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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옥 상무, “범현대家 블록체인 기업 에이치닥, 한강의 기적에 이어 4차 산업혁명에서도 산업보국 선도할 것”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家 기업과 블록체인 상용화 발판 마련 … 금년 중 블록체인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 예고 “블록체인 시장은 헤게모니 싸움 될 것 … 업계 선도적 위치 사수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 동반돼야”
기사입력 : 2019년 04월 19일 16시 19분
ACROFAN=김보라 | bora.kim@acrofan.com | SNS
블록체인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핵심 기술로 거론되기 시작한지 오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삼성, 카카오, SKT 등 대기업들은 이미 블록체인 전문 조직을 만들고 독자적 사업 모델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장려 정책 마련은 미진한 상태다.

이러한 국내 상황을 헤치고 가장 먼저 블록체인 산업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진출한 토종 기업이 있다. 범현대家 3세인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은 지난 2016년 12월 핀테크 기업인 현대페이(HYUNDAI PAY)를 설립하고 이듬해 10월에는 스위스의 크립토밸리에 블록체인 기술 기업 에이치닥테크놀로지(Hdac Technology, 이하 에이치닥)를 설립해 IT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18년 5월 메인넷을 공개한 에이치닥은 간편결제서비스나 스마트홈과 같이 일반 사용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B2C 서비스에서부터 IoT, AI, 핀테크,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산업 현장에 혁신을 가져다 줄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까지, 상용화를 우선시한 기술 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과 산업 곳곳에 스며들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을 표방한다.

에이치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와 P2P자산거래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혔다. 또한, 에이치닥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솔루션은 스마트홈 등 건설ㆍ부동산 분야, 전자계약/구매, 생산이력관리 등의 제조업 분야, 멤버십포인트와 송금 등 금융ㆍ유통 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쳐 블록체인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기 시작한 에이치닥에서 조타수 역할을 맡고 있는 전략ㆍ기술총괄 조문옥 상무(CTO 겸 CSO)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한 비전을 역설했다.

 
Q1.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소위 ‘김프(‘김치 프리미엄’의 준말.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 거래소 시세에 비해 높은 현상)’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유달리 과열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코인 이코노미가 갖는 난해함이 사기꾼들과 투기 세력들을 불러왔고 급기야 각종 폐단이 발생했습니다. 블록체인이 아직 그 효용성을 증명하기도 전에 시작된 이 투기 열풍으로 인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물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동일한 개념으로 바라보는 오해도 굳어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비단 ‘김치 프리미엄’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기업들이 있어왔고, 이들 기업의 노력과 의지야 말로 우리나라를 블록체인 강국의 반열에 올려 놓을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에서도 블록체인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관련 비즈니스를 육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Q2. 아직도 블록체인의 파급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데이터 블록으로 만들어 이를 연결하는 기술이며, 분산 컴퓨팅 방식을 통해 데이터의 위ㆍ변조를 방지합니다. 따라서 금융이나 결제 서비스 등에 적용하는 것이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이들 영역은 국가 경제와 정부의 거버넌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그런 만큼 국가 차원에서 엄격히 컨트롤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정부가 관련 법과 규제를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또한 그런 이유라고 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관련 사업 전개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융 및 결제 서비스 분야 외에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영역으로는 컨텐츠 저작권이나 법률 문서, 계약서 등 중요 문서를 관리하는 서비스나 물류, 무역 등의 산업 분야가 있습니다. 특히, SCM(Supply Chain Management) 영역에 블록체인이 적용될 경우 공급망 참여자 모두에게 돌아가는 효용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급망에는 원자재에서부터 제조자, 도소매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과정에 많은 프로세스가 존재하고 다양한 역할의 참여자가 개입되는데, 여기서 발생되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보안성, 투명성, 확장성 등 모든 요소를 한 번에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불필요한 검증 절차와 매뉴얼(수동) 작업의 간소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핵심으로, IoT,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기술과 결합된 블록체인이 가져다 줄 파급력은 어마어마합니다.

Q3. 에이치닥이 2017년 ICO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모은 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 아직 구체화된 사업은 없는가?

ICO로 3천억 원을 모았다는 이야기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데, 이는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 원을 넘어가던 당시 시세 때 기준일 뿐, 거품이 빠진 지금은 매 행보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시기입니다. 일부 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처럼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보여주기’식 홍보를 지양하다 보니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에이치닥은 ‘범현대家 소속’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정직하고 우직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모집된 자금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던 것처럼 에이치닥은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범현대家 기업들을 대상으로 복수의 POC(개념증명) 사업을 완료했거나 수행 중에 있습니다. 공공부문에서도 지난 2월 부산시와 현대페이의 MOU 체결을 시작으로 사업 구체화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며, 이외에도 아직 공개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에이치닥은 현대중공업과 협력해 기존 전자계약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시키는 POC를 완료했고, 현재 본사업 계약을 협의 중입니다.

 
Q4. 정부에서는 아직도 대응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것 같은데?

블록체인이 암호화폐 발행 기능을 제공하는 한 정부가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사실 바람직합니다. 국내에서 암호화폐 투기 열풍으로 빚어진 폐단이 워낙 크기도 했지만 IT 업계에서 초읽기로 주어지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국경도 밤낮도 없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경쟁하고 있어 자칫 ‘골든 타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신중하다고 하여 장고(長考)가 꼭 동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세계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운영체제는 구글에서 개발해 2008년 처음 정식 발표된 안드로이드(Android) 또는 2007년 아이폰과 함께 등장한 애플의 iOS입니다. 이제 와 우수한 성능의 국산 운영체제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이 양강구도를 헤집고 들어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앱이 없는 운영체제를 쓰려는 사람이나, 사용자가 없는 운영체제를 위한 앱을 만드는 개발사도 없을 것입니다. 블록체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거대 글로벌 IT 기업인 오라클의 블록체인 개발그룹 부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3년 내 전 세계 기업의 절반 이상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합니다. 블록체인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다면 오히려 제도권 내에 둠으로써 부작용을 사전 방지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장기적 관점에서 육성 정책을 마련해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한다면, ‘포스트 안드로이드’는 한국 기업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5. 향후 5년 간 블록체인 시장 트렌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IT 분야에서는 국제 표준도 중요하지만 디팩토(De Facto) 표준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IEEE나 W3C, GSMA, ISO 등 수많은 국제 표준 조직이 있지만, 이제는 여기에서 국제 표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프소스 프로젝트와 이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 예를 들면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만드는 기술과 서비스가 표준이 됩니다. 즉, 실제 시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면 그것이 표준이 되는 것인데, 이 디팩토 표준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는 이더리움이 가장 디팩토 표준에 근접해 있다고 봅니다. ERC로 시작하는 다양한 기술 표준을 자체적으로 프로젝트화하고, 여기에 자발적으로 많은 개발자들이 모임으로써 자발성에 기반한 강력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더리움이 가진 기술적 우수함도 원인이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갖는 이점은 큽니다. 사용자가 많은 만큼 관련 정보를 얻기도 쉽고, 정보가 많으면 새로운 사용자가 쉽게 유입되게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생태계가 짧은 시간 내에 형성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향후 블록체인 시장은 누가 헤게모니를 가져갈 것인가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특정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우수한가 하는 문제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플랫폼 경쟁에서 팔로워(follower)가 주도권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육성책이 절실합니다.

올 초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에 다녀왔습니다. 5G를 위시한 IoT와 AI가 메인이었지만 곳곳에 블록체인 기술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멀지 않은 시점에 블록체인이 IoT와 AI와 함께 IT 산업의 전반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스포트라이트를 다소 일찍 받게 됐을 뿐, 블록체인은 이제가 시작입니다. 현대그룹 창업주이신 故정주영 회장님께서는 생전 "이봐, 해보기나 해봤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는데, 지금 우리 모두 다시 새겨봐야 할 시대적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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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한 조문옥 상무는 에이치닥테크놀로지와 현대페이의 전략ㆍ기술책임자로, SK텔레콤의 간편결제서비스인 ‘T페이(T pay)’를 총괄한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전문가다. 2010년대 초 고려대학교 인호 교수(現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장)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처음 접하며 블록체인과 핀테크가 결합된 서비스 모델의 잠재력에 매료됐다고 회고하는 그는 삼성SDS 재직 당시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를 국내에 들여온 1세대 아키텍트이다. 개발자로서 IT 업계에 첫 발을 내딛은 조문옥 상무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속성인 IT와 금융 모두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의 이해도와 경험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하이퍼레저(Hyperledger) 개발 관련 서적을 집필해 출판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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