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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카레라 쇼’ 괌에서 만나는 라스베이거스 스타일 서커스 공연의 정수

기사입력 : 2023년 09월 20일 22시 08분
ACROFAN=류재용 | newswire@acrofan.com SNS
지난 봄, 태풍 마와르가 덮치면서 괌 전역이 큰 피해를 입은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나름 태풍 많이 겪어 온 괌에 이리 상흔을 남긴 건 수십 년 만이라고 할 정도이니, 얼마나 강했을지 짐작이 간다. 문제는 이로 인해서 괌이 운영하던, 또 준비했던 여행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많이 복구되고 재건되어 정상화된 괌에서, 본래 올 여름부터 여행객들을 맞이하고자 수 년여에 걸쳐 준비되어 온 공연이 하나 제대로 빛을 못보고 있다. 하얏트 리젠시 괌 바로 옆 샌드캐슬 씨어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카레라 쇼(KARERA Show, 이하 카레라)가 바로 그것.

제목의 뜻은 ‘그들’을 뜻하는 일본어 ‘かれら[彼等]’가 어림 맞아 보인다. 이유는, 스토리가 이방인 그들이 차원을 넘어 먼 옛날 괌에서 펼치는 모험을 다룬 때문. 괌에 워낙 일본계가 많은 곳이라 간판이나 호칭에서 일본어가 꽤 보이는 지역인 점도 그런 인상을 갖게 만든다. 다른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특별히 스터디 없이 그냥 가서 딱 보면 드는 느낌은 그런 쪽이다.

영어 홈페이지 : https://bestguamtours.com/shows/karera-guam

▲ 설마 괌에서 이 정도 수준의 공연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카레라가 공연되는 샌드캐슬 씨어터는 본래 극장 명칭인 ‘샌드캐슬’이라는 매직쇼가 다년 간 공연되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괌을 여러 번 온 분들 말씀도 그렇고 가이드 분 말씀도, 앞서 마법 공연이 주였던 걸 꽤 오래 하다가 올해 개막을 목표로 카레라를 준비하던 와중에 태풍이 덮친 거라는 안타까운 이야기.

공연을 준비할 때에, 씨어터 측에서는 ‘태양의 서커스’에 비견할만한 공연을 기획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공연에 참여하는 스탭들의 교육도 교류도 라스베이거스 공연기획사를 통해 있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다년 간 준비하였으나, 태풍 피해로 일정이 연기되다 올 여름 시즌에 들어서서야 겨우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 바람에, 홍보가 꽤 안된 상황. 공연 관람에 앞서 괌 업계 관계자들이 향후 괌의 10년은 카레라가 공연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하니, 현지 기대가 만만찮은 모양이다.

▲ 카레라에는 현 시점 서커스 씬에서 추구되는 최첨단의 기술과 기예가 집약되어 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접한 샌드캐슬 씨어터 공연장의 인상은, 객석 구역이 작다는 점이다. 공연무대가 연면적은 관객석보다 더 넓은 그런 특이한 구성이다. 스테이지에 레이어가 6겹이나 있는데다, 중앙 돌출부가 객석 전면부 면적의 4분의 1에 이르는 구조다. 과거 매직쇼일 때에는 이게 맞겠지만, 서커스를 이런데에서 펼치다보니 여러모로 관중들은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애초에 연기자들의 등장과 특정 씬이 모두 객석 쪽에서 이뤄진다. 관객 참여도도 상당히 높게 설정된 편인데, 이게 다 객석이 무대에 비해 작아서 발생하는 특징이 되겠다.

그렇게 공연된 카레라를 짧게 정의하자면, “스마트한 태양의 서커스”라고 할 수 있겠다. 빅텐트 특유의 스케일에 공연자들의 역량을 한껏 뽐내는 태양의 서커스에 비해, 상당히 작은 무대를 객석까지 총동원해서 최대한 스케일을 만들고, 미디어월을 다층 레이어로 다뤄 막을 경계로 한 비주얼적 특질을 창출시켰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객석 좌측과 우측 벽면까지도 부설 무대로 활용할 정도로 관객과 공연자들의 밀착도가 서커스 중 역대급으로 높은 편이다.

내용 서사는 맨 마지막 씬만 제외하고 본다면 태평양은 물론 해양 문화권 전부에도 통용될 범용성을 지닌다. 두 명의 관광객이, 피터팬같은 드루이드? 샤먼? 한 명을 만나 이세계로 빨려들어간 뒤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종착지가 ‘괌’이라는 점에서 꽤 교묘한 서사구조가 특징이다. 포맷은 포맷대로 세일즈할 여지를 만들고, 마지막 씬 하나로 ‘괌’ 로컬라이징을 끝냈다. “괌을 온다는 게 이렇게 대단한 겁니다 여러분~”이라는 환청이 에코로 들릴 지경으로.

▲ 공연이 올라간 지 얼마되지 않은 때문도 있겠지만, 공연자들과 관객들과의 교류가 역대급으로 가깝다. 카레라를 보고 이들과의 기념사진을 남기는 건 괌 여행객들에게 필수코스가 될 듯 싶다.

현재 괌에서 공연이라면 PIC 슈퍼 아메리칸 서커스와 타오타오타씨 더비치 디너쇼 둘이 양대산맥으로 다뤄지는 중이다. 전자는 전통적인 서커스 공연, 후자는 태평양 토속문화를 알뜰하게 즐기는 공연으로 볼 수 있다. 카레라는 이 둘과 다른 위상으로, 괌의 공연계를 정립시키는 한 축이 된다고 평할 수 있겠다. 카레라의 특징은 그 무엇보다 가장 최첨단이란 점이다. 또한 현시점에서 봐도 국제적으로 가장 앞선 공연 트렌드를 다룬다는 점도 부가된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평일 수요일은 모르겠는데 일요일이 쉰다는 점. 그리고 적은 좌석 수로 인한 비용부담 정도겠다. 일단 비용구성이 일반석 클래스에서 골드(성인/만 12세 이상 $200, 아동/만 6~11세 $200), 실버(성인 $150, 아동 $95), 브론즈(성인 $99, 아동 $60) 순이다. 이 위로 플래티넘이 $300, 다이아몬드가 $500 선이어서, 저렴하게 가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다. 공연 퀄리티와 적은 객석 수를 보면, 지금 현 가격도 원가 대비해 저렴한 편이 맞다보니, 합리적으로 카레라를 보고자한다면 1+1 같은 프로모션과 여행사 특전 등을 노리는 방법 정도가 한계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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