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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 어도어 사태... 뉴진스 키운 민희진 대표와 아일릿 내세운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필사적으로 항쟁할 일일까

기사입력 : 2024년 04월 23일 09시 45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반백살 머지않은 아저씨 입장에서, 아이돌 걸그룹 보며 ‘고려조정 문무백관 천세 짤’ 같은 스탠스로 신곡 뮤직비디오 찾아보는 궁상은 그리 드러낼 성질의 것이 아님임이 분명함에도, 주기적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다운 인간들 본연의 성향 짙은 각종 사건사고들은 여러모로 보는 이의 인생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고 있다. 솔직히 네거티브 외길이나 인사사고 아니면야 언젠간 지난 날을 웃어넘길 날이 오긴 오니까 당장 심각해질 일이 아니란 생각이 불혹 넘어 굳어져서 그런 덕분인지 젊었던 시절보단 편하게 중립기어 박고 그 업계 일들 보게 된다... 아무튼.

요즘 주로 본좌가 서식 중인 증권부를 뜬금없이 뜨겁게 한 하이브의 감사권 행사 공시에 뒤이어, 지금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주장인 ‘뉴진스 카피’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빌리프랩에서 데뷔시킨 ‘아일릿(ILLIT)’이 어도어가 먼저 데뷔시킨 ‘뉴진스(New Jeans)’를 카피하였다는 주장이 현재까지 나간 진도. 금융권 물 들어서 그런지, 그룹사에서 멀티트랙으로 사업 하는 거 갖고 어떻게 이런 내분이 다 나느냐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불쑥 들긴 했으나, 두 아이돌 걸그룹 데뷔 뮤직비디오 봤을 때의 감상을 돌이켜 보면 이해 못할 건 아니겠다.

▲ 하이브 막내딸(현재) 아일릿 (사진출처 : 아일릿 오피셜 홈페이지)

아일릿 데뷔곡 ‘Magnetic’을 돌이켜 보자. 이 때부터 뉴진스 스타일이란 하마평이야 기본으로 깔렸다. 앞서 ‘그룹사 멀티트랙’이라 칭했던 게 그런 때문. 그런데 이게, 이 쪽 스타일로 시장을 키운 건 엄밀히 말해 뉴진스 하나만이 아니다. 뉴진스 혼자만이 있는 건 아니다. 뭐냐면, 풍비박산 나서 다들 잊고 있는 듯 한데, 어트랙트의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있다. 개인적인 감상은, ‘둘이 섞여 있다’다.

보이그룹은 시장성 덕분에 분열과 혼종이 격렬하게 일어난 탓에 음악적, 또 비주얼과 컨셉 스타일이 한 부류로 고착화되어 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똑같은 그룹 내에서도 여러 가지 기믹을 주기적으로 교차시키는 게 당연시 되어서 ‘7년차 징크스’ 돌파한 그룹에게는 특별히 최애가 아닌 이상 그의 역사성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모습만 보며 옛날 컨셉은 잊고 지내는 게 두뇌가 편할 일이란 건 다들 알 듯 하다. 그런데 문제는, 걸그룹 쪽은 그리 카테고리가 풍부한 영역이 아니란 점이다. 뉴진스가 크게 성공한 게 어찌보면 현 사태에 있어 독이 된 모양새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뉴진스의 음악 스타일이 독창적이고 유일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왜냐면, 소시적에 월드뮤직 찾아들었던 기억이 있고,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 옛 추엇을 간혹 꺼내듣기 좋아진 탓이다. 아일릿 데뷔 보고 ‘뉴진스 + 피프티 피프티’로 편하게 생각했던 거 만큼, 뉴진스 처음 데뷔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면, 아르메니아 등등 캅카스 지역 소녀들 민요와 동요 생각이 났었다. 유튜브에서 그녀들이 부른 거 찾아서 BGM은 톤 다운 에디팅 생각하며 들으면 딱 비슷할 것이다. 음색에 더해, 슬라브어권 어린이들 액센트를 한국어에 녹이면 딱 그거란 생각이 든다. 여담이겠지만,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긴 시간 동안 별 짓들을 다해놔서 음악에서 스타일을 논한다면 어딘가에 이미 수백 수천 년 전에 만들어놓고 즐기던 분들 꽤 많단 거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조상님들이 참 대단하시다 싶은 부분. 그런데, 이게 고래로 소수자적 포지션인 걸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대박을 낸 게 어도어겠다. 이런 점 감안하면 요즘 사태 이해못할 일은 또 아니다.

▲ 하이브 맏딸 뉴진스 (사진출처 : 뉴진스 오피셜 홈페이지)

역사적이고 사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걸그룹 시장 자체가 많이 작다는 점을 상기시킨 사건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유사 스타일과 컨셉이 와장창 나와서 하나만 걸리란 듯 사업 저지르는 게 무한반복되어 온 보이그룹 시장에서는 문제되지 않을 일이 아닌가 싶다. 마치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엔싱크 급을 우리나라 회사에서 연이어 데뷔시켰다면 벌어졌을 일이 벌어진 거 같다는 감상은 덤이겠다.

그런데 문제의 해답은 그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엔싱크 관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둘, 레이블 대부분이 겹친다. 그래도 지금같은 문제는 없었다. 이유는, 이 둘이 연이어 나오면서 시장이 커졌고, 서로 겹치는 팬덤과 겹치지 않는 팬덤을 나누어 가져간 형편 때문이겠다. 하이브 그룹 차원에서 뉴진스와 아일릿을 공존시키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뉴진스가 처음으로 거대한 성공을 이루면서 나름의 그림자가 생긴 탓이다.

국제관계 관점에서 보면, 뉴진스는 구성원 국적으로 인해서 세 곳의 전선이 생긴다. 구성원 국적으로 인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란 극렬 안티팬 가능성이 큰 권역이 생겼고, 한국 국적으로 인해 대만을 최전선으로 한 중화권 전선까지 내재되어 있다. 한국에서만 사는 사람들은 국적이나 역사를 명분으로 건 사보타지를 (한국 입장에서 일본 빼면) 이해하지 못하나, 사실 남방권에서는 성씨만 달라도 뒷퉁수 치는 게 당연한 역학관계라는 게 있다. 그런데 국적과 집안 내력으로 이미 한계를 드러내서 서양권처럼 곱게 다 들어가기는 어려운 형국이 생겼다. 남의 나라들이 나름 무서운 게, 관광객을 넘어 민간이든 관용이든 외교 차원까지 급이 올라오면 넘어온 외국인은 5대조까지 자국민과의 원한 관계 까뒤집는 일도 있다. 20여년 기자생활로 그런 경험 짙게 있어본 입장에서 보면, 뉴진스는 구성원 국적이 이미 한계를 개념지은 그룹이다. 아일릿은 그래서 그런지, 한국과 일본 이 둘만 갖고 뉴진스가 국가와 민족이란 명분으로 막힌 지역으로 들어가는 게 가능한 측면이 있다. 뉴진스로 시장성 확인한 마당에, 큰 시장들 놀릴 생각은 안 들테니 사업적으로 아일릿이 나오는 건 어찌보면 순리적인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지금 컨셉이 20살 전후면 모를까 멤버들이 20대 후반으로 가면 진짜 크나큰 도전에 직면할 컨셉이어서 딸부자집으로 릴레이 이어가지 않으면 지금의 시장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지금 당장은 큰 성공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유효기간이 너무 짧은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 앞서 캅카스 지역 월드뮤직을 사례로 든 게 그 때문인데, 까놓고 말해 팬덤에서 ‘뉴진스’가 커서 ‘2NE1’이 되는 걸 정신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어찌보면 화두가 된다. 앞서 ‘여자친구’가 급작스러워서 그렇지 이 단계에 돌입한 상태로 기획사가 통째로 인수되었는데, 당시 하이브는 이게 자사 역량으로 감당이 안될 미션인 걸 알아서 그런지 포기한 전례로서 남아버린 적도 있었다. 이미 뉴진스는 프로듀싱 방향성이 그래서 그런지 그럴 여지를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판국인데, 나중에 어찌 될런지 개인적으로 걸그룹 팬 입장에서 심히 걱정이다. 이는 또 캅카스 출신 여가수들의 데뷔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딱 그대로인 한계가 현재의 뉴진스와, 당연히 아일릿에게도 잠복되어 있다. 이는, 평균 2년 터울로 비슷한 컨셉과 스타일을 멤버가 아닌 그룹으로 리볼빙해야 되는 걸 무리 없게 하는 게 농담아니라 그룹사 차원의 “현재” 역량에 직결되겠다.


뉴진스의 성공은, 하이브 그룹 차원에서 지금 회사 규모가 초라하게 보일 숙제를 하나 안겼다. 보이그룹 사업모델이야 워낙 옛날부터 업데이트되어 온 일이고, 서양권에서 걸그룹은 보이그룹처럼 해서 성공했지 이렇게 소녀감성으로 시장을 만들어 보질 않아서 사실상 하이브 그룹 혼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최초의 사례를 개척해야 할 상황을 초래했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성공을 소수인원으로 해낸 어도어에게는 자신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점을 인지하기 이전에 인간적인 욕망의 발로로 말미암은 일련의 사태를 일으키게 만들었으니 새삼 사바세계 다운 일이 또 벌어진 상황이다 싶다.

그나마 감사권을 조기에 행사했던 덕분에, 불꽃 튀기는 민형사까지 안가고 경영진 간에 서로 감정소모하는 선에서 멈춘게 다행이라면 다행. 진도를 보면, 한 보름 정도만 더 가서 일 터졌으면 뉴진스와 아일릿 멤버들도 다쳤을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이 곳곳에서 보인다. 팬덤은 또 나름 따로 일 커질 폭탄이었겠고.

이번 일을 계기로, 하이브는 역사에서 교훈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사례는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모델이다. 이를 적절히 현업에 최적화시킨다면 레이블 간 커뮤니케이션에 기여할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으로 사고 나는 게 유독 심란한 건 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유성과 같은데, 여기에 딱인 국내기업에서의 조직 모델은 그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작금의 성공이 일시적이고, 지나고 보면 후회될 일만 키웠다는 걸 십 수년 후 TV나 유튜브에서 썰 풀게 아니라면, 레이블 종사자 간에 사업모델과 역사성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과 그룹 내 계열사와 각각의 구성원 간 공감이 선결되어야 할 조직체로 하이브 그룹이 가야된다 그리 보인다. 지금 상처를 당장 치유하는 것까지 살필 건 아니더라도, 길게 보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 시점에서 교통정리는 꼭 해야 된다.  그 다음에야, 한국식인지 하이브식인지 나중에 따질 그 ‘like エーケービーフォーティーエイト’ 에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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