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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 - Every Island is a Mountain》 개막

기사입력 : 2024년 04월 19일 10시 14분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SNS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예술위)는 4월 18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의 공식 개막을 발표했다.

베니스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과거-현재-미래, 개인과 공동체, 로컬과 글로벌,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예술적 사유와 실천에 주목하며, 지난 30년간 역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명(팀)의 작업을 엄선하여 한국 동시대 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전시 작품은 1995년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 및 최근의 신작을 포함한 총 82점이다.

《모든 섬은 산이다》전시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이 전시는 최근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를 기획한 임근혜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차세대를 위한 예술 실천과 미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글로벌 교류와 연대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이 현장에서 직접 주요귀빈들을 맞이했다.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위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및 한국관 전시와 동시에 개막하여 4월 19일부터 9월 8일까지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전시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는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하며, 섬과 섬이 마치 산맥처럼 해저 지형과 해양 생태계로 연결되듯이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제는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故백남준의 예술철학에 생태적 상상력을 더하여 고립된 개인과 분열된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한국미술 30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개별 작품에 담긴 다양한 감각과 서사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예술적 비전으로 연결하며 섬과 산을 넘나드는 상상적 풍경을 펼쳐 보인다.

《모든 섬은 산이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기록원 소장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관의 지난 30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아카이브 전시’로 시작한다. 이어서 작은 방이 밀집한 수도원의 실내와 고즈넉한 중정 그리고 탁 트인 야외 정원이 펼쳐지며 베니스의 중세와 한국 동시대의 시간이 서로 겹쳐진다. 중간 지대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사운드 아트는 군도처럼 존재하는 개별 작품을 바다처럼 둘러싼다. 수도원의 중정에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열두개의 사찰에서 녹음한 범종의 소리를 담은 배영환의 〈걱정-서울 오후 5:30〉(2012)이 수도원 성당의 종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신작으로는 AI 도슨트와의 대담을 통해 전시 주제를 인문학적·기술적 상상력으로 확장한 이완의 <커넥서스: 섬 속의 산>(2024), 생동하는 반고체 물질로 이뤄진 김윤철의 <스트라타>(2024),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수호자들>(2024), 사운드 경험을 공간적으로 확장한 김소라의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2023-24), 예술적 협업자들과의 기억을 다룬 이주요의 <Outside the Comfort Zone>(2024), 전통과 문명을 재해석하는 황인기와 문성식, 성낙희의 회화가 포함된다. 또한 최근 멕시코에서 펼친 퍼포먼스를 사진 설치 작품으로 담은 김수자의 <바늘여인-자오선>(2023) 등 다수의 최근작이 동시대 한국미술의 역동성과 다종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비구니가 참여한 퍼포먼스로 화제가 되었던 곽훈의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1995), 수만 장의 졸업앨범 사진을 벽지로 구성한 서도호의 2001년 본전시 참여작 <Who Am We?>(2000), 한국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의 삶을 담은 정연두의 2005년 한국관 전시작 <상록타워>(2001) 등 역대 한국관 참여 작품이 현재의 관점으로 재연된다.

여기에 더해, 베니스의 사설 정원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3,000㎡의 야외 공간에서는 화합의 메시지와 생태적 상상을 담은 대형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뒤엉킨 사물의 응축된 에너지를 포착한 정서영의 대형 사진작품 <증거>(2014), 북한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드로잉에 담은 강익중의 신작 <아리랑>(2024), 해안가에서 수집한 폐스티로폼으로 탑을 쌓아 생태적 공존을 기원하는 최정화의 <nATuReNuRture>(2023-24), 그리고 대지와 인간의 호흡을 연결하는 곽훈의 작품은 전 지구적 분쟁과 생태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또한, 자르디니 내에 위치한 한국관의 개방적인 건축구조를 오마주하며 제작된 <투명한 파빌리온>(2024)은 모두에게 열린 쉼터이자 비엔날레의 미래를 함께 도모하는 공동의 플랫폼이다. 36명(팀)의 작가들이 각자의 작품을 통해 발신하는 메시지는 환대의 장소이자 열린 국가관으로 향해나가는 한국관의 미래 비전과 공명한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승미위원 공연 모습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 개막 하루 전인 4월 18일 베니스 현지 시각 18시부터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중정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한국미술의 밤(Hyundai Night in celebration of Korean Art)’ 행사가 개최된다.

역대 예술감독과 참여작가를 비롯한 국내외 미술 관계자 300여 명이 참여하는 개막 행사는 2015년부터 한국관 미술전을 후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된다.

첫 순서로서 1995년 한국관의 개막 전시에 참여한 곽훈이 선보였던 대금 퍼포먼스가 국립국악원 최초의 여성 대금연주자인 서승미의 연주로 재연된다. 두 번째 순서인 예술위와 백남준아트센터가 공동 기획한 <본 죠르노 시뇨르 백 Buon Giorno Signor Paik>은 한국관 건립에 기여한 故백남준을 오마주하는 퍼포먼스로서 뮤지션 휘, 안무가 이양희, DJ 망이실로의 공연이 백남준의 아카이브 영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1984년 첫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전 세계에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보낸 백남준의 정신을 담은 녹화영상과 라이브공연은 한국과 이탈리아, 디지털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한국미술의 밤 행사장 전경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 기간 중 야외 정원에 설치되는 휴식과 공유의 장소 ‘투명한 파빌리온’에서는 러쉬코리아의 후원과 베니스 지역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기획한 공공프로그램이 진행된다. 6월에는 해양생태 관련 연구와 예술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드리드 기반의 TBA21 재단 및 서울 기반의 다학제적 큐레이토리얼 리서치 플랫폼 ‘드리프팅 커리큘럼’과 공동 기획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비엔날레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 질문하는 렉처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8월에는 베니스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대안적 지역 영화제 ‘플로팅 시네마’에 전시 참여작가 4인의 영상작품을 소개하는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베니스 현지에서 진행되는 공공 프로그램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영상으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전시연계 공공프로그램 일정은 추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전시 개막에 맞춰 동시대 미술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갖는 의미와 국제교류 성과를 조명하는 아카이브북 『마지막 국가관 The Last Pavilion』을 출간한다. 한국관 역대 전시 자료, 그리고 1986년부터 현재까지 주요 활동을 담은 연보와 더불어 김석철, 프랑코 만쿠조(한국관 공동 건축가), 김홍희(2003년 커미셔너), 이영철(2022년 예술감독), 호경윤(책임연구원) 등의 글을 수록한 아카이브북은 전자책 (PDF) 형식으로 국문과 영문 별도 출간된다. 이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 가능하며, 영문 버전은 추후 e-Pub으로 재제작되어 국내외 전자책 유통 플랫폼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전시 장면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담은 사후 도록은 전시 종료 이후 발간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 및 참여작가 관련 정보, 한국관 연보 및 아카이브북 등의 자료는 공식 웹사이트(www.venicebiennale.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진행되는 공공 프로그램과 이벤트는 웹사이트를 통해 국내외 관객들에게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모든 섬은 산이다》는 2015년부터 한국관을 장기 후원해 온 현대자동차가 공식 후원하고, 신한은행, 에르메스, 러쉬코리아, 대한항공 등 다수 기업이 후원 및 협찬하였다. 에르메스는 오랜 기간 한국 현대미술을 지원해 왔으며, 이번 특별전시에 참여하는 김범, 박이소, 서도호, 정은영 작가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시작품 및 기자재 운송은 수십년간 쌓아온 특수화물 운송 노하우를 토대로 세계적인 예술작품들을 성공적으로 실어 나른 대한항공이 협찬하였다.

■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기념전 《모든 섬은 산이다》

▲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 임근혜(예술감독,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프로젝트의 기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전시 소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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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리는《모든 섬은 산이다》는 자르디니 공원의 마지막 국가관인 한국관의 건립 30주년을 한해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전시는 역대 참여 작가 중 36명을 한자리에 초대하여 한국미술이 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와 접촉하며 국제성과 동시대성을 획득해 온 지난 30년간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한국미술 세계화의 교두보 역할을 해온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국가주의와 국제주의의 긴장과 충돌 속에서 분투하며 글로벌 예술 생태계의 다양성과 역동성에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 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는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하며, 섬과 섬이 바다 속 깊은 곳에서 해저 지형과 해양 생태계로 산맥처럼 연결되듯이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전시를 통해 서구 중심적인 사고가 갈라놓은 유라시아 연속체에 대한 상상과 초연결의 미디어 기술을 통해 분열된 세상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백남준의 예술이 이번 전시의 개념적 출발점이다. 또한,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진 기후위기와 생태에 대한 작가와의 대화, 생명의 순환으로서의 섬에 대한 상징과 은유를 담은 작품, 베니스 지역 해양 생태학자 및 활동가와의 교류 그리고 비위계적이고 탈중심적인 에두아르도 글리상의 ‘군도적 사고’의 개념이 전시 구성의 기본 바탕이 되었다.

《모든 섬은 산이다》는 과거-현재-미래,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글로벌,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예술적 사유와 실천에 주목하며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부터 최근의 신작까지 지난 30년간 생산된 작품 82점을 아우른다. 작가 개인의 예술 작업이 다양한 감각과 서사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예술적 비전으로 연결되며 섬과 산을 넘나드는 상상적 풍경으로 펼쳐진다. 도입부에는 아르코예술기록원이 수집한 한국관 관련 자료를 차세대 작가들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도큐멘터리 영상이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소환한다. 전시는 작은 방이 밀집한 수도원의 실내와 고즈넉한 중정 그리고 탁 트인 야외 정원으로 펼쳐지며 베니스의 중세와 한국 동시대의 시간이 서로 겹쳐진다. 그리고, 중간 지대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사운드 아트는 군도처럼 존재하는 개별 작품을 바다처럼 둘러싼다.

자르디니 공원에 위치한 한국관의 아웃라인을 본떠 만든 야외 정원의 ‘투명한 파빌리온’은 수도원의 이웃과 비엔날레 방문객에게 열린 휴식의 장소이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구기관 및 예술단체와의 협업으로 진행될 공공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유의 장소이다. 한국 미술계에 마지막 국가관을 선물한 백남준을 기념하는 라이브 퍼포먼스 <굿모닝 미스터 백>으로 시작하는 수도원 야외 공간의 다양한 행사는 로컬과 글로벌이 조우하고 교감하며 연결되는 또 하나의 섬이자 산이 될 것이다.

▲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 심소미 (공동 큐레이터)는 ‘미래의 한국관을 약속하는 군도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기고하였다. 다음은 기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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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자르디니 정원의 마지막 국가관으로서 1995년에 세워진 한국관은 미술전에서 2024년 현재까지 39명의 참여 작가와 여러 커미셔너 및 협업자가 오고 가며, 한국과 이탈리아, 전 세계 곳곳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해 왔다. 이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은 선형적 축을 따르나, 참여 작가의 시간은 하나의 섬이자 다른 섬과의 만남을 통해 탈국가적 네트워크로 존재한다.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으로 마련된 《모든 섬은 산이다》는 각 회차로 분리돼 수직적 연대기로 인식되어 온 한국 미술을 수평적인 시간대로 펼쳐 내, 섬과 산을 넘나드는 글로벌 연대의 지형도로 상상하고 재구성한 전시이다. 이를 담아낸 전시 공간인 몰타기사단 수도원은 중세 시대부터 순례자와 기사단의 치료와 치유, 그리고 회복의 공간으로서 기능하던 곳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역대 한국관 참여작가 36명(팀)의 작업은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건축공간이 지닌 오랜 역사적 지층과 포용의 정신에 응답하며, 주변에 경계를 구축하지 않는 교류와 환대의 장을 펼쳐 보인다.

(1) 아카이브 전시 : 지역과 글로벌을 이어온 한국관 30년

전시 구성은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역사성과 장소성에 동시대 한국미술의 정신과 메시지를 유기적으로 매개하는 흐름을 통해, 개인과 국가, 예술과 현실, 문화와 국경을 넘나드는 상호교감적 장을 향한다. 그 문을 여는 장으로서, 전시장의 진입부에는 한국관의 역사적 맥락 및 장소성을 조망하는 ‘아카이브 전시’가 구성되어 과거의 목소리와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전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기록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지난 30년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입체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관의 설립에 기여한 백남준의 예술적 세계관과 함께 건축가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의 준공 과정 등 조명되지 않았던 스토리를 담는다. 이를 통해 베니스비엔날레가 제시한 동시대 미술 담론을 흡수하며 지역과 글로벌을 연결해 온 여정을 되돌아본다. 전시에는 1995년 첫 전시에 참여한 김인겸과 전수천의 조각과 드로잉, 윤형근의 드로잉, 그리고 2003년/2005년에 참여한 박이소의 드로잉에 더해, 차세대 작가들의 시선으로서 노송희(1992년생), 백종관(1982년생)이 제작한 아카이브 영상은 한국관의 30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아카이빙과 기억 사이에서 남겨진 이야기를 오늘날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특별한 시각을 더한다.*

*아카이브 전시파트는 본 전시를 공동기획한 호경윤(아카이브 책임 연구원)의 전시 소개글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2) 중세 수도원의 건축 공간에서 전하는 한국미술의 울림

두 번째는, 몰타기사단 수도원 곳곳의 다양한 건축 공간 내외부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역대 참여작가들의 ‘대표작 전시’이다. 수도원의 건축 공간이 지닌 유서 깊은 장소성을 바탕으로, 전시는 내부와 외부, 장소와 비장소, 주공간와 부공간, 상이한 시공간과 문화적 경계를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흐름 속에서 구성된다. 복도를 두고 양옆으로 펼쳐지는 전시실, 건물 한가운데 위치한 중정과 이를 에워싸는 회랑, 중세 마구간 공간, 최근에 복원된 프레스코실 등 수도원의 상이한 건축적 조건을 각각의 ‘섬’이라고 할 때, 전체적인 전시 구성은 36명(팀)의 참여작가를 통해 관람객의 호흡을 ‘섬과 섬’ 사이에서 조율하며 해저에 존재하는 산맥의 다층적 지형도를 제시한다. 그 대표적인 작업으로 배영환의 〈걱정-서울 오후 5:30〉(2012)은 수도원의 중정에 설치되어, 해 질 녘 서울 근교의 절 열두 곳에서 녹음된 범종의 소리와 베니스의 종소리가 함께 울려 퍼짐으로써 분리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상생의 울림을 전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역대 참여 작가의 신작 및 최근작이 다수 소개되어, 동시대 미술 현장 및 사회적 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한국미술의 관계를 상호적으로 조망한다. 이 전시의 주제를 심화하며 제작된 이완의 <커넥서스: 섬 속의 산>(2024)은 한국관의 30년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다루고, 주제 대담과 AI 도슨트로 풀어냄으로써 인문·기술학적 상상력을 확장해 보인다. 또한, 생동하는 물질로서 반고체를 다룬 김윤철의 <스트라타(Strata)>(2024), 죽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수호자들>(2024), 사운드로 경험의 존립 방식을 되묻는 김소라의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2023-24), 작업의 주변에서 무수한 협업자들을 기억하는 이주요의 <Outside the Comfort Zone>(2024), 전통과 문명을 재해석함으로써 동시대 회화에 도전하는 황인기, 문성식, 성낙희의 신작 회화 외에도 다수의 최근작이 동시대 한국미술의 역동성과 다종다양한 스펙트럼을 전한다.

한국미술의 새로운 도전의 장은 신작뿐만 아니라 역대 한국관의 참여 작품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2001년 참여작으로 수만 장의 졸업앨범 사진을 벽지로 구성한 서도호의 <Who Am We?>(2000), 2005년 참여작으로 한국 사회의 가족과 주거의 풍경을 다룬 정연두의 <상록타워>(2001), 그리고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옹기 설치와 진행된 대금 연주 및 비구니 스님의 퍼포먼스로 화제가 되었던 곽훈의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1995), 문화 패권주의에 대한 박이소의 비판적 드로잉은 문화적 특수성과 시차를 넘어 보편적 사유와 깊은 통찰의 관점을 전한다.

(3) 상생과 공존, 우정과 환대의 장으로서 야외 전시

전시의 후반부에서 마련된 ‘야외 전시’는 열린 장소성을 바탕으로 공유지를 도모한다. 전시 동선을 따라 건물을 한 바퀴 돌듯 복도, 회랑과 중정, 마구간, 커뮤니티 공간 등 곳곳을 방문한 후 외부로 나오면 베니스의 이웃 풍경을 향해 펼쳐진 광활한 정원이 등장한다. 3,000㎡에 달하여 베니스 사설 정원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곳에서는 전시 주제가 전하는 생태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설치 작업과 더불어, 분쟁과 갈등이 심화된 전지구적인 위기의 시대에 있어 예술적 실천과 대안적 공동체를 도모하는 ‘공공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유기체와 사물이 하나의 포즈로서 선언된 정서영의 <증거>(2014), 실향민 어르신들이 그린 드로잉 수백 여 점으로 이루어진 강익중의 신작 <아리랑>(2024), 폐스티로폼 돌탑을 통해 생태적 연결과 공존의 가능성을 기원하는 최정화의 <nATuReNuRture>(2023-24)와 앞서 소개한 곽훈의 1995년 한국관 참여작은 전 지구적 분쟁과 생태적 위기에 대응하는 예술 실천과 평화의 목소리 및 연대의 시급함을 전한다.

분열되고 분리된 세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 하늘과 땅, 인간과 자연, 섬과 산을 연결하고자 하는 한국 작가들의 메시지는 환대의 장소이자 열린 국가관으로 향해나가는 한국관의 미래와 공명한다. 이를 탐색하는 공유지로서 한국관의 개방적인 건축구조를 오마주하며 제작된 아워레이보의 <투명한 파빌리온>(2024)은 모두에게 열린 쉼터이자, 대화와 교류, 우정과 환대가 교차하며 미래로의 시간을 함께 도모하는 공동의 플랫폼으로 마련된다. 이렇듯 한국관 30년의 ‘아카이브 전시’로 시작하여 역대 참여작가들의 ‘대표작 전시’와 ‘야외 전시’를 통해 섬과 산의 지형을 매개해 나가는《모든 섬은 산이다》는 ‘야외 전시’와 ‘공공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군도의 풍경을 도모하고 화합과 교류의 장을 일으킴으로써, 미래의 한국관에 도래할 만남과 접속의 공동체를 약속한다.

▲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 (사진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주요정보]

주최 및 주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
예술감독 : 임근혜
베니스비엔날레 TF : 유병은, 강보경, 여선희, 임재휘, 유지연
공동 큐레이터 : 심소미
협력 큐레이터 : 변영선, 이준영, 채병훈
아카이브 책임연구원 : 호경윤
아카이브 연구원 : 이다영
아카이브 비디오 아티스트 : 노송희, 백종관
오프닝 퍼포먼스 공동제작 : 백남준아트센터
프로덕션 매니저 : 구예나
전시 디자인 : 아워레이보
그래픽 디자인 : 김영삼, 신덕호
웹사이트 제작 : y!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 D.H. office
홍보 및 대외협력 : 에스팀, 스피커, 스타일크라시
번역 및 교정 : 김재현, 황인아, Carlo Martiello, Marta Zimbardo
운송 : 아트인
공식후원 : 현대자동차
후원 : 신한은행
협력 : 러쉬
운송지원 : 대한항공
작가지원 :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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