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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작가의 맛집멋집] 고래고기, 그리고 복어 요리의 생츄어리 ‘동은’

기사입력 : 2024년 03월 14일 22시 13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장생포가 우리나라에서는 포경산업의 대명사였던 터라, 그 시절의 흔적이 현지에 어느 정도 남아있는 편이다. 포경산업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관계로 무슨 어업처럼 잡아들이는 건 못한다지만, 사고사한 고래들을 섭생하는 일 자체는 쭉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게, 세월이 흘러가다보니 고래고기 맛 아는 사람도 줄어들고, 교육효과로 인해 호불호가 강한 게 되어놔서 재래시장 노포 몇 빼곤 고래고기 전문으로 장사하는 곳을 근래엔 찾아보기 어렵다.

본래는 고래고기에 관해 울산 대표선수였다 하나, 시대가 그러니 복어를 곁들여 팔다 이젠 복지리의 전당 소리 듣는 맛집이 울산의 ‘동은’이 되겠다. 보신탕 집에서 얘들 먹을 삼계탕 팔다가 세상 바뀌고 삼계탕 전문점되는 거랑 비슷한 흐름. ‘동은’은 젓갈 빼곤 반찬 대부분 직접 만드는 게 자랑이라더니, 손맛이 보통이 아니다. 솔직히 밥으로 식사로 먹는다고 한다면, 여기 반찬에 찌개 하나만 있어도 공기밥 몇 그릇은 일도 아니겠다.

손맛이 그래서 그런지, 복지리 맛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다. 특히나 전날 술로 위와 간을 녹여댔다면 그런 감이 더할 지도 모를 수준. 콩나물과 미나리가 간을 듬뿍 머금고 있어서, 알콜로 애간장이 예열되었다면 거기에 제대로 소화제가 된다. 펄펄 끓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짭짤함과 복어 고기 푹 고은 감이 더해져 절로 시원하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 메뉴판 좌측상단 1번 메뉴인 밀복만 해도 그 정도다. 사는 집 근처에 이 ‘동은’이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할 듯 싶다.

[찾아가는 길]
주소 : 울산 남구 장생포고래로 265
전화 : 052-267-1222
영업일 : 화~일요일 08:30~21:00 (월요일 휴무)

▲ 가게 딱 입구에서부터 본업이 어느 쪽인지 딱 나타나 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어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복어 요리다.

▲ 그런데 고래고기 안 파는 건 아니다. 동해바다가 참 넓고, 수많은 그물에 사고사 당하는 고래야 끊임없이 나온다. 수육, 육회, 막찍기 세 가지 세트, 수육, 육회, 막찍기, 우네, 오베기 다섯 가지 세트 등 총 두 가지 형태로 팔긴 한다. 귀한 것인지라 가격도 상당하니, 정히 도전하려면 전화예약이 필수.

▲ 반찬 수준이 상당하다. 시장에서 매입해 온 젓갈 외엔 직접 다 만든다는 게 자랑인데, 자랑할만 한 솜씨다. 탕 나오기 전에 반찬부터 절단내는 테이블이 속출한다. 그래도, 본 메뉴 나오며 또 다르다. 그리 고았는데도 푹 익었음에도 살이 탱탱한 복 고기 맛이 일품. 게다가 후루륵 넘어가는 국물의 감칠맛이 (전날 음주자에게는) 끝내준다.

▲ 장생포고래로를 국내 지도 서비스로 보면 보안시설 특유의 떡칠이 한 가득이다. 과거에 군시설이 있었던 때문. 지금은 울산시에서 매입한 울산함 하나 전시물로 덩그런히 있을 뿐이긴 하나 건너편에 보안시설이 또 잔뜩 계셔서 해제는 난망. 여러모로 우리나라 예전에 어땠던지 회고케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장소에, 어떻게 이런 맛집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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