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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재규어 I-PACE EV400 (2019) HSE

기사입력 : 2019년 02월 02일 23시 27분
ACROFAN=권용만 | yongman.kwon@acrofan.com SNS
지금까지 내연 기관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던 자동차의 현실적인 다음 세대로는 ‘전기차’ 혹은 전기를 기반으로 하는 자가 발전형이 꼽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내연 기관과 전기 구동계를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형 차량을 거쳐, 이제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수준의 성능과 실용성 등을 갖춘 그럴 듯한 순수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 주목을 끌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전기차로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선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주목받던 새로운 업체가 아니라, 도태될 것만 같았던 기존의 자동차 업계들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사람들이 이 전기차에 기대했던 점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보다는, 기존의 내연기관 기반 차량이 가진 성숙한 형태와 고유의 장점을 이어받으면서도 전기차가 가진 친환경성과 경제성 등을 누리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신생 업체에 있어 이러한 ‘자동차’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생산 기술의 차이는, 기존 업계가 기존의 기술을 기반으로 훌륭한 전기차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음이 분명하다. 이에, 다시금 전기차 업계는 기존 완성차 업체를 위주로 구성되는 모습이다.

재규어의 I-PACE는 완성차 업계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재규어가 처음 선보이는 전기차로, 스포티한 럭셔리 5인승 SUV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모델은 재규어가 처음 선보이는 전기차 양산 모델이지만, 지금까지 재규어가 만들어 온 차량들에서 얻은 노하우나, 포뮬러-E 등에서 얻은 고성능 전기차 기술 등이 집적되어, 첫 모델이지만 어설픈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주행 성능 측면에서, 전기 모터를 기반으로 한 즉각적인 고출력과 함께, 기존의 재규어 브랜드 차량들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운동 성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전기차 시대의 고성능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도 한다.

▲ 재규어의 첫 전기차 ‘I-PACE’는 5인승의 럭셔리 SUV 형식으로 등장했다

▲ 뒷모습은 공기역학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스포티한 이미지로 마무리했다

재규어의 첫 전기차인 이 ‘I-PACE’는 5인승 SUV 형식을 기반으로 하며, 재규어 75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하이브리드 슈퍼 콘셉트카 C-X75에서 영감을 받은 진보한 디자인과 쿠페의 매끄러운 실루엣, 뛰어난 비율과 주행 성능, 일상에서의 실용성 등이 조화를 이루었다. 디자인 측면에서의 특징이라면, 비교적 유연한 배치가 가능한 전기차 구동계의 특징에 힘입어 2,990mm의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을 갖췄다는 것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선과 형태를 가지지만 여타 전기차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전기차임을 강조하는 과한 근미래 SF적인 디자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있겠다. 언뜻 보면 그냥 ‘새로운 재규어 SUV’로 보일 것이다.

캡 포워드 디자인에 따른 짧고 낮은 보닛과 보닛 벤트, 특징적인 그릴은 특유의 ‘재규어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며, 일반적으로 순수 전기차들에서는 크기를 줄이거나 없애 버리는 그릴 또한 기존 내연기관차들과 비슷하게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이 그릴은 보닛 스쿠프로 공기를 통과시켜 저항을 줄이고 커브를 이루는 루프라인으로 공기를 내보내 드래그를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 또한 배터리 냉각과 온도 조절을 위해 필요에 따라 그릴의 액티브 베인(Vane)이 열리고 닫혀 공기흐름을 최적화한다. 이런 기능성 덕에 I-PACE의 항력 계수는 0.29Cd 정도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슬림한 LED 헤드램프는 미래형의 이미지를 주면서도, 재규어 특유의 ‘J 블레이드’ 그래픽을 담고 있다. HSE 모델에 기본 적용되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온보드 카메라 시스템과 상호 작용해 마주 오는 차량 위치를 감지하고 헤드램프의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포함되며, 각각의 LED 모듈을 개별 제어해 최적의 빛 분포를 유지한다. 또한 측면에서의 특징이라면 같은 그룹사의 ‘레인지로버 벨라’에서도 볼 수 있었던,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자동전개식 플래시 도어 핸들의 채택이 있는데, 스마트 키의 버튼을 누르거나 운전자가 도어 그립을 누르면 돌출되고, 주행 상황 등에는 도어 쪽으로 들어가,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리어 디자인은 슬림하고 개방된 리어 스포일러와 리어 윈도우의 각진 슬로프가 특징적이며, 이는 공기 역학적인 이점을 제공하면서 스포티한 디자인을 완성시킨다. 이런 디자인은 넓게 보면 연비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들에서 좀 더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한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I-PACE는 어느 정도 시각적 요소와 타협을 이룬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리어 벤트는 테일파이프를 시각적으로 대체할 뿐 아니라 후방 디퓨저와의 조합으로 공기 흐름의 최적화를 돕는다. LED 테일 램프는 선명하고 기술적인 외관을 위해 원형 그래픽을 사각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에 더 시원하고 매끄러운 실내 디자인을 갖췄다

▲ 휠베이스 대비로는 아쉽지만, 체급 대비로는 나름 성의있는 뒷좌석 공간

재규어 I-PACE 실내 디자인의 지향점은 개방적이고 넓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으로, 럭셔리 전기차 컨셉에 부합하는 소재와 마감을 통한 고급스러움도 강조하고 있다. 이 덕분에 기존의 재규어와는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받는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는 분위기는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레인지로버 벨라’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물론 배치와 디테일 측면에서는 공조 장치 등을 위한 로터리 컨트롤러가 푸시, 풀 양쪽으로 사용될 수 있는 등 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센터터널의 경우 변속기 등이 위치하던 자리는 대부분 수납공간과 전자장치 조작계로 사용되고 있다.

이 ‘터치 프로 듀오(Touch Pro Du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재규어 모델에서는 I-PACE가 처음으로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두 개의 터치 스크린과 함께 정전식 센서, 물리적 촉각 컨트롤을 통해 손쉽게 주요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게 하며, 주행 정보와 인터랙티브 컨트롤을 구분해 배치, 운전자의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I-PACE는 기본사양으로 새로운 10인치 터치스크린과 하단의 5인치 터치스크린 조합의 듀얼 스크린 조합을 제공하며, 실내 온도 조절 등의 편의를 위한 로터리 컨트롤러가 조합된다.

긴 휠베이스와 캡포워드 설계, 그리고 공간을 덜 차지하는 전기 구동계의 특징이 만나, I-PACE는 충분히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5명의 성인이 편안히 탑승할 수 있도록 운전석을 더욱 앞쪽에 배치, 890mm의 넉넉한 뒷좌석 레그룸을 확보했다. 또한 운전자와 탑승객 시트는 SUV 포지션보다 낮게 위치하며, 슬림 라인 시트는 엉덩이를 낮게 배치해 편안함을 더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앞열 시트들이 꽤 낮게 배치된 덕분에, 수치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실제로 앉아 보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실내 공간 활용에서,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656리터고, 뒷좌석 시트를 폴딩할 경우 1,453리터까지 확장 가능하다. 또한 변속기가 없는 센터터널에는 10.5리터 정도의 수납 공간이 배치되었으며, 뒷좌석 하단에는 태블릿이나 노트북 수납이 가능한 트레이도 있다. 인테리어에서, HSE 트림에 기본인 윈저 가죽 시트는 재규어의 대표적인 로젠지 모티브로 레이저 커팅되어 좌석 앞면을 덮고, 등받이는 ‘문스톤 알칸타라(Moonstone Alcantara)’를 사용한다. 또한 기본 사양의 고정식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또한 로젠지 패턴의 세라믹 소재로 되어 있어, 자외선 차단 효과와 함께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루프에서도 가림막이 없다는 점은 취향에 따라서는 아쉬운 부분으로 꼽을 수 있겠다.

▲ 강력한 주행 성능도 중요한 특징이다

▲ 한 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333km 정도다

재규어 I-PACE의 구동계는 두 개의 초경량 컴팩트 영구 자석 동기식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구성된다. 동력을 만들어 내는 전기 모터는 차량 전방 및 후방 액슬에 위치해, 시스템 최고출력 400PS, 최대 토크는 71kg.m을 내며, 사륜 구동 방식을 구현한다. 이 전기 모터는 재규어의 포뮬러 E 레이스카 I-TYPE을 통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는 36개의 모듈로 90kWh 용량이 탑재되었으며,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으로 333km의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이 배터리는 차량 앞뒤 차축 사이에 최대한 낮게 설치되어, 차량 무게중심을 낮추고 민첩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

구동 즉시 최대토크가 나오고, 고회전이 가능한 모터 구동의 특성을 살려, I-PACE에는 D/N/R/P로만 구성되는 ‘싱글 스피드 트랜스미션’이 조합되어 우수한 효율과 토크 전달력, 즉각적인 반응성을 제공한다. 또한 두 개의 모터를 사용한 사륜 구동 시스템은 전, 후방 액슬에 장착된 전기 모터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즉각적인 토크 반응과 운전자 입력, 도로 상태 및 차량 특성에 따라 전, 후방 토크 분배 제어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은 미끄러운 노면 상황에서도 차량의 주행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로우 트랙션 런치’ 기능은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할 때 토크를 최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재규어 I-PACE는 전륜에 더블 위시본, 후륜에 인테그럴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알루미늄 서스펜션 링크와 너클을 사용하는 소형 경량의 디자인으로 무게를 감소시키고 내부 공간을 극대화했다. 또한 HSE와 First Edition에 탑재되는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차량이 고속 주행시 자동으로 차체를 10mm 낮추는 기능도 갖췄으며,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는 차량의 움직임과 조작을 초당 500회 모니터링하고, 연속 가변형 댐핑 기술을 통해 최적의 승차감과 차체 컨트롤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어댑티브 지형 반응 시스템(AdSR)은 차량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모터와 브레이크 설정을 환경에 맞게 자동으로 조절한다.

고에너지 밀도의 리튬이온 파우치 셀로 구성된 90kWh 배터리는 50kWh 또는 100kWh 급속 충전기나 7kWh 가정용 충전기로 충전 가능하며, 50kWh 급속 충전기는 90분만에, 100kWh 급속 충전기는 4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의 보증은 8년, 16만km가 제공되며, 영하 40°C 등 극한의 추위나 더위에서도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운전자들은 주행 범위를 최적화하는 다양한 스마트 기술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가정에서 충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주행 중 잔여 거리를 확인할 수 있고, 주행 전 실내 온도 조절 등이 가능하다.

▲ 안전 측면에서는 다양한 첨단 안전 장비 탑재와 함께 EuroNCAP 5스타를 획득했다

재규어 I-PACE는 재규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두 개의 터치 스크린으로 구성되는 ‘터치 프로 듀오(Touch Pro Du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또한 12.3인치 고해상도 대화형 운전자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운전 관련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포함한 내비게이션, 전화, 미디어 등의 능동형 안전 데이터를 수신하고 투사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프로’는 운전자가 길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3D 지도를 지원하는 풀스크린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HSE, First Edition 에 적용되는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행 속도, 내비게이션 정보를 윈드스크린 상에 투사하여 운전자가 전방 도로에 시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I-PACE는 스마트 설정(Smart Settings) 기술을 이용하여 시간, 위치, 기온, 행동 패턴에 기반해 운전자의 정보를 학습하고 니즈를 예측하여 맞춤화된 세팅을 제공, 운전자가 여정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인컨트롤 리모트’를 활용하면 운전자가 드라이빙에 앞서 배터리와 실내 온도를 사전 설정할 수 있으며, 재규어 리모트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충전 상태나 예상 주행 가능 거리 등 중요한 배터리 상태 정보를 업데이트 받고, 원격으로 충전을 시작, 중지하고 충전 상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원격 잠금 및 해제, 경로와 주행거리 통계가 포함된 주행 일지 확인은 물론, 재규어 어시스턴트 서비스와 SOS 긴급 출동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재규어 I-PACE에는 큐어시스트가 통합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고속 비상 브레이크, 사각지대 어시스트 시스템,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시스템, 자동 주차 보조 기능 등 최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큐어시스트가 통합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with Queue Assist) 시스템은 개선된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전방 주행 차량의 움직임을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주행속도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사전에 설정된 간격을 유지시키며, 전방 차량이 주행을 멈추는 경우 차량 정차까지 가능하다. HSE, First Edition에는 스티어링 보조 기능이 추가된다.

고속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은 다른 차량과의 잠재적 충돌 위험이 발생하는 순간을 탐지하고 운전자에게 차량을 제동하도록 경고하고,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충격의 강도를 줄이기 위해 차량이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또한 차량의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사각지대 어시스트 기능(Blind Spot Assist), 탑승자를 위한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Clear Exit Monitor) 시스템, 평행 및 직각주차를 모두 지원하는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도 탑재되어 있으며, 차량 도난 등에 대비한 ‘인컨트롤 시큐어 시스템’은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추적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 알림을 보내고 경찰 등에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전송해 신속한 대응을 보조한다.

▲ 재규어 I-PACE의 시승은 인천 영종도와 송도 일원에서 진행되었다

재규어 I-PACE에 오르면, 내, 외관의 첫 느낌은, 전기차임에도 기존 전기차들이 내세우던 ‘친환경’ 상징의 색상 포인트나 장식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있겠다. 물론 여기에는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주요 조작계를 단순화한 덕분도 있을 것이다. 의외로 실내 공간은 기대보다는 여유가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올라서 전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이 차량이 전기차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시승 차량의 경우 HSE 트림으로, SE 트림과의 차이는 시트와 서스펜션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데, 뒷좌석 공조기나 ADAS 기능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버튼식 변속기는 이제 전기차만의 전유물도 아니니 그리 당황할 게 없고, 첫 출발은 전기차 답게 부드럽고 사뿐하게 나간다. 속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때도, 차량의 가속에는 머뭇거림이 없다. 싱글 스피드 트랜스미션의 조합으로, 모든 속도 영역에서 동력이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속할 때 들리던 엔진 소리가 없다는 점은, 울부짖음 없이 정말 조용하게 뛰는 고양이과의 맹수 등에 탄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부족한 ‘감성’적 측면은 드라이브 모드 변경을 통해 사운드 보강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진짜보다는 아쉬울 것이다.

재규어 I-PACE는 시스템 최고출력은 400마력, 최대토크는 71.0kg.m, 0-100km/h 가속은 4.8초에 완수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성능을 갖췄다. 이런 가속 성능은 가속 페달에 올린 발에 힘을 줌으로써 언제든지 꺼낼 수 있다. 덕분에 비슷한 성능의 차량들보다도 체감 가속 성능은 더 매끄럽고 후련한 느낌이다. 사운드 부분까지 꺼 놓을 경우 차량이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HSE 트림에서의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기능은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차량의 움직임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어, 더 자신있는 주행에 나설 수도 있게 한다.

의외로 I-PACE에서 감탄이 나오는 부분이라면 코너링의 느낌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SUV의 형태를 가진 덕분에 낮게 깔린 쿠페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코너를 돌아나가는 동안 기대 이상의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는 비록 시트 포지션이 조금 높게 느껴질지언정, 바닥에 배치된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추고, 서스펜션이 롤 등의 움직임을 잘 억제하는 데다가,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에 전후 무게배분도 5:5를 구현하기까지 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에는 토크 벡터링 등의 전자제어 기술 또한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 전기차의 경우, 다양한 설정에 빠르게 접근하는 부분이 편의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갖춘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계기판 안에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경우, 굳이 센터페시아의 메인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을 언제나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조작이 필요할 때만 잠시 내비게이션을 꺼내면 되는 것이다.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여러 가지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어느 정도 조작에 익숙해지면 꽤 편리하게 여러 가지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신 전기차라 하면 약간의 수동적인 자율주행 기능들도 함께 기대하게 되는데, I-PACE 또한 이에 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HSE 트림 이상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에서 앞차와의 간격과 속도 조절과 함께, 조향 보조를 포함하는 차선유지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활성화할 경우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차선과 차량 흐름에 따라 잠깐 정도는 혼자서 그럴 듯하게 주행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물론 스티어링에 손을 올려놓고 있지 않으면 20초 정도 뒤에 알람이 울리지만, 꽤 지루한 고속도로 정속 주행에서 피로감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능으로도 기대할 만하다.

제동 성능 측면에서는 전통적인 디스크 브레이크에 회생제동 시스템을 더했는데, 회생제동 강도 설정에 따라서는 최대 0.4G의 회생 제동력 확보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대부분의 주행 상황을 가속 페달로만 해결하는 싱글 페달 주행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회생제동의 강도 설정은 단 두 단계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전기차 설정에 들어가서 바꿔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회생제동 설정은 ‘강함’으로 설정한 뒤, 브레이크 페달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가속 페달로만 주행하는 것이 좀 더 취향에 맞는 느낌이었다.

▲ 새로운 전기차 시대에 내딛은 첫 발부터 꽤 인상적인 ‘I-PACE’

전기차의 시대가 주목받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업체들보다 기존의 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시대에 더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이는 어찌 보면, 자동차의 본질은 구동계가 바뀐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최근의 전기차들은 이제 기존 모델들의 설계에서 구동계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전기차 시대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가지고 등장하고 있기도 한데, 이 때도 주행이나 안전 등에서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노하우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재규어의 I-PACE는 브랜드의 첫 전기차지만, 첫 등장부터 허술한 면을 거의 보이지 않는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갖췄다. 기존 모델들이나 하이브리드 등과 공유하지 않는 전기차만을 위한 플랫폼에, 포뮬러 E에서의 노하우가 적용된 구동계와, 기존 차량 모델들에서의 노하우가 반영된 주행 성능 등에 이르기까지, I-PACE는 재규어의 첫 전기차 모델이지만, 첫 모델임에도 완성도 측면은 충분히 현재 업계에서 상위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또한 ‘재규어’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는, 이 차의 ‘럭셔리’ 성격을 설득력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물론, 아직 이 차는 아무나 탈 수 있을 차는 아니다. 단순한 가격 문제라기보다는, 이 차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인프라와 생활 환경이 주위에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당장 충전에 필요한 자리나 시간 등에서부터 꽤 많은 사람들에게는 전기차가 참 멀게만 느껴질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면, 전기차가 주는 경험은 기존의 차량에서 받을 수 있는 경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규어의 I-PACE는 앞으로의 전기차가 가야할 방향 중, 가장 온건하게 예상할 수 있는 길을 확실하게 가는, 새롭지만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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