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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백호와의 추억여행~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

아크로팬 : 류재용 | 기사입력 : 2013년 04월 02일 13시 21분

코레일(사장 정창영)은 3월 28일과 29일 양일 간 중부내륙권 관광전용열차를 시험운행했다. 이번 시험운행을 통해, 앞서 지난 3월 15일에 공개된 바 있는 새로운 개념의 관광열차 O-train(순환열차)과 V-train(협곡열차)이 첫 공식 운행을 선보였다.


O트레인(순환열차)과 V트레인(협곡열차) 이 둘을 쌍두마차로 내세운 중부내륙권 관광전용열차는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 등의 순환구간을 아우르는 관광에 최적화된 신개념 열차 상품이다. 열차는 강원도(영월군, 정선군, 평창군, 태백시, 삼척시 인근)와 경상북도(영주시, 봉화군, 울진군, 영덕군 인근 등), 충청북도(제천시, 단양군 인근) 등 3개 광역단체 및 11개 기초단체를 거친다.



▲ V트레인의 첫 공식 운행이 시작된 곳은 철암역.



▲ 저 멀리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V트레인.



▲ V트레인의 데뷔로, 드디어 대한민국에도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관광열차가 생겼다.



▲ V트레인은 디젤기관차와 3량의 객차로 구성된다.



▲ 종점에 정차하게 되면, 디젤기관차가 분리되어 다시 앞으로 와 연결되는 구조.



▲ 기관차가 없으면 통유리를 통해 넓은 전경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운행 반대방향이 딱 명당.


열차가 지나는 중앙선은 본래 광산/농업/임업 개발 등을 목적으로 개설된 것이고, 영동선은 지하자원개발을 위해서, 태백선은 무연탄과 시멘트 수송을 위해서 개설된 선로들이다.


과거, 이 선로들은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대동맥 역할을 했었으나, 지난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과 지하자원의 고갈 등으로 심각한 침체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번 중부내륙권 관광전용열차의 탄생으로, 중부내륙 지역이 지닌 천혜의 관광자원과 녹색자원들이 재발견되는 계기를 맞이했다. 특히 대한민국 철도관광 1번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코레일은 중부내륙권 관광전용열차 개통을 계기로,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더해 차별화된 명품 관광 콘텐츠를 구축하고, 지역 연계 패키지 관광사업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코레일은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는 토대로서, 이번에 조성된 중부내륙권 관광전용열차와 관광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다.




▲ 전망석 의자는 앞뒤로 접을 수 있어서 풍광을 보던지 이야기꽃을 피우던지 할 수 있다.




▲ 개인좌석도 앞뒤로 젖힐 수가 있는데, 이는 4인 모임도 있겠지만 역/순방향 특성도 있기 때문.



▲ 좌석이야, 끼리끼리 동행끼리 취향대로 자리 잡고 모여 앉으면 될 일.



▲ 냉방시설은 선풍기가 전부. 여름에는 차창 열고 다닐테니 그리 덥지는 않을 듯 싶다.




▲ 겨울, 초봄, 늦가을 철도여행의 묘미라면 아무래도 '난로'




▲ 고구마, 감자, 오징어, 쫀득이(...) 등등을 구워 먹으며 다니는 철도여행이 수십 년 세월을 건너 부활!



▲ 일부 구간에서 30km 내외로 주행함에 따라, 열 수 있는 창문의 존재가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중부내륙 지역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왕복하는 백두 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은 흰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를 한 디젤기관차가 가장 눈에 들어오는 특징이다. 백두 대간의 아기 호랑이를 모티브로 도색되어, 벌써부터 '백호열차'라는 애칭을 달고 다닌다.


V트레인의 구간은 가장 험준한 곳이긴 하되, 가장 아름다운 백두 대산의 협곡과 외딴 마을을 지나는 열차길. 분천, 양원, 승부, 철암 구간(27.7km)을 하루 3번 왕복하며, 특히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정평이 난 분천에서 석포 구간에서는 30km 속도로 천천히 이동하며 태백준령의 비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해 준다.


V트레인은 DL4460 디젤기관차 1량과 객차 3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58석 구조다. 디젤기관차는 전기기관차에 밀려 승객 수송에서는 퇴역하는 기종으로, V트레인을 끄는 디젤기관차 역시 역 구내에서 열차를 붙여주는 이른바 '입환용' 용도로 쓰이던 것이었다. 간혹 단거리 구간에서 승객수송용으로 쓰이긴 했으나, 정규 관광열차상품으로 부활한 것은 V트레인이 현재 유일하다.


한편, 각 객차의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집전판은 1량당 1일 평균 5KW 전력을 생산해 각 객실에서 쓰이는 조명, 선풍기, 승강문 작동장치 등에 소요되는 전력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준다. 겉보기에는 진달래꽃 색이지만, 친환경 녹색열차라는 진면목도 갖춘 셈.



▲ 디젤기관차는 종점에서 부지런히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게 된다. 1대로 열심히 굴리는 중.



▲ 승차해서 디젤기관차가 객차와 연결되는 걸 구경하는 것도 흔치 않은 구경꺼리.



▲ 코레일 기간요원의 유도로 객차에 별 영향 없이 기관차가 금새 연결된다.



▲ 영화 속 열차 추격씬 같은 데에서나 보던 실제 열차의 연결고리를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 안전요원의 점검을 통해 OK 사인이 나자, 일정대로 정시발차하게 되었다.


진달래꽃이 내려 앉은 듯 선명한 진분홍빛 객차는 숲속과 협곡의 청정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개방형으로 디자인되었다. 천장을 제외한 곳들 대체로 유리창으로 설계해 관광객들의 시야를 넓혔으며,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으로 청정 자연의 공기를 그대로 마실 수 있다. 특히 운행방향 반대편 후면부 전망칸과 외관은 이국적인 정취까지 느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면서도 '복고'라는 남 다른 매력도 품고 있는 것이 V트레인이다. 옛 비둘기호를 연상시키는 의자와 접이식 승강문, 친환경 목탄난로, 선풍기, 백열전구 등등 곳곳에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소품들로 한 가득이다. 승무원 복장도 1960~70년대 복식을 기준으로 해, 특유의 복고 분위기를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복고'답게, 목탄난로와 선풍기를 제외하고는 냉난방시설이 없다. 또한 딱딱한 나무좌석과 화장실의 부재도 특징적인 부분이다. 짧은 구간만을 오간다는 점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관광열차의 컨셉 자체가 예전 증기기관차 객차 스타일을 준용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옛날 기차 이용객들의 경험을 유사체험해 본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 더 맞는 부분이다. 대신 승객 안전을 위한 안전센서가 부착되어 유사 시 경고음을 내는 등의 첨단시설과의 조화도 일정 부분 이루어져 있다.


한편, V트레인 운영노선 상에 있는 양원역과 승부역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간이역. 여기에서는 약 10분 가량 정차해 사진을 찍는 등 풍광을 기억 속에 남길 수 있다. 또 구불구불한 선로 특성 상, 디젤기관차 특유의 내음을 맡으며 철로 소리를 듣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참으로,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속도가 KTX의 10분의 1에 불과해도, 여행의 추억과 기쁨은 10배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V트레인의 시범운행 시작은 '철암역'에서 시작되었다.



▲ 철암역을 벗어나 노선으로 접어들수록, "아직 남아 있구나" 싶은 풍경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 터널 속을 지날 때의 '느낌'은 참으로 아련한 그런 게 있다. 나름 늙은 듯... 한 그런 것?



▲ '철로 변 노송'이라는 표현이 무언지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V트레인.



▲ 보기에 마치 '거북선'같다고 표현될 정도로, 창문 열고 렌즈 내밀어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았다.



▲ 창 하나 열었을 뿐인데... 보이는 경치와 내음이 여느 열차와 판이하게 달랐다. 이게 V트레인의 묘미!



▲ 쉬엄쉬엄 온 것 같아도, 종점은 참으로도 빨리 온다.



▲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벗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 운행의 종점인 분천역으로 향하는 발거움들.



▲ 아마도 아기백호(주: V트레인 애칭) 엄마 컨셉인 듯. 분천역을 대표하는 명물이 또 하나 탄생한 셈?


O트레인과 함께 V트레인도 디자인한 펠릭스 부코브자(Felix Boukobza) 디자이너는 "협곡열차의 엔진은 아기호랑이 백호를 상징한다. 한국에 살았었다는 백호는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 그리고 한국지도가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기도 해, 그래서 아기호랑이 백호를 열차 앞 부분에 상징적으로 디자인했다"며, "협곡열차 내부 색들은 자연색들과 차이를 뒀다. 장난감과 같은 이 열차의 컨셉은 승객들이 흥미와 재미를 많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또 진달래 빛 강렬한 색은 승객들이 정말로 느껴야 하는 바깥 경치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천장 색이나 다른 내부 색들이 자연색과 다른 이유는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아름다움은 빛이다. 그래서 열차 내부에서 커다란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을 통해 그림자와 잘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도록 했다. 다채로운 빛은 이 열차를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또 저녁에는 낮에 느끼지 못하는 다른 빛의 아름다움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도 더붙였다.


V트레인의 복고풍 디자인은 협곡열차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난로를 통해 난방을 하고, 에어콘 대신 선풍기 바람을 통해 더위를 식히는 것은 과거에 당연했던 일. 그리고 군고구마와 떡을 열차에 타고 가며 먹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또 당연했던 일. 이러한 추억 속 정경들이, 다시금 살아난 V트레인에서 재현된다. 옛 친구들과 옛날 느꼈던 느낌과 기억을 되새기는 것은 새로운 감회와 카타르시스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 대한민국에도, 이제 자랑할 만한 관광열차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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