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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사랑이라는 그 달콤하고도 씁쓸한 단어에 관한 이야기들... 연극 ‘올모스트 메인’

기사입력 : 2020년 12월 27일 19시 27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 SNS
 
미국 메인(Maine) 주는 여러모로 낯선 지명이다. 위키백과에서는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가장 북쪽’이라고 설명. 미국의 다른 주 한 곳과 경계를 두고, 캐나다 국경에 접한 입지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고성군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유튜브에서 메인쿤 고양이 찾아보고 산다던가, 스티븐 킹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추 들어본 적 있을 동네다. 그냥 딱, 먼 곳.

그렇게나 먼 곳이라고 해도 사람들 잘 살고 있겠고, 당연히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 있는 게 당연한 일. 특히나 사랑이라면, 공기와 물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채우고 있을 터. 때문에, 금요일 밤이라는 정해진 시간에도, 살다보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도 남았을 법한 일들이 자연스레 이어지리란 건 얼추 짐작이 갈 경우가 아닌가 싶다.

작가가 글로 그린 씬들은 아무래도 살다보면 ‘봐서 알아’ 혹은 ‘겪어봐서 알아’ 싶은 그런 이야기들을 깔고 있다. 나이 마흔 즈음에, 아니면 그걸 넘어선 나이에 본다면 소름 끼칠 정도로. 각각의 단막들은 미지, 충동, 각오, 후회...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중간에는 묵은 사랑의 바스러짐까지 그리기에, 사랑이 항상 즐겁고 달콤한 일이 아님을 주지시킨다.

해도 해도 안 되니 펭귄이나 사람이나 같은 신세 다 되는 둥의 이야기는 중간에 쉬어가는 포인트 정도. 앞뒤를 채운 이야기들은 일반인들이라면 직간접적 경험이 넘쳐날 일들의 향연이다. 물론, 나이에 따라 거리감 또는 기시감이 달리 보일 내용들이긴 하다. 학생일 때와, 학생이 자녀일 때는 아무래도 다른 게 많을 테니까. 그래서 더, 연식이 찼으면 찰수록 회한에 젖어들기 쉬운 이야기들이다.

아무래도, 일상다반사 같은 부류를 담은 극인 관계로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쉽게 또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여배우의 샤우팅은 어디서 들어봄직, 남배우의 찌질함은 언제 그랬었던가 새삼 지난 날 셈해보게 하는 그런 느낌이다. 물론, 상남자 외길 외사랑 등등 특이한 경우라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통상적인 일반인들이라면 다들 (자기가 꼭 아니라면야) 남의 일로라도 숱하게 봤을 그런 사건사고가 젊은 배우들의 연기로 재현되는 걸 보게 된다.

물론, 본 극은 개막 전부터 특정 배우에 관심이 쏠려 화제가 된 바가 있어 거기에 관심 가진 사람들이 많다. 과거 공연들보다 토킹에 사회어와 속어 사용이 늘어난 정도여서 딕션 정도 표 나 보일 뿐, 액션이 신서유기와 델루나 사이 그 어디쯤이라 해도 이야기 자체가 그 나이 대에 두루두루 겪어봄직한 그런 사연이라 문제없어 보인다. 오히려 외적인 이미지가 딱 적절한 연배와 캐릭터에 붙는 기믹이라 보는 사람마다 느낌의 진폭이 가미될 수는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극을 받혀 나가는 모든 배우들의 열연과 몰입이 연극이라기엔 생활상 같은 가까운 거리감을 지니고 있어서, 연기를 보다가 청중 스스로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기 수월하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 지나가는 길에 큰 용기로 괜스레 한 마디 건넸을 때의 고백 감성은 누구나 한 때 스쳐 간 것이기에. 그 반응이 짐작가는대로 가도 놀랍진 않을 터. 태어나 살아생전에 뜻대로만 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기에, 그런 기억이 생생한 사람이라면 상념 참 많을 극이다.

관객에게라면. 연인들에게는 연인들 나름대로의 고비와 이벤트들을 되새기게 해줄, 부부라면 사랑이 익어감이 아닌 묵어감에 대한 경계를 일깨우는 그런 소프트한 이야기들이다. 카리스마로 무대를 씹어 먹는 그런 건 당연히 아니겠고, 보고 있으면 웃음이나 눈물 보단 한 숨이 더 배어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이요 연기들이다. 그저 삶이란 게, 언제나 그랬던 거 아니겠는가?

▲ 2020년 12월 25일 금요일, 크리스마스에 극단 소년이 첫 공연을 한 연극 ‘올모스트 메인’. 그래서 더 이 날의 커튼콜은 팬들의 성원 속에 한층 더 발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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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기획 : 주식회사 극단 소년
기간 : 2020.12.25 ~ 2021.02.14.
공연장소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공연시간 : 120분
관람등급 : 만 13세이상
주연 : 표지훈, 이한솔, 강은일, 이준현, 최현성, 조용석, 이충호, 금동호, 김기주, 주도하 (임동진), 박준석, 김다윤, 이다빈, 변하늬, 조가은, 문수아, 방유인, 하유원 (이은이), 이수정, 이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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