의 사례가 꼽히기도 했다. 이에, 지금까지는 오픈스택을 중심으로 주변이 모여드는 모습이었다면, 향후에는 오픈스택이 여러 구심점 중 하나로 위치해, 좀 더 큰 그림을 보여주게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 과정에서 오픈스택 재단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올해 오픈스택 서밋에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중국’의 존재를 꼽을 수 있겠다. 오픈스택 생태계에서 중국은 이제 중요한 위치라 할 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고, 요즘 여러 가지로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화웨이(Huawei)는 이번 행사의 핵심 스폰서 중 하나였다. 이쯤 되면, 오픈소스 생태계의 주도권 싸움은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 갈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서로간의 신뢰와 시스템의 투명성으로 ‘중복되는 수고’를 덜어 오던 이 오픈소스 생태계에 다시금 이 신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지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고, 그 대가 또한 만만치 않겠다는 예상을 한다.

▲ 올해 서밋에서는 오픈스택보다 파일럿 프로젝트, 그리고 생태계가 강조되었다

이번 오픈스택 서밋의 키노트에서는 사실 ‘오픈스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주인공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파일럿 프로젝트들과 오픈스택의 기술적인 관계는 서로 상하 종속관계가 아닌, 다른 기술들과의 연결점을 제공하는 위치에 있다. 이는 현재 오픈스택 환경의 구현에 있어, 컨테이너 환경에서 오픈스택을 컨테이너로 올리고, 이를 통해 다른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것이 대세가 된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오히려, 오픈스택 프로젝트 안에서 단독 실행이 가능한 몇몇 프로젝트들이 독립해 나오지 않은 것 또한 꽤 흥미로운 모습이다.

1~2년전 오픈스택 재단의 프로젝트 구성 전략은 ‘빅 텐트’로 요약되었는데, 지금은 오픈스택 프로젝트 이외에 파일럿 프로젝트들도 등장했고, 더 이상 이 ‘빅 텐트’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의 이유는 ‘오픈 인프라스트럭처’가 이 ‘빅 텐트’를 모두 덮어버릴 정도로 넓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의 ‘오픈 인프라스트럭처’에서 기존의 ‘빅 텐트’는 몇 개의 중요한 기술적 베이스캠프 중 하나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그리고 지금의 그림에서, 오픈스택은 전체 인프라에서 어떤 계기를 만드는 구심점 같은 존재로의 위치가 강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재단의 입장 또한 지금까지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더 어렵고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더 많은 커뮤니티들과의 협력과 함께 서로간의 위치와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하고, 더 넓은 생태계의 움직임 속에서 적절한 방향을 찾아 나아가는 것은 지금까지보다 더 어려울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이제 재단이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 예상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오픈 인프라스트럭처’ 라는 큰 그림을 들고 나온 이상, 국제 관계와 기업, 커뮤니티 간 이해관계가 얽히는 대규모 국제 회의를 이끌어가는 좌장의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 이번의 톱 스폰서 중 하나는 최근 여러 가지 화젯거리를 몰고 다니는 중이다

한편, 최근 경제와 IT 양 쪽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느낌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IT 관련 장비들에 대해 ‘신뢰성’을 언급하는 데서는 세계적인 동요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물론 중국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으며, 지난번 알리바바 컴퓨팅 컨퍼런스 때도 중국의 IT 기술이 글로벌로 나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에 기술력보다 ‘신뢰성’ 측면을 꼽았을 정도다. 또한 중국의 기업들이 중국 이외의 시장에 진출할 때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보안 성능과 신뢰성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그 반대급부에서 미국의 신뢰성이 절대적인가 하면 이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7년 보스턴에서의 오픈스택 서밋에서 기조연설에 화상 연결로 등장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 또한 그리 석연치 않은 것이다. 이 때 제 3국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선택하기도 참 어려운 상황이고, 제 3국의 개인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으로 가도 신뢰성에 대한 의심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 양 세력 간의 줄다리기 사이에서 서로의 솔루션을 교차시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때, 대형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양 세력 간의 교차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다양한 관련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이를 좀 더 넓게 보면 지역간, 세력간의 경쟁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이런 경쟁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선의의 경쟁일 때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선의의 경쟁 모델이 아닐 때에는, 서로간에 경쟁적으로 상대방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데, 이 또한 나쁘지는 않지만 커뮤니티 전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 일단은 ‘줄’의 시스템, 커뮤니티의 선의의 경쟁과 견제의 힘을 믿어야 할 것이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특징 중 하나인, 누구나 접근해 소스를 확인하고, 기여하고, 검증할 수 있는 ‘투명성’ 측면은 요즘 같은 시기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이론적으로 이런 모델은 누군가 불순한 의도를 코드에 담아 반영시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시스템적 요소가 되며, 참여자가 많을수록 모두가 납득할 만한, 뛰어난 신뢰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아주 작은, 특별한 부분들에서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는 상황에서 자칫 해당 블록이 아무도 검증할 수 없는 블랙박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등잔 밑이 어두운 이런 상황은 사실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에서 가끔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에서 완전무결한 코드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확인할 수 있는 누군가가 부족할 경우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제 오픈소스 생태계는 이 부분을 모두 참가자들의 선의로 넘기기에는 너무 중요해졌다. 이에 모든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누군가를 시스템 수준에서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은, 꽤나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우려에 대해, 오픈스택 재단은 공식적으로는 ‘염려할 필요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현재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로 분리되기도 한 '줄'에는 자동적인 코드 테스트와 수동 리뷰, 그리고 모든 변경에 대한 이력 관리 등이 있어, 절대적으로 투명한 소스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고, 참가자들과 시스템의 역량을 믿고 있다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커뮤니티 버전의 사용에 대한 책임은 각 사용자들에 있으니 사용자들도 직접 확인에 참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상용 버전을 다루는 회사들 또한, 각자가 이런 부분을 확인, 보증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번 의심이 가면 다시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 신뢰다.

▲ 한국 또한,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움직임에서 나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IT 기술의 신뢰성에 대한 논쟁이 국제 진영화되어 가는 움직임 속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들 또한 이런 영향을 어느 정도는 받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사용하려는 기업들은, 소스가 단지 동작하는 것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소스의 신뢰성과 개발 이력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꽤 소모적인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이런 과정을 치열하게 거친 오픈소스 기술은, 양 쪽 모두 의심이 필요한 상황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기술들 중 가장 확실하게 믿을 만한 기술이 아닐까 싶다.

이런 복잡한 국제적 생태계의 움직임 속에서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면, 그래도 이번 서밋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어 사뭇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올해 서밋에 소개된 국제적 사례에서, SK텔레콤은 ‘에어쉽(Airship)’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중요한 기여자로 소개되었으며, 국내 유저 커뮤니티의 초기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안재석 박사 팀의 사례 발표 세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의 서밋을 건너뛰고 참가한 만큼 그 동안의 소식을 제대로 신경 쓰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두 번의 서밋 동안에도 꾸준히 발표 세션을 가졌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반대급부도 있었는데, 바로 본인의 위치였다. 이번 서밋이 바르셀로나 이후 2년만에 유럽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유럽에서의 참여에 대해 가장 크게 신경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역군이 두 군데가 더 있었는데, 최근 급성장하는 ‘중화권’과, 본진이라 할 만한 ‘미국’ 지역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본인의 위치는, ‘미국’ 팀에 소속되어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기타’ 지역에서 ‘기타’가 내 몫이었다. 사실 나 자신의 입장이나 활동만 보면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지역 구분 자체가 ‘기타’가 되는 것은 또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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