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OFAN

[류작가의 누리마실] 찬찬히 걷는 산책길에 담긴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의 향기...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

기사입력 : 2022년 07월 26일 12시 10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영주시 영광여중, 영광여고, 부용공원 골짜기에서부터 그 밑으로 이어지는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는 과거 ‘관사골’이라는 지명으로 불리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철로를 놓으며 쓴 골재들을 채취하다 보니 골짜기가 깊어진 그런 연원이 있는 곳.

골재 채취하다 다져진 터에, 철도종사자 관사들을 모아 지은 터가 지금은 국가등록문화재가 그득한 역사의 장이 되었다. 못해도 1935년까지 관사 단지 건립연도가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전형적인 목조 일식 관사 주택의 형태를 이제껏 지켜오고 있다. 이후로도 중앙선 철도 중간역으로 영주역이 활약하게 되면서 이 지역의 근대화까지 이끈 시초이기도 해, 도시 근현대사 차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지금은 시가 수용한 건물과 개인이 소유 또는 거주하는 곳이 혼재되어 있어 딱 관광단지화된 느낌보다는 여전히 사람 사는 동네로 더 눈에 들어오픈 편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공터를 텃밭처럼 하기도 하고, 시에서 수용해 정원을 관리기도 하고, 그런 묘한 공존이 있어 생기는 독특한 풍경이 지금의 관사골을 지켜오고 있다.

‘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란 명칭으로 개념이 정의되면서, 거리벽화나 카페 등 편의시설이 덧대어져 과거 그대로의 모습은 점차 담장 뒷편으로 숨어 들어가는 형편이다. 그래도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에 원체 역사적인 공간들이 여럿 산재해 있어, 길 따라 가는 길에 영화에서 본듯한 드라마에서 본듯한 그런 모습들을 눈에 앵글에 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관사골에서 고개를 들어 보면 고청산 부용공원 남쪽 절벽에 서 있는 부용대 정자가 있다. 여기에서는 영주시 일대를 두루 조망해 보기에 안성맞춤. 부용대에서 시내 쪽으로 발검을 옮기면 구시가 한켠 조선 명종 때부터 터를 지켜왔다는 근대한옥을 금새 만난다. 99칸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건물도 사람 손 꽤 탔다고는 해도, 그 안에 묻힌 세월은 어디 가지 않았다. 거리를 걷다 만나는 이발관도 등록문화재, 정미소도 마찬가지. 코리안 엔틱? 그러한 관경들이 발길따라 눈길따라 줄을 잇는다.

▲ 절벽이었던 곳은 관사골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관광객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로 태어났다.

▲ 관사골 주변 가정집 담장은 시 주도 문화사업으로 벽화가 가득 매워져 있다.

▲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다 ‘관사’다 싶은 정형화된 형태로 지어져 있다. 관사골 내에 옛 관사들이 산재되어 있어서, 지도 보고 찾아 다녀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 요즘 거주환경으로 개선공사를 하는 곳도 있다. 아무래도 집은, 비워놓고 보기 보단 사람이 들어와 살아야 더 생명력을 갖는 게 사실이니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얼마나 외형과 주변 환경을 이어가느냐가 더 관건 같다.

▲ 부용대는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정자로, 조선시대부터 지역민들이 모이던 공간이라 전해진다. 산정인 뒷편 한 쪽 면만 빼면 영주시 전역을 관조할 수 있는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 부용대 아랫편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근대한옥’ 조선 명종 때 명의가 명나라 황제한테 하사받은 99칸 기와집의 일부다. ‘고대’ 수식어가 붙어도 되는데 ‘근대’가 된 건, 나머지 건물들이 다 헐리고 그 때 그 때 사는 사람 취향대로 손을 탄 탓.

▲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등록문화재가 이리 흔한 길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노포 등이 이어진다. 지금은 관광안내소 용도로 쓰이는 옛 파출소 건물 조차도 수십년 연혁이 있을 정도.

▲ 특별히 새 건물을 짓기 보단, 기존 점포를 활용해 외지 관광객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반나절 걸으며 우리나라 옛 풍경을 눈에 담기에 적당한 크기여서, 걷기여행이 테마라면 영주시 구시가 방문도 좋은 선택같다.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만들다! 신개념 퍼포먼스마케팅 플랫폼 '텐핑'

[명칭] 아크로팬   [제호] 아크로팬(ACROFAN)    [발행인] 유재용    [편집인] 유재용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재용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