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앞에 붙은 ‘삼(蔘)’은 그 퀄리티에 따라 뭐가 더할 거 같지만, 영계 쓰는 거처럼 적당히 굵직한 수삼이나 장뇌삼 쓰는 게 속칭 ‘국룰’이다. 6년근 홍삼같이 약으로 찐 건 써서, 푹 다려 적당히 쌉싸름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섭취하기에는 무리. 닭이나 삼이나 ‘Young’한 걸 써서 먹어야 밥 말아먹기도 좋고, 국물 떠마시기에도 적절하다. 물론, 프리미엄으로 가자면 오골계, 청계 등등 등판하고 그러나, 이러면 백숙 등 다른 카테고리로 가니 밥 먹을 꺼리는 아니겠다 싶다.
이렇듯 식사로, 여름 몸보신으로 좋은 삼계탕을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 쪽에서 첫 식사로 선택하는 건 어찌 보면 그냥 순리. 특히나 영주 시내에서 백년가게로 유명한 ‘풍기삼계탕’은 그 이름대로 지역 특산물로 요리를 빚어내기에 시민들이 삼계탕 집으로는 여길 먼저 손꼽는 곳이기도 하다. 백년가게에 안심가게까지 각종 인증을 다 갖춘 걸 보면, 지역사회에서 어지간히도 공 들여 자랑하고픈 그런 곳임이 분명해 보인다.
‘풍기삼계탕’ 시그니처, 이곳 삼계탕의 특징이라면 찰밥과 인삼, 대추를 꽉 채운 영계 한마리가 국물 속에 그 자태를 뽐낸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쟁쟁한 삼계탕 집들이 고명이랄까 데코랄까 하는 게 닭을 가리는데 비해, 심히 정직한 비주얼이랄까. 맛도 의외다 싶은 것이, 특별히 맛을 더해주는 각종 스킬을 발휘하지 않고 재료 그 자체를 푹 고아서 만든 그런 맛이다. 각종 파우더로 가미된 양산형 삼계탕만 먹어봤다면 밋밋할 수 있겠으나, 사실 이게 삼계탕 본연의 국물 맛이겠다. 그래서 그런지, 닭고기 자체의 쫄깃함이 상당하다. 살결도 젓가락으로 들춰 풀어내지는 거 보면, 영계를 딱 알맞게 고았다 싶은 조리 내공이 느껴진다. 괜히 지역사회 자랑이 아닌, 퀄리티가 있는 집이다.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영주시 중앙로 130
전화 : 054-631-4900
[영업시간]
월~금 10:00 ~ 22:30
▲ 우체국 뒷편 가정집을 식당으로 꾸며 40년 넘게 삼계탕 한 업을 이어왔다 전해진다. 마당길 지나 현관 들어서면 홀과 룸이 갖춰져 있어, 식객과 단체 모두 삼계탕을 즐길 수 있다. |
▲ 삼계탕은 따로 나오는 쇠그릇에 살점을 뜯어내 발라 먹는 방식으로 먹기 좋다. 큰 뼈 외엔 상당히 고아져 있어, 물렁뼈나 잔뼈는 씹어먹기 좋은 편이다. 이빨 멀쩡할 때 즐길 도락 수준. |
▲ 딱 넷 나오는 반찬들 평이 굉장히 좋다. 삼계탕 빼고 먹더라도 백반 한 끼 뚝딱할 정도.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건, 공기밥이 찰밥 대신 맨밥이란 점 정도. 이건 취향 탓이긴 한데, 찰밥 좋아 삼계탕을 더 찾아 먹는 이라면, 추가 주문 때 ‘마상’일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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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이 붙어서 이것저것 삼계 외적인 게 점점 많이 들어가는 세태 속에서, 순수한 삼계탕 본연의 맛, 그리고 식재 그 자체의 퀄리티를 접할 수 있어 더 ‘백년가게’를 응원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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