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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작가의 맛집멋집] 99칸 만석군 집안 고택에서 만나는 한국의 멋 ‘송소고택’

기사입력 : 2023년 11월 27일 12시 05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조선시대 부자를 표현할 때 쌀 몇 석이냐 따지는 게 있다. 섬이고도 불리는 이 ‘석’ 단위는 곡식을 기준으로 볼 때 벼로 치면 200kg, 도정한 쌀은 144kg, 도정한 보리쌀은 138kg 정도의 양을 의미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사먹는 쌀이 대개 10kg, 20kg 포장이니, 이게 만 단위라면 과거 어마어마한 부를 일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소고택은, 바로 그런 조선시대 재벌이 본가를 어떻게 꾸몄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곳이다.

현재의 모습은, 영조 때 만석꾼이었다는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 선생이 1880년 경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기로 이거하며 지은 것이다. 처음에는 ‘송소세장’이라는 무협스러운 현판을 달았다 전해지는 이 곳은, 10채의 건물이 경내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별히 처음 지었던 모습 그대로를 보전했다기 보다, 개화기 때 신문물을 받아들이고, 지금은 민박이 가능하게끔 냉난방 완비가 다 되어 사람이 여전히 살기 좋은 그런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다.

사람사는 집으로 생명력을 잇고 있는 와중에도, 학술적 가치는 여전히 지키는 점도 특색이다. 내담과 외담으로 공간을 구분해 남녀와 내외를 분간시킨 것은 다른 고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분. 게다가 풍수적인 측면이 강조된 여러 구조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사람 살기 좋은 양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짚어보는 것도 알아가는 재미 중 하나다. 또 ‘와송’과 같이 흔치않은 식물도 기왓장에서 쉽사리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적인 부분이다.

앞서 이 곳의 옛 명칭이 ‘송소세장’이라 하였는데, 여기에서 ‘世莊’은 널리 번성하는 곳의 중심이란 뜻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센터. 후손과 가문이 번성하길 바란다는 의미가 먼저 있겠지만, 공간적으로 송소고택이 마을 고택들의 중심지란 의미도 담은 셈이다. 바로 옆집인 송정고택도 그렇고, 바로 윗집 칠방공종택과 안평재, 하은당 등 주변 고택들 모두 옛 양반가 기왓집을 두루 둘러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고택을 비롯해 이 근방이 MBN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 촬영지로 낙점되었다는 후문이다.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15-2
전화 : 054-874-6556
홈페이지 : http://www.xn--299a050b1b697f.kr

▲ 낮 시간, 날씨까지 좋다면 산책으로 또 데이트로 찾기 좋은 고택이 청송에 있다.

▲ 전시물로 박제된 고택들은 살기도 구경하기도 불편한 측면이 없지 않은데, 송소고택은 민박도 운영하는 사람 사는 공간이어서 그런지 대문 문턱도 다듬어져 있어 오가기 편하다.

▲ 옛스러운 굴뚝과 기왓장은 하나하나 다 인스타 감성이 넘친다. 게다가 약으로도 쓴다는 와송은, 국내 여러 고택들 중에서도 참 오랫만에 보는 듯 하다.

▲ 송소고택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가 담긴 담백한 조경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에 접어들어 잎사귀들은 많이 졌지만, 그래서 더 건물과의 조화와 배치를 쉽사리 알아볼 수 있겠다.

▲ 현재 드라마 촬영지로 꾸며져 있어, 촬영이 없을 때에는 현장을 찬찬히 둘러보기 좋은 형편이다. 외지인들이 소문 듣고 올 걸 지역사회에서도 기대하는 모양인지, 무인판매대와 주변 카페 등도 관련된 준비가 어느 정도 된 듯 싶다.

▲ 고택 너머로 울창하게 펼쳐진 대나무숲, 그리고 나무들은 바람에 스치는 청량한 소리를 이 무렵 객들에게 한껏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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